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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Apr 25. 2024

살다 보니 우리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인 것 같다.

다시 글을 씁니다. 아무 말 대잔치이니… 조심히 읽어 주세요.

하나밖에 없는 팀원은 퇴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업무 중 일부는 나에게, 다른 업무들은 다른 팀에게 인수인계 됐다. 퇴사자 발생으로 인한 불편한 체증을 정리한 팀장님은 선거 공휴일 전날 연차를 쓰셨다. 재택근무 같은 건 좀처럼 하지 않는 분이신데, 그는 오늘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출근 후, 팀 주간회의가 있었던 터라,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이 아프셔서 병원에 있는 뜻한 눈치였다. 그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걸 파악한 나는 주요 현안만 보고하고 빠르게 전화를 끓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 반차를 내고 주택담보대출 관련 업무를 마무리 짓기 위해 나는 회사를 나와 1시간 거리에 있는 은행으로 행했다. 2억 주택담보대출 서류에 최종 사인을 했다. 안도감과 이상한 자부심 그리고 안정감이 들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날씨가 더워지면 찜질방이 되고, 냉기는 거의 없어진 그런 에어컨이 있는 집에 살면서 집주인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서울에서 8년 넘게 살면서 내 통장에는 현금 오천만 원도 없지만, 내 명의로 된 빚만 2억이라니… 2억이라니… 하는 걱정보다는 전세사기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서울 아파트 소형 주택이 3억대부터 시작하니… 그것도 전세… 이 말 같지도 않은 집 값 앞에서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집이란 게 참 이상했다. 집이 생기고 보니, 지금까지 내가 낸 월세와 전세금이 어떻게 집주인들의 손에 의해서 쓰여 왔는지! 더욱 실감 나게 알게 됐다. 대출자는 나인데, 집주인은 중간에서 내 보증금을 받고는 다른 사적 용도로 사용했을 때,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떠한 감사를 받지 않는다. 내 눈앞에 보이는 20억짜리 아파트가 어쩌다가 20억이 됐는지도? 알게 되었다. 저 집을 매입하기 위해 집주인은 과연 몇 명의 전세금을 중간에서 갈취했을까?


(중략)

시간이 꽤 흘렀다. 내게는 집 마련이 올해 가장 큰 일이었고, 넘아야 할 산이었다. 이전에 살던 전셋집을 정리하고 보증금을 받기 위해 나는 집주인과 싸워야 했고, 엄마와 사이는 멀어졌다. 현금 10원도 없는 내게, 엄마는 내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잔금으로 빌려준 몇 천만 원에 대해 신용대출이나 추가 대출을 받아서 먼저 빼서 달라고 성화였다. 당장 돈이 나가야 할 구멍만…여러 개인 나에게 엄마의 요구는 너무나 기가 찼고, 누가 보면 내가 엄마한테 2억을 빌린 것으로 보이리라… 정작 돈을 빌려준 아빠는 안 갚아도 된다. 취업 준비할 때 한 푼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고생하면서 지금 다니고 있는 외국계 회사에 들어간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솔직히 아빠말이 맞다. 이직 공백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아빠가 빌려준 돈만큼의 액수를 나는 내가 벌어서 그때그때 깨 먹으면서 취업준비를 한 적도 있고, 이직준비를 했다. 심지어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나는 내가 번 돈으로 병원을 다녔고, 심리 상담을 받았다. 게다가 나는 또 내가 번 돈으로 휴직기간에 생활비와 주거비 각종 세금을 다 냈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게 돈 갚으라는 말만 했고, 막상 집 계약이 끝나고 잔금을 치르고 입주라는 것을 하니… 나보고 침대 살 꺼면, 퀸사이즈 침대를 들이라고 했다. 이유는 본인이 서울 놀러 왔을 때, 잠이라도 편하게 자야 한단다. 아마 우리 엄마는 본인이 했던 침대에 관한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것이다.


부모님 집 신발장 문을 열면 엄마 구두만 수십 켤레가 들어앉아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난 저 구두들 모두 깡그리 다 팔아버리고 싶다.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의 구두들로 한 켤레당 최소 30~50만 원, … 그런 구두들이다. 회사 복지몰에서 5만 원에 구입한 로퍼와 큰 맘먹고 작년 겨울에 구입한 부추… 딱 10만 원 정도 하는 운동화 2켤레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나와 정말 대조적인 신발 구성이다. 그럼 또 가방이야기를 해보자. 막내 남동생이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2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엄마에게 사주겠다고 했는데, 가방을 보러 간 그날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400만 원짜리 가방을 사야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날 전화를 끓고 내 통장에서… 70만 원 정도의 돈이 나갔다. 그 후, 부모님 댁에 방문하는 날에는 이상하게 가방이 늘어나 있었다. 30만 원 ~ 50만 원 요즘 여성들이 데일리 가방으로 사용하는 백화점 브랜드의 가방이었다. 엄마의 가방, 신발 다 팔아버리면 아무리 못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다. 나의 경우.. 애코백 1개. 10만원 짜리 백팩, 또 10만원 짜리 노트북 크로스 백 딱 여기까지다. 내일 모레 30대 중반… 이 곧 코 앞이지만 30만원 짜리 가방은 내 손으로 사본적도 없다.


