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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Apr 05. 2018

[비폭력대화 교육] 1회차 후기

2018.4.4 NVC1 부산 교육 1차를 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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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NVC1) 교육을 신청했다. 수강료가 20만원이나 되서 망설여졌지만, 이 때 아니면 언제 듣겠나 싶어서 입금을 완료했다. 비폭력대화를 알게 된 것은 책을 통해서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많이 생기던 시기가 있어서 갈등을 큰 문제 없이 풀기위한 방법을 찾다가 책을 만났다. 책은 읽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더 읽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어떤 분이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서로의 감정과 표현을 전달하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 편안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그 분과 같은 정도로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마음 껏 칭찬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우연한 기회가 인생의 큰 변화가 되기를 바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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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장소는 부산여대였다. 태어나서 여대를 처음가봐서 비오는 날 남성 혼자서 여대를 걸어다니는 것이 주변사람들이 보기에는 위험해(?)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강의실로 올라갔다. 학교가 정말로 산에 있어서 경사가 매우 심했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차가 없는 사람은 올라갈 엄두도 못내는 곳이라 그런 배려까지는 하지 않는 구나 싶었다. 그것을 신경쓰는 단체가 있으면 놀라는 것이 더 현실적일테니 일단은 말을 삼키고 묵묵히 올라갔다. 여대라서 남자화장실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존재해서 너무 감사했다. 남자화장실이 없어서 여자화장실을 가야하면 무엇이라 설명하고 들어가야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행정실이나, 교수실이 있는 층에만 남자화장실이 있고 강의실만 있는 층에는 남자화장실이 없었다. 여자화장실은 남성화장실에 비해 공간대비 변기의 숫자가 적으니 여자화장실을 이런 식으로 더 많이 배치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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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강의실에 도착하면 강사님과 뻘쭘한 시간을 보내야할 것이 두려워서 화장실에서 전화를 하면 시간을 좀 더 보내다가 약속시간이 되어서 들어갔다. 당연히 여성강사님 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들어가니 의외로 나이가 꽤 있어보이시는 남성강사분이 계셨다. '대화''소통'이니 여성이 진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다. 1만2천원을 내고서 책을 구입하고, 여러가지 팜플렛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준비되어있는 귤을 먹으면서 다른 수강생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중간에는 비폭력대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라는 기린과 감정과 생각카드 들이 동그란 모양으로 펼쳐져있었다. 책상도 모두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동그런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강사선생님의 웃음도 너무 좋았고, 책상 배치 등을 보면서도 평화로움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신경쓰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강의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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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느 정도 오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60대가 넘으신 여성분들이 계셨고, 그 분들의 남편인 남성분도 계셨다. 그 외에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장인들로 보였다. 처음에는 두 명씩 짝이 되어서 상대방의 눈만 쳐다보고 얼굴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했다. 나도 예전에 친목도모 프로그램으로 얼굴그리기를 했었는데, 다들 그림에만 집중해서 정작 그 사람의 눈을 쳐다보면서 사람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지는 않았다. 얼굴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해서 사람의 눈을 지켜보는 것이 주였다. 이렇게 오로지 눈만보고 그림을 그리니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짝이 그려준 얼굴 뒤에 이름과 온 곳, 지금의 느낌, 수업에 기대하는 바 등을 적어서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이대희 / 빗 속에서 / 설렘, 긴장 / 평화로운 공동체의 실마리, 사람과의 갈등을 잘 풀기 위해서 / 고 소개했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참석했다고 이야기했다. 소개가 끝나고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긴장하고, 들떠있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이었다. 숨을 헐떡거리는 순간에 바로 다른 것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호흡과 마음을 한번 추스리고 시작하니 평화로웠다. 어떤 것을 시작하기 전에 나름대로 짧게 명상을 하고 시작하는 버릇을 들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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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주로 비폭력 대화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이 날은 첫째 시간이라 부득이하게 강의하는 내용이 많았다. 비폭력대화의 시작과 비폭력대화의 주된 가정(책에는 개념이라고 되어있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가정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것이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나의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폭력대화의 원리 등을 배웠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폭력 대화의 기원
- 비폭력대화(Nonviolnet Communication)는 연민의 대화, 삶의 언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폭력이란 간디의 아힘사(불생 - Nonviolnet는 불생의 직역을 한 것이라 함) 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 앉고 우리의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자연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비폭력대화는 이러한 연민이 우러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이다. 한국에는 2003년 캐서린 한이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 마셜 로젠버그 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최초로 설계하였음. 19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폐지법이 시행될 때 일어난 여러 가지 갈등(백인과 흑인의 갈등으로 추정)을 해소하기 위한 미연방정부의 프로젝트를 계기로 NVC를 개발 하고 보급하기 시작하였음'

- 비폭력대화는 '기꺼이 주는 것'(증여나 선물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듯)과 '공감'을 이야기한다.

