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글쓰기: 진화하는 도구와 불변의 인간 역할

작가의 글쓰기 본질은 더 깊어진다

by 박대석

▲ 2년 전의 예언이 현실이 되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3년 2월, 나는 한경과 브레이크뉴스에 "챗GPT는 대변혁의 시작이다"라는 글을 기고하며 이미 다가올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챗GPT가 공개된 지 두 달 만에 월 1억 명이 사용하는 놀라운 돌풍을 일으키며, 나는 "인류 문명 전반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직원에게 일주일간 챗GPT만 사용하게 하라"며 능동적 대응을 촉구했고, "아는 만큼 AI를 활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는 더 이상 실험실의 신기한 장난감이 아니다. 클로드 4, GPT-4o, 제미니 프로 등 차세대 모델들이 등장하며 AI의 능력은 인간 수준에 근접했다. 당시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이제 더 깊은 차원의 질문에 직면해 있다.


▲ 글머리를 잡는 힘, 시대를 읽는 내공


금융전문가 출신 작가로서 8년간 천 편에 가까운 칼럼을 써온 경험을 돌아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두 가지였다.


첫째는 '글머리를 잡는 일'이었다. 시대의 복잡한 상황을 압축하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 문장을 만드는 것. 글의 주제를 잡는 것은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에서 오는 통찰력으로 어렵지 않았다. 정작 힘든 것은 그 통찰을 어떻게 글머리에 압축하여 표현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수백 배의 자료를 읽고,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했다.


둘째는 '교정과 문단 구성'이었다. 문법 오류, 오탈자, 논리적 흐름의 문제들은 아무리 여러 번 검토해도 완벽하게 잡아내기 어려웠다. 내가 쓰고 내가 보는 한계, 그 맹점을 극복하는 것이 늘 숙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생성형 AI는 이 두 영역에서 모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몇 줄의 지시만으로도 매력적인 글머리를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교정된 글을 제시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AI가 만드는 글머리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위험한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 AI의 놀라운 능력과 은밀한 함정


생성형 AI의 초기 결과물은 정말 놀랍다. 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몇 분 만에 만들어내고, 문법적으로도 완벽하며, 문단 구성도 깔끔하다. 마치 전문 편집자의 손을 거친 것처럼 보이는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복잡한 문제들이 숨어있다.


첫째, 통계와 사실의 오류다. AI는 그럴듯한 숫자와 인용구를 만들어내지만, 검증해 보면 종종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이거나 왜곡된 정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AI가 제시하는 정보는 반드시 인간의 팩트체크를 거쳐야 한다.


둘째, 수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각 증상이다. 특정 부분을 고치려 하면 전체 맥락이 뒤틀리며 원래 의도와 전혀 다른 글이 되어버린다. 이는 AI의 맥락 이해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세밀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반복적인 검증이 요구된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해결해 준 듯 보였던 문단 구성과 교정 문제가 수정 과정에서 더 큰 혼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를 완벽하게 원래 의도로 되돌리려면 최소 6번의 교차 검증과 수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인간의 깊은 개입 없이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 정교한 지시와 다층 검증의 필요성


여러 기업의 AI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정교한 프롬프트 설계와 최소 3차 이상의 다른 AI 모델을 통한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클로드에게 초안을 작성하게 하고, GPT에게 팩트체크를 시키고, 제미니에게 논리적 일관성을 검토하게 하는 식의 접근법이다. 이 과정에서 지시자(인간)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각 AI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조율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 자신도 놀라운 성장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더 많은 지식과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AI와의 협업 과정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이 오히려 향상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다.


▲ 압축된 노력, 고도화된 가치


생성형 AI가 수십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고 글머리도 순식간에 잡아주며, 문법 교정도 완벽하게 처리해 준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여전히 상당한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그 노력의 성격이 바뀌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정보 수집, 자료 정리, 초안 작성, 그리고 끝없는 교정과 문단 재배치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기획, 검증, 정제, 맥락 구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AI가 해결해 준 글머리와 교정 문제 덕분에 오히려 글의 본질적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은 압축되었지만 그 과정은 오히려 더 고도화되었다. 마치 사진술이 발달해도 화가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AI 시대에도 인간 글쓰기의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 새로운 문해력의 시대


우리는 이제 새로운 종류의 문해력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서,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되었다.


이는 마치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수학교육이 암산 능력보다는 수학적 사고력에 중점을 두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AI가 기계적인 글쓰기를 대신해 주는 만큼,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 창의와 융합, 인간만의 영역

gVYx20cljYKAW_eJFTu2c.png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이미지

진정한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 그리고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여전히 작가의 몫이다. AI는 아무리 발달해도 기존에 노출된 자료들을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것에 그친다. 반면 인간은 전혀 다른 영역의 지식을 연결하고,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관점을 창조해 낸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체험할 수 없는 삶의 깊이다.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순간의 아름다움,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뗄 때의 환한 미소, 감내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와 부조리,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 그리고 불의와 폭압에 맞서는 저항의 의지까지. 이 모든 것들이 글에 깊이와 진정성을 부여한다.


AI는 '봄이 아름답다'는 정보는 알지만, 꽃잎이 뺨에 닿는 순간의 전율은 모른다. '가족이 소중하다'는 명제는 이해하지만, 아이의 미소 하나로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적은 경험하지 못한다. '정의가 중요하다'라고 답하지만, 부당한 권력에 맞서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드는 용기는 알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 그리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사고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그 경험을 글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 글쓰기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그렇다면 AI 시대에 글쓰기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있다.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함,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 아직 세상에 없던 새로운 관점의 창조. 이런 것들은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더 나아가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근본적인 방식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타인과 소통한다. 이런 과정 자체가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 변화하는 도구, 변하지 않는 글쓰기 본질


결국 글쓰기의 본질은 사고하는 것이다. 세상을 관찰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 특히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가치는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치 피아노가 아무리 좋아도 연주자의 감성과 기교 없이는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AI라는 도구 역시 인간의 지혜와 경험이 있어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창의적 사고와 융합적 통찰은 대체할 수 없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더 깊이 사고하고, 더 정교하게 표현하고, 더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치 바둑에서 알파고에게 졌지만 인간이 바둑을 계속 두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행복이자, AI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 우리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어쩌면 그 답은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경험과 사유에서 비롯될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칼럼니스트 박대석


2023.02.20. 필자가 쓴 글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2196797Q

https://www.breaknews.com/94935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124067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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