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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운전대를 잡고 있나요?

<마흔에 읽는 니체> by 장재형

by Cosmo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인생이 뭔지 모르겠던 시절이 있었다. 행복이란 게 뭔지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때 찾은 책이 바로 <마흔에 읽는 니체>였다. ‘신은 죽었다’는 문장은 익숙했지만, 정작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이 죽었다는 건 이제 기댈 절대적 존재가 없다는 뜻이다. 남이 정해준 답과 사회가 규정한 기준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내 삶의 방향은 내가 정해야 한다. 그게 니체가 말한, ‘초인(Übermensch)’의 출발이었다.




초인이 된다는 것

우리는 짐승의 본능에서 벗어나 문명을 세웠지만, 여전히 남이 정한 질서 속에 기대어 살아간다. 니체는 이런 인간을 넘어선 존재,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자를 ‘초인’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초인이 될 수 있을까?


1. ‘아모르파티(Amor fati)’ — 운명에 대한 사랑

운명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껴안아야 할 친구다. 니체가 말한 ‘운명애’는 단순히 “체념하고 참아라”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이것조차 나의 일부로 사랑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불행, 실수, 후회 등등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그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원망 대신 감사로 바라보는 힘이다. 그 수용이 결국, 나를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세운다.


2.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순간을 붙잡는 삶.

니체의 또 다른 사상, ‘영원회귀’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너는 그 삶을 기꺼이 다시 살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은 현재를 강렬하게 비춘다. 우리는 늘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다.

그러나 니체는 말한다. “과거와 미래는 모두 가상의 세계다. 우리가 진짜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지금뿐이다." 초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 ‘지금’을 두려움 없이 끌어안고 매 순간을 찬란하게 사는 용기다.


3. 정신의 세 단계 변화 — 낙타, 사자, 아이.

니체는 초인의 정신이 되는 과정을 세 가지 비유로 설명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묵묵히 짊어지며 버텨내는 존재다. 그는 책임감 있고 성실하지만, 여전히 타인의 명령에 의존한다. “이건 해야 해”라는 세상의 명령 아래 살아가는 단계다.

사자는 그 질서에 맞서 싸운다. “이제부터는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라며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단계다. 그러나 사자의 싸움은 여전히 부정의 에너지다. 파괴는 가능하지만, 아직 창조는 시작되지 않았다.

아이는 모든 걸 놀이처럼 받아들이며 자유롭게 창조한다. 그는 세상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로 살아간다. 경쟁과 의무 대신 몰입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다시 만든다. 니체가 말한 초인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낙타의 인내를 지나, 사자의 용기를 거쳐, 결국 아이의 천진함으로 돌아간 사람.



자율주행이 아닌, 인생의 운전대를 직접 잡는 것

니체의 철학을 내 언어로 바꾸면 이렇다. “남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자율주행이 아니라,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는 삶.” 결국 초인은 남이 만든 길 대신에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그 길에는 두려움이 따르지만, 그 두려움마저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아모르파티이자 초인의 첫걸음 아닐까.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건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다. 매일 시키는 일만 하며 버티던 나는 낙타였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그냥 견디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같은 책을 다시 펼쳤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기존의 규칙에 의문을 품고, 내 방식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나는 이제 사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 아이의 경지엔 닿지 못했다. 삶을 즐기고, 창조하며, 자유롭게 노는 마음. 그건 여전히 내게 숙제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내 인생의 운전대는 내 손에 있다는 것.





당신의 인생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혹은, 잠시 멈춰있어도 괜찮습니다.

핸들이 당신 손에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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