나는 요즘 엄마와 전화 통화를 안 한다. 전화만 하면 힘들다. 돈이 없다. 돈 값아라. 이런 질색팔색하는 이야기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곤 요가원이 어렵고, 회원 모집이 안 되고, 은행 대출이자가 높아졌고, 결론은 돈이 없으니까! 돈 값아라… (참고로 필자의 엄마는 요가학원 원장이고, 은행 대출이지만… 자기 건물에 요가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어느 날은 이런 구구절절한 하소연을 듣다가 전화기를 귀에서 멀찍이 떨어뜨리곤, 굳이 그녀의 되지도 않는 하소연을 외면했다. 사탕 먹다가… 초콜릿 먹고 싶다고 떼쓰는 7세 아동도 아니고, … 정말 피곤하다. 엄마의 푸념 소리를 듣다가, 나는 엄마에게 한마디 날렸다. 감당 못하겠으면 요가원 정리하고 빚 값던가! 끓어라. 정말 이 글을 읽는 모두, 내가 부모님께 한 2억 빌린 줄 알 것 같다. 내가 부모님한테 빌린 돈은 거의 3000만 원 정도이고, 1.5년 정도 개고생하면 갚을 수 있는 돈이다. 심지어, 난 내가 현재 매매한 집을 팔았을 때, 최소 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는 남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2억이라는 큰돈을 은행에서 빌려 집을 매매했다. 엄마의 떼씀에 더 화가 나는 건, 아빠 통장에 현금만 3000만원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아빠는 교육 공무원으로 3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하여, 다박 다박 연금을 받는 연금 수입자이고, 퇴직 이후에도 일을 놓지 않으셔서, 월급만 300만 원에,... 농부이기도 하셔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년 2000만 원 정도 수익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엄마가 운영하는 요가원 월 수익이 아무리 못해도 월 200은 될 테고,... 하도 어렵다고 하니까… 최저 수익으로 예측해 본다. 엄마 요가원은 잘 나갈 때, 혼자 월 500만원은 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둘이 합쳐 월 천만 원 정도는 버는 것 같은데, 자식들 다 키웠고, 나갈 돈도 없으며, 이젠 본인들 노후 대비와 자산 증식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도대체 무슨 돈이 없단 말인가! 심지어 우리 부모님은 결혼도 일찍 하셔서 이제 50대 중후반에 60대 초반이다.


솔직히 동생이 집을 매매한다고 치자. 그때쯤 가서 누나 된 도리로, 내가 1~2천 원 안 빌려 주겠나? 돌아보면 엄마는 늘 ”늘 돈 없다. “ , ”힘들다. “ 소리만 했다. 심지어 내가 우울증으로 휴직계를 냈을 때, 병원비 한 푼 지원해 주지 않았다. 돈 따위 바라지도 않았지만, 휴직해서 놀면! 하! 라며 또 짜증을 내곤, 또 돈 깨지겠네!!라고 말했다. 제삼자가 보면 계모… 나!? 새엄마??로 오인할 수 있겠다만, 진짜다.


돈 없는 건 엄마 사정이고, 난 아빠랑 이야기 끝났고. 엄마 요가원 상가에 걸려있는 대출 이자 감당 못하겠으면, 요가원 정리해. 어차피 아빠 연금 다박 다박 들어올 거고, …라고 말하고 나는 전화를 아주 끓어 버렸다. 더 심하게 말해 줄 걸… 라며 나는 후회 중이다. 엄마는 힘든 게 아니라, 그냥 경제적인 주도권을 놓고 싶지 않은 거야.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순간, 그 좋아하는 구두, 옷, 가방 뭐 할 때마다 아빠 눈치를 봐야 하고, 하고 싶고 사고 싶은 것에 제약이라는 것을 받게 되니까. 그리고, 여행도 마음대로 못 가겠지… 그냥 지금까지 씀씀이를 줄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돈이 정말 없으면… 분기마다 서울 놀러 못오겠지… 울산에서 서울까지 차비만 10만원이지 않나?


살다 보니, 엄마가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한다. 나르시시트 부모를 둔 자녀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기쁨으로 한 줄 더 기록해 본다.


부모님이 나르시시스트… 같아요…라는 그대의 아찔한 걱정에 대해.


첫 번째. 부모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정의할 정도면, 아무래도 당신 자신에게 쌓인 게 많을 거다. 그리고 그 해묵은 감정은 덜어 내도 덜어 내지지가 않을 거다.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공백일 거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지만, 머리로 라도 인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스로 생존해 낸. 당신 자신이 정말 대단하고 강인한 사람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두 번째. 당신 부모가 말하는 당신에 대한 몇 가지는 실제로 당신이 아니다. 무척 어렵겠지만… 엄마가 말하는 나에 대한 특성은 죄다 틀린 거다. 나르시시트들은 그저 자기 편한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말한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당신에 대한 관점은 대부분 근거 없다.


세 번째. 나르시시트들은 끓임 없다. 특히 자신의 불편이나 불쾌한 감정을 말하는 것에 대해. 이유는 단 하나다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감을 못하는데, 내 감정이 타인에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들 입장에서 돌아볼 이유도 없고, 심지어 조심할 이유도 없다.


넷째. 나르시시트 부모들. 아마 매 순간 자기 자식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챙김 받고, 애써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거다. 그들의 애정 갈구받아주지 말자. 연락 끓고, 잠시 그와 그녀를 떠나도 된다.


마지막.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인것과 회사… 그리고 퇴사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놀라지 말라… 부모가 나르시시스트이면 사회나 회사 나가서 꼭 나르시시스트 직장 상사나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 같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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