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바다에서 산 바다사람의 해양테마파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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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아쿠아리움은 아래의 설명처럼, 해운대 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고 250여종 10,000마리 해양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주 고객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들이다. 그래서 '바다친구' '교육적인 이야기' 등이 있다고 어필한다. 심지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해양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도면 수족관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거대한 해양생물보존장치(?)에 가깝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은 여러분을 놀라운 바닷속 세상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커다란 상어와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작은 불가사리와 해마에서부터 우아한 가오리까지 다양한 바다친구들을 놀라울 정도로 가깝게 만날 수 있습니다. SEA LIFE는 매년 수백만의 고객님들과 바다친구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해양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은 해운대 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으며 250종, 10,000여 마리의 해양생물들을 전시하고 실제 바다친구들과 세계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10여개의 다양한 전시존을 통해 놀라운 경험을 여러분에게 선사할 것입다. 2001년 11월에 오픈한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은 1,700만 이상의 방문객이 방문한 부산, 경남 지역 대표 해양 테마파크입니다. 열대우림에서부터 깊은 심해 바닷속까지 고객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교육적인 이야기와 신비로운 바닷속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놀라운 바닷속 세상으로 오셔서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
출처 : https://www.busanaquarium.com/Sealife/SeaLife.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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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때 2002년 월드컵 기념으로 붉은 옷을 입고 가면 할인해준다고 해서 엄마랑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한번 갔었다. 그 뒤로 20년정도 해운대에 더 살았지만 한번도 가지 않았다. 너무 비싸기도 했고, 기억이나 느낌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어릴 적 경험들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비싸다고 투덜거리면서 들어갔지만 처음은 일단 신기하고 즐거웠다. 인간이외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것이 오랜만이기도 했고, 바닷물로 수조를 계속 채워서 그런지 바다 특유의 '짠내'가 코에 강하게 남는데 그것도 고향이 바다인 바다사람을 설레게 했다. 이런저런 물고기와 거북이 등등을 보다가 7천원짜리 상어와 물고기 체험이 있길래 신청했다. 2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상어와 물고기 수조를 보트를 타고 돌았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의 상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조에 있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줬다. 먹이를 던지면 진짜 영화 '피라냐'의 한 장면처럼 물고기들이 몰려드는데 손까지 먹어치울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웠다. 사실은 많이 무서웠다.
그 뒤로도 이런저런 생물들을 관찰하다가 나왔다. 중간중간 이쁘고 귀여운 해양생물들이 있었는데, 늦게가서 퇴근한 동물들도 있었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으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찍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사실 이 테마파크의 존재 이유인 기념품 가게가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인형과 온갖 귀여운 것들을 아주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입장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사진을 가지고 가려면 사진을 구입해야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핸드폰으로 한 장 찍어달라고 요청할 것 그랬다. '테마파크'는 특정한 아이템을 극도로 활용해서 온갖 굿즈들을 팔아먹는 공간임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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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을 돌면서 의외였던 것은 본인들이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음을 꽤나 많은 공간을 할애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에 해운대 바닷가에서 구출한 거북이들, 그외에 다양한 거북이들, 돌고래, 등등 많은 해양생물들을 직접 구조해서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가니 인형을 가져다 두고 직접 해양생물에 청진기를 대보는 모의 구호(?)프로그램도 있었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동물원이나 생태체험관에서 동물들이 죽는 일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서 이런 기관들의 존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셌다.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런 '전시'를 만든 것 같다. 좋은 일 한다고 하니 욕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쑈'하고 있다는 생각.