나의 생각
* 강사가 이것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을 예시로 든다.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 몸집도 작고 힘도 약했지만 어떻게 해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킬 수 있었을까를 이야기한다.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 더 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부분이 불편했다. 앞에서는 비폭력대화는 사랑과 연민의 대화법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지배'하고 적을 '멸종'시키기 위한 비교우위의 특성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최근에 연구결과를 보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과 교미를 했던 흔적이 유전자에서 발견되었다고도 한다. 둘이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뿐 아니라 종이 교류하면서 네안데르탈인의 강인한 육체와 호모사피엔스의 지적능력이 서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종의 발전은 단순히 한 종을 멸종시키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접촉이 만들어낸다. '지구를 지배한다'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았다. 온갖 기술과 무력으로 수 많은 동식물을 죽이고 있는 인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오히려 이 대화법은 '지배'를 끝내고 '사랑'으로 살아가야한다는 벨 훅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 대화의 효능을 과도하게 이야기하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비폭력대화는 에너지 문제와 국제 분쟁 부터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협상의 과정이나, 외교를 하는 순간에 참고하고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만이다. 이외에도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할 문제를 '마음먹기의 문제' 쯤으로 퉁치는 것들이 많았다. 나중에는 예시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유태인의 이야기를 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다'는 문장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 유태인이 노역장에 끌려가면서 '스스로 선택했다!'고 이야기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서 보냈다고 한다. 그 상황을 마음을 잘 먹으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로만 설명하는 것은 억지스러워 보였다. 물론, 이러한 믿음이 있으니 이런 것들을 실천하고 강의도 하시겠지만 조금 더 섬세하고 조심스러우면 좋겠다.

내가 이전에 비폭력대화 책을 읽다가 덮은 것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세상을 구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서 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그것이 나의 과한 편견만은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았다. 나도 이 강의를 들으면서 이것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까지 적용하고 이야기해야할지 많이 고민해야겠다. 과도하게 적용하면 성폭행 당한 피해자에게 '잊어버려! 마음먹기 나름이야'고 했던 모 스님처럼 될 수도 있겠다.

첫 강의 부터 이렇게 불만이 많이 생겨서 끝까지 잘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아무런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로 했다.

비폭력대화의 가정
#. 사람은 가슴에서 우러나서 주는 것을 즐긴다.
#. 모든 사람은 같은 욕구(Needs)를 공유하고 있고, 그 에너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세상에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자원이 있다.
#.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이다.
#. 느낌은 충족되었거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알려주는 신호다.
 -   다른 사람의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우리 느낌의 원인은 그 순간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구이다.
#. 모든 사람에게는 사랑과 연민의 능력이 있다.
-    연민을 단순히 어떤 대상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연민은 어떤 대상을 '사람(인격체)'로 대하고 더 나아가서는 나와 같은 욕구가 있는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다.
#. 우리는 항상 선택할 수 있다.
-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선택의 자유라는 표현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차라리 나의 느낌과 감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 욕구 차원에서 연결할 때 우리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는 상호의존과 하나임을 경험한다.

비폭력대화의 목적
# NVC의 의도는 질적인 연결(가슴으로 연결, 욕구차원의 연결)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모두의 욕구를 평화롭게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다.
- 이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을 과거의 모습이나 내 머릿 속의 생각을 가지고서 판단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주의를 오로지 내 앞에 있는 대상의 말과 행동에 맞추고 그것에만 대응하도록 노력한다.

비폭력대화의 방법
# 말할 때
-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 안의 움직임을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 내가 한 말이 내가 의도한 대로 전해졌는지를 확인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모두의 욕구가 평화롭게 충족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화를 계속한다.

# 들을 때
- 자신의 생각, 선입견, 기대, 가정, 그리고 조언을 하거나 가르치려는 충동을 내려놓고 상대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공감으로 듣는다.
- 비판적이고 듣기 힘든 말로 상대가 자신을 표현했을 때도, 그 말은 그 사람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의 비극적 표현일 뿐이며 나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식한다.
- 상대가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을 도와주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상대가 충분히 이해를 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들어주어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해결 방법을 찾는다.

비폭력대화의 원리
# 먼저, 공감으로 듣고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준다. -> 상대방이 마음을 열게 되고, 상대방이 타인(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도록 한다. -> 나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 나의 내면에서도 '나의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관찰하는 나'가 있고, 또 그것을 '관찰하는 나'가 끊임없이 있다. 생각이 떠오르는 나와 그것을 관찰하는 나들을 분리해서 사고하고 대응한다. 비폭력대화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보다도 자기자신과의 연결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기연민의 형성. 나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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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여기까지 진행했다. 뒤 이어서는 '공감으로 듣기 연습'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충고, 첨언 등 없이 공감으로 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을 주고서 그에 적절한 느낌과 거기에 들어있는 욕구를 찾아내고 부탁을 하는 프로그램 이었다. 그저 있는 카드를 배열하고 있는 것인데도 하는 내내 걸리는 것들도 많고, 쉽지 않았다. 특히, 욕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상황과 느낌까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느낌을 표현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타인의 욕구를 찾는 일은 여간 쉽지 않았다. 카드도 외국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는지 온통 번역투라 상황 자체가 잘 이해 되지 않았다. 이것이 익숙해질 정도로 연습을 꾸준히 해보면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 나와 만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첫번째 수업은 끝났다. 3시간 정도 진행했다. 수업을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에너지도 많이 사용하고 힘들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이 수업에는 나보다 나이가 3배넘게 많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 속에서 대화를 하고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쉽지는 않다. 어찌되었든 이분들과 5주를 더 함께해야하니 내가 불편해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이야기 해야하는 지도 조금은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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