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엉 Dec 23. 2023

회사 복귀. 체감 온도 -20도

여전히 일방적인 팀장과의 면담

#intro

일이 많아서, 회사 생활이 힘든 건가? 진짜?!

정확한 통계를 찾아봐야 하겠지만,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직장인은 과반수 이상이다. 우리의 고통이 번아웃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불안장애, 우울증 등 다소 다루기 어려운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 불안장애, 우울증의 원인은 과도한 업무 때문일까? 여전히, 직장인의 정신 질환의 원인을 '과도한 업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이나 업무량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직장 상사의 리더십, 직원 개인의 업무 적합도 및 만족도, 사내 문화, 주변 동료들의 성향, 그리고 나의 고유한 특성 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번아웃을 유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으로 나아가기도 (그런, 직장이 있기는 할까?....) 하겠지... anyway... (어쨌든)


출처) 잡코리아



#회사회상 - 에피소드(1)

하반기 평가 그리고, 팀장. 당신은 여전하군요!

팀장 그녀와 하반기 평가에 대한 면담을 했습니다. 최하위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정리되나 봅니다. 성과자에서 미성과자가 되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팀장은 10개가 넘는 평가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읊조리며 본인이 매긴 점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합니다. 저는 그녀가 정한 평가 기준과 평과 결과에 대해서 딱히 관심 없습니다. 이 지경이 된 제 자신이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네까짓 게 메긴 평가의 객관성과 논리성 그리고 
정당함에 대해 나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팀장. 당신은 여전하군요. 오래 사세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셨는지? 팀장은 저에게 할 말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저는 딱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만, '올해가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군요.'라는 말만 하고 약간의 미소를 얼굴에 뛰웠습니다.




<진상팀장과 나의 대화>

진상팀장 : 할 말 있으세요? 

나 : 없는데요. 

진상팀장 :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하세요! 

나 : 올해가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군요.

진상팀장 : 새로 지급받은 노트북 세팅 다 안 됐죠? 조직 이동까지 2주나 남았는데, 업무 안 하실 거예요? 

나 :???

나 : (마음의 소리 : 저기...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진상팀장 : 여긴 회사예요! 


나 : (아무 말도 안 했다니까.... 팀장님 누구랑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일방적인 팀장의 평가면담을 마무리 짓고 회의실을 퇴장하기 위해 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숨 쉬고, 눈만 뜨고 있었습니다. 그날 팀장님은 혼자 펄펄 뛰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허공으로 무한 발사하셨습니다. '당신은 여전하네요. 한결같아서 좋군요!' 허. 허. 다시 머리가 아파옵니다.




<진상팀장과 나의 대화>

나 : 업무 배정은 자율적으로 하세요? A업무는 신입공채, 소리 지르는 팀원 둘이서 하고 있고, B업무는 아직 요청이 없지 않나요? 그리고, c업무는 다음 달에 시작하고 담당자는 파견직원분들 아닌가요? 그래서 지금 업무환경 조성하고 있지 않나요?


진상팀장 : 'c업무는 다음 달부터 시작해요. 파견직원분이 하실 거고요! 신경 안 써도 돼요?'


나 : (마음의 소리 :???... 왜 제가 했던 말,... 왜 또 말하세요?) 


나 :?????? 


나 : (마음의 소리 : 또 시작인가? 지겹다... 진짜....)


팀장과 평가 면담을 마치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옵니다. 매우 피곤합니다. 도대체 저는 누구와 대화를 나눈 걸까요? 이래서 정상적인 사람이 비정상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멘탈이 바사삭 무너지나 봅니다. 올해 2월부터 진상팀장 아래에서 했던 삼류드라마 같은 고생스러운 경험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지난날을 견뎠는가?' 하는 의문문만 무의미하고 허공을 헤엄칩니다. 3개월 휴직하고, 복귀 2일 만에 마음속에서 다시 화가 용솟음침을 느낍니다. 심장이 웅장해지다 못해 폭발할 지경입니다. 



#회사회상 - 에피소드(2)

'참고하세요'와 '참고부탁드립니다.'의 차이가 뭔데?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체감 -20 이상의 매서운 추위입니다. 3개월 휴직하고 돌아오니, 몇 가지 사내 행정 서류와 업무 프로그램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휴직기간 동안 사내 인트라넷의 계정이 휴면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로그인이 되지 않거나 접속이 불가한 페이지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업무 환경 세팅 중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자를 찾고, 원인을 파악하고, 전달받은 방법을 적용하고, 기다리고... 적용여부를 확인하고 등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업무 환경 조성이 더뎠습니다. 입사보다 어려운 것이 복직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성격 급한 팀장이 사내메신저에 들이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팀장에게 사내 메신저로 현재 업무 환경 세팅 상황에 대해 리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곤 팀장의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다다다다 거리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본인이 원하는 것만 나열하기 바쁜 것 같았습니다.


<진상팀장과 나의 메신저 대화>

나 : 현재 업무 환경 조성 중에 있고, A, B의 경우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연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진상팀장 : 악어씨, 저는 악어씨 직장상사이고, '참고하세요.'는 이러이러한 경우에 사용하는 문장이고,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는 '참고 부탁드립니다.'가 맞는 문장입니다. 이 점 또한 참고 부탁드립니다.


나 : (마음의 소리 : 뭐래?... '참고하세요.'와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 '참고 부탁드립니다.'의 차이가 뭔 상관?,.... 피곤하다.... 답장하기 피곤하고, 퇴근이나 해야겠다....)


한결같아서 참 조으다. 얼쑤!

#마무리하는 글

 intro부분에서 제가 공유드린, 잡코리아 조사결과를 다시 보면서 우리가 번아웃,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빠지는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볼게요.


우리가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가 아니라 '팀 또는 조직의 목표와 비전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모호하고&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아닐까요? 방향이 없으면 혼란스럽기만 하고 정리 자체가 잘 안 될 겁니다.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찾고 싶어도 방향이 없으니,... 애써서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한다고 한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겠죠.


업무에서 자율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이 있어야 독립적인 성장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지치는 이유는 업무 환경을 변화시킬 자율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는 어떨까요? 서로 윈윈 하는 협력보다 경쟁적이며 서로를 깎아내리는 팀 또는 사내문화는 '소외'라는 감정과 행동들을 자동반사적으로 동반합니다. 조직 구성원 누군가 '소외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혹은 '당신이 조직 내에서 '소외감'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나요? '소외감'은 매우 헤로운 감정 중의 하나입니다. 담배 20~30개비를 피우는 것과 동일하다.라는 의견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해로운 것과 하루 8시간 이상 마주하고 있다면 인관관계는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린 정말 '직무가 적성에 안 맞아서' 번아웃이 오는 걸까요? '나와 정말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명확한 방향성(비전), '성숙한 조직의 리더'. '직무의 자율성', '주변의 지지와 협력' 등 직무 외의 요소들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번아웃,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빠진 것은 결코 당신의 잘 못이 아닙니다.
 

#알려드려요. 

몇 주전부터 저의 회사생활 회고와 휴직 후 태국한달살기 경험담을 함께 발행했습니다. 

24년에는 [하루한편퇴사에세이]는 현재 방식으로 연재하고, [태국한달살기]에 관한 글은 브런치 스토리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23년 저의 글을 읽고, '라이킷!' 클릭해주신 구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 


구독자님들의 댓글과 '라이킷'은 저의 꾸준한 글쓰기의 에너지이자 동력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악어 드림 - 23년 12월 23일 - 

매거진의 이전글 촛불처럼 사라지고 싶은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