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앤트맨 앤 와스프'를 보고

베타적 가족주의를 넘어선 '가족'들의 연대를 엿보다.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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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 인피니티워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에 개봉하고, 올해의 마지막 마블 영화인 '앤트맨 앤 와스프'를 보고왔다. 전반적인 완성도나 앤트맨 특유의 액션과 화면에 대한 놀라움은 전작인 '앤트맨'에 비해서 부족하다. 어벤져스4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인지 '양자'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느껴지고, 빌런인 '고스트'는 마블의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정도로 소비되고 사라진다.


반면, '양자 영역'의 개념과 중요성 그리고 와스프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성공적으로 마블 유니버스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히스패닉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하는 유쾌한 개그들은 여전히 성공적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여전히 믿을 수 없이 귀여운 개미들과 벌레들은 일상의 소름끼치는 개미들에게 귀여운 강아지와 같은 감정을 가지게 한다. 이전 영화에서는 개미들의 활약이나 귀여움이 더욱 두드러 졌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개미들의 귀여움이나 매력을 살리는 것에는 소홀했다. 3편이 나오게 된다면 개미뿐 아니라 온갖 벌레들의 협공(?)같은 것들을 볼 수 있다면 더는 앤트맨 시리즈에 정말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한줄 평은 전작보단 못하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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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영역에 대한 설명이라든가, 원작에서 앤트맨이나 와스프에 대한 이야기 등등은 유투브를 뒤지면 수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해놨으니 그 이야기들은 생략한다. 난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보다는 개미...(?)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히스패닉이라는 경계인들을 중심으로 하고 전작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재구성되는 앤트맨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앤트맨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다. 이 곳은 과거에 멕시코의 영토였다가 이후에 미국의 영토로 편입된 곳이다. 또한 그 유명한 미국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가 양산되는 실리콘벨리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양자역학이라는 머리아픈 최첨단 과학 이야기를 다루는 앤트맨의 무대로서 손색이 없다. 이곳은 과거 멕시코의 영토였다가 미국으로 편입된 곳이기 때문에 스페인계 미국인을 지칭하는 히스패닉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들은 미국인이기도 하지만,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니기에 정통(?)미국인은 아니다. 이들은 지리적으로도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에 살아가고, 인종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백인과 남미사람(이 인종을 무엇이라 표현할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의 경계에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앤트맨에서는 히스패닉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랩 비슷한 특이한 억양의 영어를 감상할 수 있다. 스캇의 절친인 루이스가 이 경계인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스캇은 정통백인에 석사학위까지 있는 엘리트지만 수 많은 전과로 인해서 취직조차 힘든 사람이다. 이전에도 전과가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캡틴아메리카와 함께 어벤져스와 싸웠다는 이유로 가택연금까지 당해있는 상황이다. 이전 영화에서는 베스킨라빈스에라도 취직해서 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처지다. 영화에서 딸인 캐시와 놀다가 전자발찌가 부착되어 있는 발을 한쪽 집 밖으로 내밀었다고 FBI요원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모습을 보면 애처로운 마음마저 든다. 이런 스캇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일반인들의 세상에 편입될 수 없는 경계인이다. 슈퍼히어로지만 너무 강해서 격리 되어서 추앙받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슈퍼히어로여서 죄가 생기고 무시당하며 살아간다.주류의 삶을 살아왔던 핌박사와 딸인 호프도 앤트맨 1편의 사건들과 앤트맨의 활약(?)덕분에 FBI에 쫓기고 집을 잃는 비주류 경계인 신세가 된다.


이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앤트맨 시리즈는 이런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경계에 맴도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인 '가족'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다. 앤트맨 1편에서는 이혼한 아내와 딸 그리고 그 아내와 재혼한 남편과 모종의 사건들을 통해서 가족이 되었고, 이번 영화에서는 히스패닉 친구들과 핌박사와 와스프에 이르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가족'에 가까운 사이로 발전해나간다. 히스패닉 친구들은 1편의 경험을 살려서 3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하며 동거동락하고, 호프와 스캇은 서로를 보호하는 경험을 통해서 사랑을 확인한다. 핌박사는 양자영역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아내를 구출하고 핌박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호프는 다시 온전한 가족으로 모이게 된다.


히스패닉 친구들, 핌박사 가족과 스캇, 스캇과 아내 그리고 아내의 재혼남이라는 '가족'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정상가족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혈족으로 이루어진 가족과는 핌박사 가족을 제외하고는 거리가 있다. 이 부분 때문에 앤트맨을 마냥 가족주의 영화라고 비판하기에는 어렵다. 히스패닉 친구들은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고, 스캇의 가족은 전남편과 현남편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 섞여 있는 가족이다. 그리고 종국에 가서는 정상가족, 친구, 이혼가정(?)이라는 상이한 공동체들이 연합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유대를 형성한다.


앤트맨 1편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앤트맨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지만, 2편에서는 우리에게 가족의 형태는 충분히 다양하고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넘어서서 상이한 가족 집단이 서로 유대를 형성해 나가며 자신의 혈족만 최우선시 하는 가족주의라는 베타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확장된 '공동체'의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1인가구가 만연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주택에 살아가는 등의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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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이 만약 3편까지 나온다면 이제 인간을 넘어선 개미와 벌레들을 포함한 종을 넘어선 가족의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서 최근 예맨 난민에 관한 이야기나, 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계인들과 사회 속에서 어떻게 유대를 형성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는 단일민족, 백의민족 같은 베타적 민족주의, 가족주의의 상을 이제는 떨쳐버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하나의 '가족'이 되는 더 확장되고 턱이 낮아진 사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