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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l 10. 2019

제목미정 프롤로그

내가 쓰고 싶은 글

[프롤로그]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글을 썼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글을 쓰는 삶은 멋져 보였다. 글을 쓰다보면 내 마음 속에 가득한 불안과 공포에 마주할 수 있었다. 내 마음에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나'가 만들어졌다. 불안하거나, 힘들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글을 썼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글을 썼다.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하거나 칭찬하면 불안이 조금 사라졌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나'와 만나기 위해 썼던 글은 점차 나아가서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는 문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면 동료들도 화답했다. 그렇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고민과 삶에 대해 공유했다.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는 단체의 대표로서 '세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동료를 넘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를 연결시켜주었다. 

내 글의 주제는 '나' 그리고 '세상'이다. '나'에 관한 것은 나의 우울과 불안, 행복과 슬픔 등 개인에 관한 글이다. '세상'에 관한 글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에 대한 글 과 '세상'에 대한 글을 모두 쓰면서 느낀점이 있다. 이 두가지의 상이한 층위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선 사회적인 이유 때문에 우울하고 힘들었다. 때로는 혼자했던 삶의 고민이 정치로 귀결되기도 했다. 이 둘은 상호작용하며 내 삶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 나는 둘 사이의 기계적 균형을 잡는 글이 아니라 둘을 함께 녹여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 둘을 녹여낼 수 있는 것은 '정치', 정치에 관한 글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 교수의 "정치란 사회적 가치에 관한 권위적 배분이다" 라는 정의를 빌려온다면, 유인원에서 진화한 고대인류가 도구를 이용해서 집단을 이루고 살기 시작했던 순간부터 정치가 시작되었다. '잡은 식량을 어떤 기준으로 얼만큼 나눌 것인가.' 정치의 시작은 먹고 사는 것을 관장하는 문제였다. 의식주가 개인적인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그 의식주의 분배를 관장하는 정치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나는 오늘 고기를 먹고싶어"라는 삶에 대한 고민은 '고기를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정치적인 질문과 하나로 엮여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한 개인의 삶이 사회와 엮여서 나타나는 모습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 속에 있는 정치를 발견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개인과 사회를 분리하지 않고 개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를 선택하는 '기행'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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