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축복할 수 없는 세상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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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아도 한기가 옷 속으로 파고드는 계절이다. 골목길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아기 고양이들을 만났다. 그네들이 아기 고양이임을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몸의 크기 때문은 아니다. 길바닥 생활이 익숙한 어른 고양이들은 사람이 쳐다보고 차가 지나가면 빠르게 몸을 숨긴다. 그것들이 자신들에게 위험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 그것들의 위험도를 판단할 만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 작은 생선대가리를 입에 물고 냠냠거리던 아기 고양이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한참을 응시했다. 이내 흥미가 떨어진 듯 다시 냠냠에 집중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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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났던 아기 고양이들이 올 겨울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까. 총 3마리를 만났다. 치즈,카오스,점박이. 3마리 중에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는 행운을 가진 녀석은 아마 1마리도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내년 봄에는 시체도 보지 못하고 그렇게 길에서 사라져 버릴 터다. 태어나버린 아기 고양이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다. 그저 태어나고, 태어났으니 살아갈 뿐이다. 그저 세상이 너무 가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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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마음 놓고 축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어난 생명이 받을 고통, 곧 꺼져버릴 생명의 불꽃 따위를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다. 눈앞에 놓여있는 생명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그런 세상 따위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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