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Breve, 춤을 춰
리듬 맞지 않아도

너드커넥션의 '29'가 산울림이 되어 춤출 수 있었던 어느 날

by 진현정
raw?se=2025-06-21T09%3A41%3A58Z&sp=r&sv=2024-08-04&sr=b&scid=27b4721b-8fce-565a-b51b-49765e2dcfa3&skoid=02b7f7b5-29f8-416a-aeb6-99464748559d&sktid=a48cca56-e6da-484e-a814-9c849652bcb3&skt=2025-06-21T06%3A55%3A18Z&ske=2025-06-22T06%3A55%3A18Z&sks=b&skv=2024-08-04&sig=nSSOkkdiWZUFuwheVwAfVlOTXXgVm32MWIwIpnjSWY0%3D


너드커넥션의 노래 ‘29’의 가사는 보컬 서영주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색만큼이나 마음을 울린다.

정형성을 벗어난 발상과 표현은, 가사 전반에 투영된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와 시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시적 언어를 보컬과 밴드의 탁월한 리듬감 위에 얹혀 절묘하게 전달한다.


La la la la La vita breve 춤을 춰, 리듬엔 맞지 않는대도”로 이어지는 클라이맥스는

멜로디만큼이나 노랫말도 흡인력 있고 중독성이 강하다.

보통은 “춤을 춰, 리듬에 맞춰”라고 표현하겠지만, 여기서는 리듬에 맞지 않아도 춤을 추라고 말한다.

정답만을 좇지 않고, 서툴고 실수하더라도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자는 격려로 들린다.

틀려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다는 위로이자 선언처럼 느껴진다.


<너드커넥션 - 29 (레거시 타이베이 라이브)>


La la la la La vita breve

웃어봐, 언젠가 울 날이 올 테니


어제 내가 받은 사랑은

내일의 저주가 되었네

울어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대부분의 노래가 “지금은 힘들어도 좋은 날이 올 테니 웃으라”라고 말하지만, 이 노래는 오히려 그 반대다.

미래가 항상 밝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그래서 오늘 웃으라고 말한다.

‘어제 내가 받은 사랑은 내일의 저주가 되었다’는 가사는 사랑의 복합적인 이면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흔히 이별 후에도 아름답게 기억하는 사랑 노래들과 달리,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이 상처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전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 시적 표현은 사랑의 본질을 더욱 진실하게 바라보게 한다.



너드커넥션은 각 멤버의 뚜렷한 개성과 매력이 어우러져 인상적인 조화를 이뤄낸다.

탁월한 드러머 신연태의 독보적이고 안정적인 리듬 위에,
팀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최승원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기타 선율과
베이스를 담당하는 박재현의 깊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어우러지며,
서영주의 독특한 음색이 한층 빛난다.

매료되어 한참을 듣다 보니,
목소리에서 김창완이 떠올랐고,

외모에서도 묘하게 닮은 점이 느껴져 놀라웠다.


서정적인 가사와 음악 속에서 너드커넥션과 산울림의 음악 세계가 닮아 있음을
발견한 기쁨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 감동은 나를 산울림의 노래로 다시 이끌었고,
그러던 중 너드커넥션이 ‘너의 의미’를 커버한 영상도 마주하게 되었다.


<산울림 – 너의 의미 (너드커넥션 커버)>


산울림의 음악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산할아버지’,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까지.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너의 의미’를 들으며, 언젠가 나도 그런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에게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회상’을 들을 땐, 경험해보지 못한 실연의 아픔을 조심스레 짐작해보기도 했다.
동생에게 ‘무슨 색을 좋아해도’가 담긴 '꾸러기들의 굴뚝여행’이라는 프로젝트 앨범 테이프를 선물했던 기억도 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산울림의 노래를 좋아했다.
'어머니와 고등어', ‘청춘’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같은 곡들이 특히 떠오른다.

대학원 시절, 결혼한 동기의 집들이에서 다른 친구가 축하곡으로 부른 ‘초야’를 처음 들었는데,
그 아름다움이 마음을 깊이 흔들어, 한동안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후 ‘초야’는 내 애창곡 중 하나가 되었지만,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혼자 조용히 듣고 부르는 노래였다.

이 노랫말과 선율처럼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
노래처럼 정겨운 초야를 맞이하길 수줍게 꿈꾸기도 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청춘을 지나 지금까지 산울림과 함께해 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실험정신과 서정성이 공존하는 산울림의 넓은 음악 세계는 여전히 깊은 감동을 준다.
김창완 님이 지금도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115832936.7.jpg


너드커넥션을 통해 다시 산울림을 떠올리며, 뜻밖의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간 쌓여온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 존재임을,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음악이 함께했음을 느꼈다.

어린 시절엔 나보다 훨씬 어른인 산울림의 음악에 공명했고,
지금은 나보다 한 세대 어린 너드커넥션을 통해 또 다른 울림을 느낀다.
이렇게 오래된 음악과 새로운 음악이 공존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29’를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외국인 동료에게도 소개했다.
알고 보니 이미 혁오, 검정치마 등 한국 인디 뮤지션 팬이었고, 너드커넥션도 금세 좋아하게 되었다.
세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다.


ck-tis101c13080145-l-700x467.jpg

초등학교 복도 벽 한쪽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학교 벽에 붙여놨을까, 볼 때마다 궁금했고,

어쩐지 학교가 우리에게 조용히 내는 수수께끼 같기도 했다.


이제는 그 말이 조금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짧지만, 예술은 오래 남고 음악은 시간 너머로 흐른다.

나는 오늘의 삶이 음악처럼 미래에도 닿기를 바란다.

내가 살아낸 시간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면, 인생도 음악처럼 영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비록 정답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리듬으로 이 순간을 춤추고 싶다.


La vita breve, 춤을 춰, 리듬엔 맞지 않는대도.



© 2025 진현정.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의 내용은 저자의 창작물로,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