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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y 07. 2024

엄마가 나르시스트 같은데, 저는 어떻게 하나요?

사내 상담실에서

부모가 나르시스트이면, 정말 사회에 나가서도 나르시스트를 만날 확률이 많을까? 섬뜩한 나의 가정이 제발 맞지 않길 바랄 뿐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인간상, 돈 이야기만 하는 엄마,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인간이 아주 질려버렸다.


서울 성북구에 은행 돈으로 약 10평대의 소형 빌라를 매입했다. 600명 임직원이 근무하는 중국계 유한회사에 다닌다. 만 32세 여자.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만 하면 딱히 지금 당장 먹고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괜찮다. 그런데, 난 안 괜찮은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이 다 싫어졌다.


지난 금요일 일찍 퇴근하여 사내 상담 선생님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녀의 방문을 열고, 나는 약 2주간 있었던 일에 대해 나누었다. 이삿짐을 다 싸서 나왔고 나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빨리 출발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은행 볼 일 있다며 집을 비우곤, 계약서 안 줘서 보증금 못 준다는 개소리나 하는 70대에 접어든 노망난 집주인의 이야기와 잊을 만 하면 '돈'이야기만 하는 엄마 이야기까지. ...


(사내 상담 중 대화)

상담 선생님 : 이번에 집을 매입하면서, 부모님께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 어머님은 계속 힘들다는 말만 하셨을 꺼에요. 계속 그렇게 본인의 힘듦을 말해야 하는 분인거에요. 전세사기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을 볼 때, 집 매입한건 제가 봐도 백번, 천번 잘 하신거에요. 너무 너무 잘하고 있어요!


나 : 선생님 그런데요. 전 진짜. 돈 이야기만 하는 엄마에 대해 화가 너무 많이나요. 반대로, 어차피 제가 한 결정에 대해서 지지해준 적도, 지지해주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 지지를 바라고 있는 제 자신에게 더 화가나요. 어차피. 엄마라는 사람은 그 것 까지 밖에 안 되는 사람인데, 이걸 부여잡고 있는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상담 선생님 : 누구에게나 부모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요. 슬프지만,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머니한테 지지 받고 싶은 마음도, 격려나 위로 등을 받고 싶은 그 마음 모두 내려 놓아야 해요. 그래야 혼자 독립이란 걸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대상을 찾게되요. 내 결핍을 채워줄 또 다른 대상을. ...


나 : 선생님, 전 그럼. 부모님과 선 긋는 연습을 해야할까요? 계속. 선을 그어주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건가요?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상담선생님 : 간혹, 각자의 경계를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죠. 계속 선을 긋는 연습을 해야해요. 서로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각이 좁아요. 자신의 시각에 갇혀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주인 이야기도 그래요. 계약서를 받으셔야 보증금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시각 안에만 있을 수 있는 사람인거죠. 더 이상, 타인의 시각에 휩쓸리지 말아요. 저 사람은 저렇구나. ...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거죠.


나 : 결핍을 채워줄 다른 대상을 찾는 걸 나르시스트 성향의 사람들은 더 잘 아나요? ... 그래서 저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가요?


나의 속 마음 : 나르시시즘 성향의 사람을 잘 만나는게 아니라 결핍을 너무 채우고 싶어서, 타인에 대해 배려가 더딘 사람에게 다 내어주는 편이 아닐까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두뇌 회로에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그런 유약함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걸꺼에요.





엄마와 선 긋기 연습.

이번주 금요일 울산에서 엄마가 왔습니다. "송파구에 살 때는 편했는데, 성북구로 이사가니까 너네집 가기 너무 불편하다."며 성화입니다. 그리곤, 토요일에 서울 유랑을 하시고, 제 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집에 갈 예정인데, 혼자 지하철 타고 가기엔 어렵고, 택시 요금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원하는게 뭔데? 일요일 그날 서울역까지 데려다 달라는 거야? 라구요. 그랬더니, 엄마의 답변은 서울역 데려다 주면 안 되냐? 엄마가 서울 잘 모르니까.... 라고 답하시기에. 저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엄마가 해결해야하는 문제! 인 것 같아!


점심 시간에 엄마와 남동생을 만나서 한남동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이야기 하다가, 회사에서 경험한 환장 대잔치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는 제게 다시 이렇게 말하시더군요. 니가 어렸을 때 한 고생은 고생도 아니다. 고생은 엄마가 어렸을 때 더 많이 했다. 단지 사회 나와서 사람들 때문에 조금 고생한 것 뿐이야. 그리고 너 보다 더 힘든 애들 많아… 너 여동생 대학교 오빠는 중견 제약사에 취업했는데, 아직도 집에 생활비를 보내주더라, 그 오빠 아빠가 유명한 일타강사였는데, 동업자랑 사업하다가 동업자가 사기치고 2~300억을 들고 튀어서, 아직도 빚에 허덕인다고 하더라. 너는 힘든 것도 아니다.

기가 차지 않나요? 저는 엄마가 들려준 여동생 아는 오빠의 사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사례가 너무 극단적인것 같은데, 그리고, 엄마 고통은 다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해!


저녁으로 냉면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조카 동생이 삼성전자 본사에 다니는 터라 24살인데, 연봉만 5300만원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삼성 반도체 만드는 공장에 들어갔죠. 고졸인데도 불구하고, 우수사원이 되서 연봉 협상을 했답니다. 밥 먹다가 그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 작년 성과금도 못 받고, 올해 연봉 협상도 하지 못한 저에 대한 최소 1300만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을 낸 제가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세 같았습니다.


내가 작년에 얼마나 아팠는지... 모르는 사람은 우리 엄마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 모르겠지만, 내가 퇴사라는 키워드를 선택하지 않은 것 자체가 난 기적이라고 봐. …


제 통장에는 아빠가 준 비상금 200만원 정도가 있습니다. 이삿날 아빠와 헤어지면서 아빠가 제게 준 돈인데요. 전 그 돈 아직 10원도 안 섰습니다. 퇴직 후 저의 어버지는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신 상황이지만, 여전히 월 300만원 받는 직장에서 다시 사회생활중입니다. 막상 나가보니 70대들도 멀쩡라게 일하더라, 나는 거의 막내야! 하면서 말이죠. 그리곤 퇴근 후 유튜브의 세계로 가버리시지요. 엄마와는 소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갑니다. 유튜브의 세계로 뽕 가버리는 이유에 대해서요. 아빠의 그런 태도에 대해 엄마는 늘 너네 아빠는 현실에서 안 사는 사람이고,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고… 등 등. 라며 성화입니다.


엄마에게 뭐, 또 말하진 않았지만.


현실에서 사는 사람이.

세상물정 알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엄마, 난 없다고 생각해. 그저 다들 자기만의 세계에서 잠시 살다 가는 것 같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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