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불안
『맥베스』 <한우리 옮김, 더클래식, 2013년>
“난 무엇이든 과감히 하겠소.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인간이 아닌 거요.”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반란군을 진압한 공로로 사촌인 던컨 왕으로부터 코더의 영주 작위를 하사받았다. 그는 크게 기뻤고 동시에 왕이 되고 싶은 야망도 꿈틀댔다. 자신의 욕망을 아내에게 고백하자, 아내는 이미 왕위를 차지한 듯 흥분했다. 하지만 던컨의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이 왕위를 찬탈하는 것은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던컨이 그의 성에서 하룻밤 머무르게 됐을 때, 던컨을 살해하자고 아내가 그를 부추겼다. 그는 거듭 망설였으나 아내의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을 듣고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두 명의 호위병에게 시해 범행을 뒤집어 씌웠고, 그 둘을 즉결 처형해 증거를 인멸했다. 던컨의 두 왕자는 자신들의 안전을 우려해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로 도피했다.
그는 귀족들의 추대를 받아 왕위에 올랐지만 제왕의 성품을 갖춘 밴쿠오 장군에게 왕권을 빼앗길까 두려웠다. 그는 자객을 고용해 밴쿠오를 살해했다. 냉정했던 아내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하며 불안에 떨었다. 그도 던컨의 환청과 밴쿠오의 환영에 시달렸다. 그의 범행을 의심하던 맥더프 장군이 잉글랜드로 도피하자, 그는 맥더프의 성을 공격하여 맥더프의 처자식을 죽였고 성안의 무고한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살상했다. 그의 폭정에 귀족들이 봉기했고, 맥더프와 던컨의 왕자 맬컴은 잉글랜드의 지원을 받아 그를 공격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권력뿐이었다. 명예, 사랑, 복종, 친구는 사라지고 원성, 아첨, 빈말만 남았다. 감정은 돌덩이처럼 무감각해졌다. 죽음도 두렵지 않았고 아내의 자살 소식에도 무덤덤했다. 그는 끝까지 맞서 싸웠고, 결국 맥더프의 칼에 최후를 맞이했다.
맥베스와 아내는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던컨을 살해했다. 탐욕은 양심을 잠재우는 힘을 주었지만,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호위병 두 명을 즉결 처형해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범행을 자인한 것과 같았다. 당장 왕위에 오르는 일에만 몰두했고, 그 후의 정적 제거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지 않았다.
욕망이 달성되고 시간이 흐르자, 억눌렸던 양심이 다시 살아나며 그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이미 차지한 왕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두려웠다. 그들의 불안감은 자신과 타인을 공격하는 폭력으로 변했다. 아내는 몽유병을 겪으며 우울증에 빠졌고, 그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과 주변인을 무분별하게 살해했다. 던컨을 살해하면서 그의 도덕적 장벽은 이미 무너졌다. 한 번 무너진 도덕은 도미노처럼 다음 악행도 쉽게 결행했다. 무도한 폭력은 정적과 민중의 거센 저항을 불렀다. 아내는 자신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그는 타인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해소하려 했다. 결국 아내는 스스로를 죽였고, 그는 자신이 죽이려던 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자신의 젖을 빠는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방긋거리더라도 그 아이의 머리를 산산조각 낼 수 있다고 말하며, 어떠한 양심의 무게도 견딜 수 있을 것처럼 아내는 맹렬한 기세로 맥베스를 충동질했다. 그런 아내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너졌다.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믿었던 것이다. 탐욕은 양심의 눈을 가릴 수 있지만, 그 눈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맥베스도, 그의 아내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죄책감의 범위를 가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