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꿈에서 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어제도 나온 곳은 골목길. 양쪽으로 다세대주택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 그리고 좁은 오르막길. 서울 강북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모습.
꿈에서 나는 그곳에서 살곤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 때 내 집은 둘 중의 하나의 모습인데, 하나는 옛날 살던 단독주택과 비슷한 모양이고(아직까지도 집의 구조가 선연하다) 다른 하나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작은 3층 정도의 하얀색 건물이고 건물 입구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현관이 나오는 집이다. 며칠 전에는 분명 그런 집인데 왕십리역 같은 커다란 역의 쇼핑몰 구간과 연결되어 있는 집이 나왔다.
어제 나온 집은 단독주택이긴 한데 하숙을 치는지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실 공간에 바로 부엌과 식탁이 있고 양쪽으로 난 통로에는 방들이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학시절의 인연이 나오고 더 예전의 인연도 나오고… 끊어질 듯하다가 반복되었다.
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감정의 변화와 표현이 있고… 깨고 나면 마치 다른 세상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
나는 이렇듯 두 개의 세상에 살고 있고 지금의 현실은 물리적으로 혼자이며 내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쓰며 나를 위로하고 이 현실에서 버텨갈 힘을 만들고자… 만들고 있다. 꿈속 세상은 나의 노력은 필요치 않으며 외로움도 없다. 그저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대로 받아들인다. 즐긴다. 때로는 자각몽으로 이어지도록 애써보기도 한다. 그 꿈들은 깨고 나면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지만 현실의 나를 위무한다. 그리고 그 위무감으로 나는 현실을 버티어 낸다.
꿈의 세계가 현실의 나를 방해한다고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죽으면 실컷 잘 수 있으니 현재의 잠은 줄어야 한다는 류의 - 그런 말들로 자책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의 생각은, 그나마 꿈의 세계로 인해 현실을 견디고 버티며 위안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역시 그나마 현실에서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으니 드는 생각이지만. 꿈에서 깨는 게 두렵고 꿈에서 깨지 않기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지금은. 다음날 할 일을 생각하며, 부디 이루기를 바라며 잠드니까.
꿈의 세계를 밑거름 삼아 현실의 세계를 버티어내고, 단순히 견디는 것을 넘어서 발전하는 내가 되기 위해, 내 본성에 충실한 나를 만들기 위해, 그러기 위해 나는 살고 있다. 그것이 내 삶이다. 오직 한 가지, 몰입하는 삶, 그것 하나… 나의 이 절박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소멸할 유일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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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 구상하고 집필하던 시기인 2023년 9월의 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