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kesmehappy
Dec 06. 2023
공영주차장에서 배운 인생
'특혜의 맛'은 너무 달콤해
회사 본사 인원에 비해 주차장 주차 대수가 적어 8부제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 마트와 제휴하여 회사에 주차하지 못하는 날은 마트에 주차하면 되지만, 10여분을 걸어야 하다 보니 비용이 들더라도 주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다.
이직 후 처음으로 공영주차장에 2층 자리에 주차를 하고 내려왔는데,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만 돈을 낼 수 있다고 하여 '엥?' 싶었지만 이직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던 터라..'그냥 대세를 따르자. 이유가 있겠지' 하며 이곳의 룰대로 따랐다. 그러면서도 시니컬한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공영주차장인데 현금 결제만 된다고 하시는 운영자 방침에 반감이 들어 여름까지 마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회사까지 걸어 다녔다.
그러다 8월부터 우연한 기회로 다시 공영 주차장을 찾았는데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첫 경험에 비해 50분 정도 이르게 도착했다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처음과 정말 대비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운영자께서 1층의 한 자리에 주차하라고 안내하셨고, 초반 몇 번은 주차를 도와주셨다. 그런 몇 번의 안내 끝에 나름의 테스트(?)를 통과한 것인지 공영주차장 1층 특정 위치가 내 자리가 되었다.
"여자 치고 주차 정말 잘해. 회사에서 Top3 안에 들어"
칭찬이긴 한데 불편한 칭찬이긴 했지만 '특혜의 맛'을 이미 본 터라 어떤 말씀을 하셔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답했다.
3월에 봤던 운영자 태도의 온도와 8월은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3월에는 단 한번 봤던 터라 데이터가 부족해 뭐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단지 달라진 것은 내게 특혜가 생긴 것인데... 내 자리가 생겨 편하게 주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현금 결제에 대한 불편함을 신경 쓰지 않는 내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 말. 또다시 갑작스러운 이슈가 생겼다. 운영자가 바뀐 것. 특혜의 맛을 본 나는 적당히 이른 시간에 공영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입구 주차바가 내려져 있고 1층 주차장은 가득 차 있었다. 비좁은 구석자리 하나가 비어 있어 몇 차례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며 어렵게 주차하고 불편하게 내렸다.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상황인가 싶으면서도, 아침부터 당황스러웠던 지 사원증을 바닥에 떨어뜨려 케이스를 잃어버렸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같아 퇴근 때 한꺼번에 사람들이 카드로 결제를 해야 했다. 한 대 한 대 결제하여 시간 소요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평소 야근을 자주 하다 보니 아직 결제 대란을 직접 맛보진 못했다. 굳이 맛보고 싶지도 않고 ㅎㅎ
새 운영자는 당황하여 문의하거나 항의하는 고객인 우리들에게 '전 운영자 탓'을 하며 대응했다. 보기 좋지 않았다. '역시 다른 사람 탓을 하는 모습은 나이스 하지 않다'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엔 자신도 공정하거나 완벽하게 운영하진 않는다는 것. 1층 특정 자리 10곳에 주차하지 못하게 막아두셔서 이유를 물었더니 "오전 11시 나가는 차를 주차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실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질문한 데 그쳤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사 덕분에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이치를 배우고 있다. 한 사람을 판단할 때 한 번 보고 판단해서도 안되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 '한 번에 몰리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배려'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
최근 달라진 주차장 환경에 '퇴근도 늦게 하면서 왜 굳이 1층 자리를 고집할까'를 생각해 봤다. 이유가 단지 '편하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 1층에 주차할 수 있으면 하고, 순리대로 가자' 마음먹었더니 그 바로 다음날 1층에 운 좋게 자리가 생겨 주차하는 '럭키'가 나를 찾아왔다. 생각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면 '행운'은 내 편이 된다. 인생의 진리다.
공영주차장 덕분에 인생을 배운다. 이것이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