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엉 May 16. 2024

지하철 츨근길에서 잠시 생각해본 결혼관

더럽고 치사함을 같이 견디는 게 결혼 아닐까?

30대 초중반. 600명 임직원 규모의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 연봉 성과금 다 포함하면 4600만원 ~. 차는 없지만 대략 14평 정도의 작은 빌라에 산다. 직업은 디자이너 였다가, 기획자이기도 했고, 현재는

 미디어 관리자(영업파트), 60즈음에는 국수집 사장이 되고 싶고, 40대 ~ 50대 사이에 패브릭 브랜드를 만들고, 미싱 공방을 차리고 싶다. 30대… ? 김수현이 나오는 겨울의 여왕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다. 30대 계획이 없다. 아니. 결혼 계획이 없다. 지금 당장 길에서 자만추로 남의 집 귀한 아드님을 만나서 결혼이라는 것을 한다고 해도, … 결혼식은 안 할 것 같다. 결혼식할 돈으로 해외 여행 갈 것 같고, 집은… 지금 집에서 같이 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조금 좁아지겠지만… 세탁기, 냉장고 모두 사용한지 8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귀한 집 아드님 들어오시면 세탁기랑 냉장고, 식세기만 들이면 될 것 같다. 식세기 있으면 덜 싸운다고 한다…에어컨은 어차피 내가 이번 달 중으로 장만할 테고… 나는 차가 없는데, 들어 오실 아드님이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봉… 많이 생각하던데… 차피 뭐 나랑 비슷하게 벌겠지… 많이 바라지 않는다. 비슷하게 벌면 될 것 같다.


혼자 사는 내게. 이웃들이 혼자 사냐고 물어 본다. 나는 “혼자 살아요” 라고 통명 스럽게 말한다.


난 4층에 살고 5층에 젊은 부부와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영유아가 사는데, 아기 친구가 수족구에 걸려서 밤낮으로 울고 있다. 이게 황송했는지… 아기 엄마가 빌라 주민 단톡방에 죄송하다며 문자를 남겼다. 3층에 사는 70대 어머님의 답변이 좀 거슬렸다. 요즘 애들 울음소리는 국가의 기둥이라서 괜찮단다.


국가의 기둥…


새롭다. 사실 나는 한국이 소멸하든 내 알바아니다. 솔직히 지금 60~70세대들 자녀 4명은 기본 아니었나? … 현재 90년대 태어난 30대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결혼하고 출산한다고 해도… 506070 부양 할 수 있기는 하나? 이 100세 시대에… 웃기는 어르신들. 좀 솔직해 집시다. 우리 모두.


그리고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인생 유난들 좀 그만 떱시다. 그거 아세요. 혼자 사는 연령 중에 60대 분포가 가장 높은거요.


(중략)


생각해 보면 결혼할 이유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속 된 말로 여성의 경우 예전 처럼 취집을 가야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못해도 월 200~300만원을 벌 수 있지 않나? 심지어 요즘엔 결혼을 젠더 이슈로 보는 사람도 있다.


결론적으로 결혼관에 대해 쓰면서도, 50대 ~ 60대에 뭘 하고 살지에 대해 상상은 하면서도, 지금 당장, 그리고 30~40대에 딱 이걸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내 자신이 놀랍지만, 이 놀라움들 사이에서 어제 본 드라마의 대사 한 줄이 떠오른다.


“싫은 걸 참고 견디는게 결혼이라도 생각해. 그래서 선택했어. 남편이 그걸 하고 있고” 라고 말한 눈물의 여왕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대사 중.


어쩌면 나도. 행복하기만 한 결혼을 꿈꾸는 남자 보다, 더럽고, 치사하고, 구차한, 좋은 일 보다 나쁜일이 더 많고, 성취 보다 상실이 더 많으며, 오래 가는 인연을 찾기 보다, 일상을 그저 묵묵히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나르시스트 같은데, 저는 어떻게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