# 아래 링크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수입 중단 이야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816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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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전시'가 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북이 몇마리를 구해준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수족관에 10,000여 마리의 생물종이 갇혀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을 자행하는 자체가 가장 비윤리적이다. 10,000마리를 풀어줄 생각은 죽어도 없고, 거북이 몇마리 바다에서 건져서 구해서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자랑하는 것은 너무 기만적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쿠아리움을 없애버리고, 10,000마리 풀어주는 행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구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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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생태체험관도 그렇고, 부산 아쿠아리움도 그렇고 주된 고객층이 부모와 함께 하는 어린이이다. 그래서 '생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교육기관이라는 주장을 한다. 실제로 부산이나 울산 서울처럼 대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횟집이 아니면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날일이 거의 없다. 식물을 종종 보겠지만, 해양생물은 회뜨기 직전의 꼼장어나 광어가 아니면 만날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생태감수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아쿠아리움과 같은 테마파크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생명체를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자체로서는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사람의 편의를 위해 시설을 만들고 그곳에 가두어서 생명체를 '관찰'하는 것은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교육과는 무관하다.
'생태감수성'은 어떤 생명체가 나와 다르게 생겼지만, 그럼에도 존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해양생물들을 본인이 살던 곳 보다 몇십배나 작아진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감금되어 있다. 횟집에서 보는 수족관의 거대화된 형태와 다르지 않다. 그 속에 있는 해양생물들도 언제든지 죽임을 당하거나, 우리 밥상에 올라올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나와 애인도 아쿠아리움 돌아다니면서 아는 생물들은 거의다 우리가 자주 먹는 것들이라 '회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우리둘의 인성의 문제 일수도 있다(...) 어쨌든 정말로 생태감수성 교육이 목적이라면 함께 자유로운 상황에서 서로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방식이 되어야한다. 차라리 제주도에서 많이 하는 스쿠버다이빙 같은 것들이 훨씬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고기를 만지고, 물고기도 우리를 호기심있게 관찰하고 물어보는 '교감'이 필요하다. '관찰'은 동물들과 나 사이의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확인시켜줄 뿐이다. 그것은 교육이라 말할 수 없다. 현실이 어떠하던 원칙적으로 교육은 누군가를 지배하는 것을 가르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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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아쿠아리움을 없애버리고 바다에 생물들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자연친화적인 '구호'가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리고 '관찰'만이 가능한 구조에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태감수성이나 자연에 대한 호의적 생각들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바다와 해양생물은 도심 속에서 어떻게 도시와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 미세먼지 대책으로 도심에 숲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육상동식물과 도시와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육상동식물이 완전히 배제된 도시에서는 인간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숲은 도심에 만들면 되지만, 바다는 어떤 식으로 도심과 공존해야할까. 현재의 바다는 오로지 관광자원으로서만 그 가치를 가진다. 바다를 둘러싸고 빌딩과 호텔을 지어서 지대를 올리고, 여러 행사들로 관광객을 유치해서 그 사람들이 쓰는 돈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종국에는 바다가 있는 도시에는 여름철 한철을 위해서 모든 도시가 목을 매는 '관광의존형'도시가 된다. 바다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일체없다. 바다의 수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백사장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것을 돈으로 모래를 사서 가져다 부우면 끝날 일인 것인지, 엄청나게 강한 돌풍과 바람으로 모래나 먼지들이 도심으로 몰려와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이것에 대한 대책은 오로지 공사뿐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 '공존'에 대한 고민이 없다.
바다를 따라서 건물이 아니라 거대한 숲길을 만들어서 모래나 먼지를 막아내고, 바람도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을 고민하고 휴양림으로 꾸밀 수도 있다. 바다의 수질 관리를 위해서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엄격하게 제안하고, 바다 주변 상점들에서는 플라스틱이나 병 등 바다에 쉽게 던져지는 쓰레기들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할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바다물이나 모래에 의해서 쉽게 분해되는 물질로 만든 포장지만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것들 이외에도 '바다와 도시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내면 많은 것들이 나올 텐데 항상 바다는 관광자원으로만 소비된다. 도심숲 이후에 도심바다, 도심강와는 어떤 식으로 공존해야할까.
추신. 아쿠아리움이 진정으로 생태교육을 하고 싶다면 통째로 없애버리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