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그럼에도 머무는 일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은 결국
내담자가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상담자를 만나도
어떤 내담자는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하고,
어떤 내담자는 깊이 들어가지 못한 채
서성이고 망설인다.
어떤 내담자는
자신을 마주하기가 어려워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내담자는
용감하게 뛰어들어 직진한다.
또 어떤 내담자는
맞게 가고 있는지 자주 돌아보게 되면서
그 과정에 충분히 머무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다.
어떤 것에도 잘잘못은 없다.
그저
그 자리가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모습일 뿐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더 나아갈 수도 있었을까.
그럴 때면
나는 늘 같은 바람을 떠올린다.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상담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경험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그렇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 일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모든 것을 관통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아주 구체적으로 닿을 수 있는
그런 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다.
상담은 때때로
평생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반응을
처음 경험하는 자리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경험이
그 사람의 존재 방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서 누군가
상담을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삶에서 이뤄낸 작은 성취를
상담실에서 서둘러 나와 나누고,
함께 기뻐하고 싶어 하는
내담자들을 볼 때면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여전히 갈등하고,
여전히 부족함에 괴로워도 하지만,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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