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된 악습
『루쉰 소설 전집』 「광인일기」 <김시준 옮김, 을유문화사, 2008년>
“모두가 한 패거리가 되어 서로 이끌어 주거나 서로 견제한다.”
비록 옛날부터 그렇게 해 왔다고 하더라도, 나는 사람을 먹는 사람을 저주한다. 늑대촌에 흉년이 들었는데, 며칠 전 우리 집안 소작인의 말에 의하면, 흉악한 놈이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고 마을의 몇 명이 그의 심장과 간을 기름에 튀겨 먹었다고 했다. 작년에는 읍내에서 범인을 죽였는데, 폐병 환자가 시신의 피를 만두에 찍어 먹은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듣고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 굶주려 죽은 자식을 이웃의 죽은 자식과 바꾸어 먹었던 참혹한 역사. 사람 고기가 허약한 체질을 보강한다는 본초강목의 처방. 춘추시대, 역아가 자신의 자식을 삶아 제나라 환공에게 바쳐 아첨했다는 이야기. 흉년에는 인육을 먹을 수도 있다는 마을 청년의 대답. 나쁜 사람은 마땅히 죽여 그 고기를 먹고 가죽은 잠자리로 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병이 나면 아들 된 자는 반드시 살 한 점을 베어 부모에게 바쳐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형의 설교. 사람들은 이러한 얘기를 들어도 비판하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으므로 식인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일부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먹으려고 했다. 침묵 속에 한 패거리가 된 마을 사람들은, 식인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계도하는 개혁자들을 흉악범으로 몰아 죽였고, 그들의 살점을 먹거리 삼았다. 사람들은 서로 두려워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나는 형의 마음부터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이 소작료를 줄여주면 소작인들은 굶주림을 덜 수 있고,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더 이상 사람을 먹지 않아도 되고, 우리는 오늘부터라도 모두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형은 나를 미치광이라고 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식인하는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화난 얼굴로 냉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적의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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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천 년 식인 역사는 기아에서 비롯되었다. 흉년에 아이가 아사하면 다른 집의 죽은 아이와 바꾸어 가족의 생명을 연장했다. 적에게 둘러싸여 갇힌 성안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면 시신으로 음식을 대신했다. 춘추시대 진문공이 추방되어 궁핍하고 병들었을 때, 신하인 개자추가 자신의 다리 살을 바쳤다는 설화가 있고, 『초나라 열전』에는 아버지가 병들자, 딸이 자신의 팔을 베어 약으로 썼다는 내용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굶주릴 때를 대비해 서로의 식인 행위를 눈감아 주었다. 출세를 위한 희생을 충으로 미화했고, 가난한 부모를 위해 어린 딸이 처참하게 희생한 것을 효라고 미화했다.
충, 효로 치장된 거대한 장벽이 민중의 의식을 가두어 버렸다. 생존이라는 절대 과제 속에서 민중은 인간성을 상실했고, 개인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문화란, 물과 공기를 동시대인이 공유하는 것과 같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무리 식인 관습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식탁에 오른 사람 고기를 이미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 기성세대의 문화에 물들지 않은 어린 세대를 시급히 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1910년대, 주인공은 당시의 중국 문화를 이렇게 진단했다. 선진국은 인권을 강화하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짐승의 국가는 인간의 국가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식인뿐이겠는가. 충효, 인의예지, 유교의 교리 속에 숨어 있는 악습을 모조리 찾아내어 개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통째로 잡아먹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