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끓는점

남들의 기준, 나의 기준

by Cosmo
행복에도 끓는점이 있다면, 나는 언제 끓을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다. 괜히 마음이 느슨해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올해 나는 행복했나?”라는 질문을 곱씹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지는 데에도 어쩌면 나름의 방법이 있는 건 아닐까?




1. 행복을 ‘더 높이’ 끓이려 했던 시절

예전의 나는 행복의 기준이 꽤 높았다. 새로운 걸 해야 했고, 더 얻어야 했고, 더 좋은 걸 가져야 했다. 좋은 물건을 사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무언가를 가질 때마다 잠깐씩 행복하다고 느꼈다. 돌이켜보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문제는 그 행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조금만 지나면 더 좋은 게 보이고, 더 큰 기준이 생겼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선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 계속 끓이고, 더 뜨겁게 만들려고 애쓰는데, 정작 끓지는 않는 느낌. 이러다가는 행복이라는 상태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끓는점이 내려가기 시작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돈을 아끼며 살기 시작했다. 소비를 줄이고, 지출을 관리하고, 잔고를 늘리는 삶. 처음엔 그냥 절약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변화가 생겼다.

하나는 안정감이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여윳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하루에 n만 원이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여유 자금이 어느 정도 생겼을 때 느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다.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

또 하나는 감사함이었다. 무언가에 몰입해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오늘 하루, 알뜰하고 충만하게 잘 살았다”는 느낌. 이 충만함은 쌓일수록 두꺼워졌고, 예전처럼 금방 휘발되지 않고 점점 단단해졌다.


3.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는 감각

그때 깨달았다. 내 행복의 끓는점이 많이 낮아졌다는 걸. 예전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조건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의 반경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사소한 만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상태. 그 자체로 나는 꽤 행복했다.

이게 욕심 없는 삶인지 아니면 단단해진 삶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예전처럼 행복 때문에 흔들리거나 조급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계속 고민하면서 나만의 정의와 기준을 세웠고, 이제는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온도를 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이라는 놈을 얻기 위해

어쩌면 꼭 고민해봐야 할 질문은 이 2가지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액체인가?

그리고, 내 행복의 끓는점은 지금 몇 도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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