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그 미지의 세계

우리는 농촌에 대해 모른다.

by 무엉
IMG_0997.jpg 차라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였다면, 농촌에서 디자인한 시간이 덜 이상했을까?



이상한 농촌의 앨리스

농촌 일자리 전문 기업 p사에서 농장코디네이터라는 신직업을 디자인 하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야무진 꿈 같은 서비스를 기획했던 것 같다. 서비스 전체를 기획하고 구체화시키는 막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나는 농촌에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사람들과 미팅이 잦았다. 그 중 농협 관계자와의 미팅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농촌 사회의 고질적 인력 부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농촌에 대한 여러가지 논의를 하던 중, 관계자는 "대체 농촌은 어떤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시 나에게 한국의 농업계 특수 은행(출처 : 위키피디아). 이라 불리는 농협 관계자의 질문이 무척이나 생경하게 들렸다.


그 만큼 우리는 농촌에 대해 잘 모른다. 1900년대 초 격동의 시대. 조선의 국민 대부분은 농민이었으나, 10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의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5%로 기록되고 있다. 앞으로 농민의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식민지, 분단, 전쟁,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하면서 한국은 농촌에 대한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도시와 농촌의 극단적 격차로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방소멸, 공동체 파괴, 고령화, 고질적 농업 인력 부족 나아가 식량자급률의 하락 등 치명적인 문제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기억의 단절]

이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을 [기억의 단절]이라는 나만의 단어를 붙여 뒀다. 농촌의 문화와 전통은 다음 세대로 구전되어 전파될 시기를 놓쳤다. 라고 종 종 혼자만의 해석을 붙인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놀며 자라는 요즘의 아이들은 농촌을 모른다. 아니, 상상할 단서 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개의 지방 광역도시를 거쳐 특별시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나'와는 동일시간을 영위하지만, 다른 세계관 아래에서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곳은 촌이야! 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청년보다, 서울, 지방 광역 도시, 농촌 모두 장단점이 존재하고, 한국은 참 다채로운 곳이야!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청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런 낭만적인 관점을 갖고 세상을 헤쳐나가기엔,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버렸다.


농촌의 일 vs 도시의 일

농촌과 도시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짧은 기간 체화된 내 경험으로 몇 가지 단어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도시는 분업화 됐고 자동화 됐다. 도시의 기업들은 직무중심으로 구직자를 찾는다. 분업과 그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며, 명확한 계약 아래 '주고 받기' 상태계를 이룬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대기업과 우리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회사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농촌에 비해 각자의 영역과 활동범위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농촌은 어떨까? 농촌은 융합화 및 수동 체계를 따른다. 많은 영역의 일들이 한 곳에서 일어나고, 하나의 경영체에서 일어난다. 농촌 또한 역할에 대한 책임이 중요한 공간이지만, 상황에 맞추어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융합적인 일이 많다. 또한 사람과 자원, 기반시설의 접근도 그 모든 것이 도시에 비해 느슨하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수동체계를 따른다. 쉽게 말해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직접 구하고, 직접 만들고,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농촌에 취직한 청년의 고민

농촌 일자리 전문 기업 p사에서 근무할 당시, 구직자 상담을 주로 했었다. 농촌에 흥미를 가진 몇 몇의 반짝이는 청년들이 p사의 문을 두드리며 농촌의 일을 찾았고, 취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초심에 품었던 열정은 증발하여 사라진 창백한 표정으로 농촌에서 경험한 노사갈등을 고백하기도 했었다. 그 고백의 끝에,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농촌 노사갈등의 원인은 고립된 공간에서 최소 3인 ~ 4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잦은 업무의 변화, 구두 중심의 계약, 농촌 사회가 주는 짙은 적막감과 외로움 등이 있다.


조금 슬프게도, 나 또한 위의 이유로 1년 3개월 동안 지속한 농촌의 삶을 정리하고, 100% 도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낙후된 곳일 뿐인가?

농촌에 대한 수식 중 [농촌 = 낙후된 곳] 이라는 관념이 존재하곤 한다. 어느쪽이 진보적이고, 어느쪽이 낙후되어 있냐? 라는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 나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단지 문화 차이라고 인식한다. 그저 문화가 다른 것 일 뿐이다.


그저 문화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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