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잘 다루는 방법 = AI를 잘 다루는 방법
나는 업무상 ChatGPT의 변천사를 꽤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과거 올드한(?) UI부터 현재까지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데이터 분석을 해준다는 'Advanced Data Analysis' 기능의 출시 홍보부터, 어플 형태로 카메라를 지원해 소위 '눈'을 갖게 된 것까지. 발전 속도를 지켜보면 참으로 놀라웠다.
이제는 LLM 사용이 보편적으로 되면서 주변인들 또한 AI를 업무에 많이 쓰는 장면들을 목격한다. 이 글에서는 그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문장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원래대로 하세요. 본인의 매니징 실력을 되돌아보세요.
'AI 잘 쓰는 법'이라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부터 시작해서 온갖 꿀팁들이 나타난 시절이 있었다. 예시를 주세요. 가이드를 주세요.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주세요. 목적을 설명하고 역할을 부여하고... 등등.
새로운 툴이 나오고 사람들이 이것저것 해보고서 '뭐가 더 좋더라~' 식의 공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것들을 살펴본 뒤, 나는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프롬프트를 AI가 아니라 동료/부하 직원에게 말한다고 생각하면 똑같은 거다. 아래 예시를 본인이 직접 듣는다고 상상하며 읽어보자.
(예시 1)
"야! 내일까지 보고서 깔쌈하게 하나 써와 봐. 할 수 있잖아. 뭔 말인지 알지?"
(예시 2)
"우리 목적은 이거고, 지금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주는 게 좋아. 네가 해주는 역할은 OO이야.
그리고 과거에 했던 레퍼런스 자료 줄 테니까 이거 참고해서 구조나 디자인은 맞춰줘. 알겠지?"
AI가 멍청하다느니 아직도 별로라는 얘기하는 사람을 보면, (100%는 아니지만) 실제 본인의 동료/부하 직원에게도 지시를 명료하게 잘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차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본질이 먼저입니다.
AI툴이 많이 생겨나면서 활용 분야가 넓어졌다. 대부분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보고서, 아이디어, 문체 수정 등등 텍스트로 할 수 있는 업무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밖에도 이미지, 영상, 작곡, 업무 흐름 자동화 등등 어디든 AI의 서포트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워낙 툴을 만드는 업체들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까, A가 더 좋았다가 B가 더 좋은 모델을 출시하며 엎치락뒤치락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철새처럼 '어디가 더 좋더라' 탐색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툴에 의존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성능이 업데이트되고 어디에 특화된 AI가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상향평준화되어서 어느 정도 기본은 한다. 적어도 도움이 안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결국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실력이다. '그래서 그걸 통해서 뭘 이루고자 하는데? 왜 이루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한데?' 등등.
나의 인생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시로 학창 시절에는 학원을 다닐 수 없어서 스스로 헤쳐나가야 했다. 게임도 현질이 아니라 최소한의 스탯의 캐릭터로도 실력이 좋다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것들을 좋아했다. 말하고 싶은 핵심은 마치 스파이더맨이 토니 스타크에게 '저는 슈트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상황은 마주하지 말자는 것이다.
램프의 요정에게 무슨 소원을 빌 건데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업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직군들이 있는지를 몰랐을 때, '기획'이라는 단어는 이해하기에 참으로 어려우면서도 궁금했다. 단어는 꽤 들어봤으니까. 마치 마법의 단어 같다. 영업기획, 운영기획, 사업기획, 전략기획, 마케팅기획 등등 어디에나 찰싹 달라붙는 것이었다.
근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모든 일이든 큰 프로세스는 같다. 각자만의 분야/방면에서 맡은 범위 내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풀어보면 3단계다: Plan - Do - See. 그리고 이 사이클은 새로운 문제를 만나며 계속 반복된다.
- 내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할지 고민하는 Plan의 단계.
- 세웠던 Plan 대로 실제 수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Do 단계.
- Do로 발생한 결과를 살피며 Plan이 성공했는지 체크하는 See 단계.
쉬운 이해를 위해 일상적인 예시로 풀어보자. 그냥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아래 두 사람의 차이를 느낀다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B의 경우는 그냥 Do만 주구장창 하는 것이다. (See에서는 결과에 마음 아파하는 정도..?)
A: 고민하며 결과를 보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
(ex. 상대가 지금까지 뭘 많이 냈지? 그러면 나는 뭘 낼까? 아... 다음에는 이렇게도 해봐야겠다.)
B: 그냥 아무~생각 없이, 아무~거나 내보는 사람
(ex. 응? 이겼네. 응? 졌네.)
AI는 모든 단계에서 도움을 주지만,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Do의 단계이다. 1시간이 걸리는 일을 10분 만에 해준다는 명제는 명확한 효율을 체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고 AI가 다 해주니까 사람은 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속력의 자동차가 모두에게 주어진 상황이라고 바꿔서 생각해보자. 본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까?
나 또한 그랬고, 많은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램프의 요정에게 '소원을 빌어보고 결과를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라고 느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AI가 어떤 것을 해주는가?'를 파보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을 빠른 코드 연산으로 드라마틱하게 줄여주는 것뿐이다.
AI는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며 작업해 준다. 그리고 우리가 컴퓨터에서 하는 클릭, 입력 모든 행위는 다 코드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AI가 빠르게 해주는 것일 뿐이다'라고 수렴한다. 그렇기에 AI에게 작업을 요청할 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지시해야 단계적/세부적으로 쪼개서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AI를 잘 쓰는 방법은 따로 있지 않다.
사람을 잘 대하듯이 설명하고,
목적을 공유하고, 맥락을 알려주는 것.
좋은 방향으로 그렇게 소통할 수 있다면
AI는 꽤 듬직한 램프의 요정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