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생각한 회사, 4년 넘게 다니게 된 계기

인생은 늘 그런 식이야

by Cosmo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할 때, 마음속으로 했던 말은 단순했다.

'여긴 1년만 다니고 나가자.'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그래도 한 회사에 2년은 있어야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이해가 안 됐다. 그런 내가 어쩌다 그렇게 생각한 회사에 4년 넘게 다니고 있게 되었는지에 이제야 이해해 보는 글이다.




1. 이직의 계기

첫 회사는 코딩 교육 플랫폼이었다. 신생 스타트업이었고, 조직은 작았고,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또래였다. 빠르게 움직였고,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서비스 운영을 하면서 기획도 조금, 마케팅도 조금 곁다리로 경험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갈증이 생겼다.

‘조금 더 규모가 큰 곳에서 일하면 어떤 세상이 보일까?’
‘복지도 누려보고, 더 정제된 환경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확장이라기보단 도피에 가까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이유 하나는 있었다. 이번엔 진짜로 기획만 해보고 싶었다.


2. 이직한 회사 적응기

그런데 막상 출근해 보니 모든 게 반대였다. 신생 스타트업에서 20년 넘은 회사로, 또래 위주의 조직에서 나이 차가 꽤 나는 분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으로. 문화도, 속도도, 말의 방식도 달랐다. 출퇴근 거리도 멀어졌고,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무엇보다 일이 달랐다. 기획이라는 일은 누가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첫 달이 지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은 노력하면 는다. 하지만 어떤 일은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감각이 붙지 않는다. 나는 이 일이 후자처럼 느껴졌다.

'이건… 내가 시간을 들인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그래서 나이 차이가 적은 윗사람에게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수습 기간 정도는 지나보고 판단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저… 못 할 것 같아요. 그만두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사수: “한 3개월만 더 해보면 어때요?”


3개월이 지났고, 나는 다시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나: “저는… 이제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실장님께는 이번 주간회의 때 말씀드릴게요.”
사수: “아… 그렇게 됐군요.”


그리고 대망의 주간회의. 용기 내서 말을 꺼내려던 순간, 실장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실장님: “회사 리모델링 들어가. 다음 주부터 두 달간 재택이야.”
나: (속으로)'…!? 이건 신의 계시다. 재택까지만 하고 그만두자.'


그런데 인생이 늘 그렇듯, 재택이 끝날 즈음 공사가 연장되면서 재택도 한 달 더 늘어났다. 그리고 다시 출근했을 때, 이상하게도 회사 생활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집에만 있으니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고,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작은 전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곧 다시 힘들어졌다. 재택이 끝나자마자 조언해줬던 사수가 퇴사했고, 팀에는 나와 20살 넘게 차이 나는 실장님과 나, 단둘만 남았다. 그렇게 또 버티고, 또 힘들어지고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같은 층에서 나와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는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들이 생각보다 큰 숨통이 되어줬다.

또 어느 날 풋살 동호회가 생겼다. 나는 항상 '어차피 곧 나갈 사람인데, 그냥 놀다 오자.' 이런 마음이었던지라, 그리고 축구를 좋아했던지라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이 축구가 묘하게 사람을 빨리 가깝게 만들었다. 일로 보여주지 못했던 나라는 사람의 인상이, 축구를 통해 먼저 전달됐다. 그 이후로 회사 생활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 보였고, 회사가 돌아가는 윤곽도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물론 평온이 오래가진 않았다. 실장님과 단둘이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장님과 나 모두 서로에게 맞춰주며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분도 많이 답답했을 테지만, 나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그런 시절의 점심시간에는 항상 혼자 밥을 먹고 공원 벤치에 앉아 수도 없이 되뇌었다.

나: (속으로)'오늘은 진짜 말해야겠다. 그만두겠다고.'


그러면서도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쌓였다. 그러다가 나와 실장님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분이 오면서 '조금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속에 몇 개월이 더 흘렀다.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숨은 쉴 수 있었다. 모두 서술하진 못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움’이 ‘힘듦’을 잠시 덮어주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처음엔 수습까지는 해보자며 3개월.

퇴직금까지는 버텨보자며 1년.

이직하려면 그래도 한두 사이클은 돌아봐야 한다며 2년.

동료들과 친해지고, 동호회도 하며 3년.

그리고 지금, 어느새 4년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만약 재택이 없었다면... 정말 바로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인생은 참, 이렇게 한 끗차이로 방향이 바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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