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by 바다

명절은 좋다. 출근하면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명절인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는 말을 들으면 베시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모처럼 좋은 일도 하고 형식적이긴해도 사람들과 이야기도 했다. 스스로를 연민하지 않으면서 나 혼자만의 명절상도 즐겼다.

명절은 여유롭다. 택배노동자가 쉬니 물건도 안들어온다. 채울 소주도, 집어넣을 맥주도 없다. 어릴 적에 영혼을 팔아가면서 몇만원 벌고 기뻐했던 삶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일하다가 앉아서 폰보고 멍때리고 그렇게 시간채우면 다음 달에 통장에 들어온다. 내 존엄을 팔지 않고, 내 노동력을 팔아서 삶의 영위할 수 있다.

집에 틀어박혀서 누워있기보다 나와서 돈도 벌고 인사도 할 수있는 일터가 좋다. 더 나아지고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노동자의 정치적 의제도 좋은데, 그냥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그러고 싶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하다 다 떨어비면 정치적 이야기도 쓱 끼워넣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혁명가로서 삶은 접고 노동자의 동료로, 동네 사람들의 친구로 지내고 싶다. 어제 봤던 이쁜 달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더 많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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