우울증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갑니다. 그리고 또 휴직계를 고민합니다.
가정의학과를 방문하기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은 맞습니다. 오와 열을 맞추지 못하고, 색상 톤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신입 때도 하지 않는 실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긴장도 덜하고(몸이 휘청일 정도로 극단적인 긴장감... 이건 경험해 보지 마시길 부디!), 사내 상담 선생님의 조언으로 팀장, 일진 팀원(스트레스의 주요 원인)들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휴직계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양 갈래 길에서 이리 저리 흔들리고만 있습니다.
요즘엔 식욕이 참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잠이 참 많이 늘어났어요. 토요일인 어제도, 일요일인 오늘도 할 일 없이 잠만 계속 잤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잠만 자는데... 3개월을 휴직한다고.... 하, 폐인되기 딱 좋은 루트 잖아!! 하고 또, 불안한 마음에 이불을 걷어차기를 여러번 이었죠! 참으로 두렵습니다. 3개월이 주는 그 무게감이요! 정상적인 적어도 우울삽화 라는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 휴직계를 던지는 상황이라면 이런 불안에 떨지는 않을 텐데요!
도대체 우울삽화는 뭐고, ... 내 머리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건데!!
<가정의학과 주치의 선생님의 진단>
우울한 기간과 우울하지 않은 기간이 명확하게 구분 된다고 하는 '우울 삽화'라는 낮선 용어가 현재 저의 심리적 질병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정의학과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환경이 바뀌거나,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증상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내상담 선생님의 조언>
불안 보다는 우울이 늘어난 건 맞아요! 차라리 그냥 주변 사람에게 화를 내세요. 나 자신에게 향하는 화 만큼 무서운건 없어요. 주말에, 혹시... 엄마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생각이 떠오르거나, 그러면 전화나 문자 해도 되요! 악어씨가 지금은 가장 소중하니까요! 아, 그리고. ... 임원님이나 주변 팀장님들이 모두 악어씨 도와주려고 하는 거 잘 알죠? 그 부분은 잊지마세요. ^^
<임원님의 훈화>
악어, 지금은 악어만 생각해야 해요.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찾아보시구요!
(중략)
목욕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이 상태로 계속 잤다간 머리가 깨질 것 같았거든요. 아무생각 없이 냉탕과 온탕을 교차하며 몸을 담구어 줍니다. 사이 사이에 찜찔방에 들어가 멍하니, 3분 동안 고열을 느끼며 나옵니다. 그리고 챙겨온 텀블러에 냉수를 담아 수분 충전도 합니다. 묻은 때를 때밀이로 걷어냅니다. "아, 나 언제 목욕탕 오고 안 왔더라...? 여름 시작되기 전이었나?" "작년에는 그래도, 호캉스도 소소하게 하고, 전시회도 다녔었던 것 같은데..." 목욕탕 매점의 냉장고를 봅니다. 바나나 우유가 보입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온탕에 앉아서 바나나 우유 먹으면, ... 해방감 장난 아니게 느낄 수 있는데, 말이지!! 라고 혼잣말도 해봅니다. 바나나 우유 위로 맥주가 보입니다. 다음에는 맥주를 한캔 뜯을까? "간혹, 내 또래 혹은 나 보다 조금 나이많은 언니들이 목욕탕에 와서 피로를 풀면서 캔 음료나 맥주를 먹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쉬는 게 저런건가? 하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아 나, 목욕탕에서... 땀 빼고, 수분 보충하는 이 시간을 즐기는 구나...
적당히 땀을 빼고, 시원한 라운지로 나와 동네 아주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tv를 봅니다. 최근에 즐겁다. 혹은 재밌다.라는 감정을 느낀게 언제였지? 이번 주말에는 밥도 제대로 안 먹은거 같은데, ... 흠. ... 다음주 당장 9월인데, ... 올해는 도대체 뭘 한 걸까? 연차를 써도... 계속 일만 하게 됐고, ... 회사에 가면 늘... 일 못하는 사람이고, 지금 하는 일은 딱히 잘하고 싶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팀 이동도 마음대로 안 되고, ... 앞으로 하고 싶은 건? 딱히 없고,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나아질 요인들은 현저히 없다고 봐야하고, ... 속좁은 팀장과 일진 놀이에 도가 튼 팀원 예네는 뭐, ... 옵션인거 같은데, 인사권이 없어서 걷어 낼 수 도 없고,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 도 없다. ... 고문인데? 거의???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휴직계를 내면, 한 달 정도는 방황한다고 합니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그게 이유랍니다. ... 2개월 정도 푹 쉬면... 자유롭게 잘 쉬게 된다고 합니다. 쉬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아마, 임원님이 제게 휴직계를 권한 이유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저의 애너지 상태를 고려한 추천이었겠지요.
정신과 진료실에서 저는 주치의 선생님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에요. 머리에 안개가 꽉 끼어있어서, 잘 기억이 안나는 것 같아요. 몇 시에 잤는지? 몇 시에 일어났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그런 것 조차 기억이 잘 안나요!
저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