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균열이 가져올 새로운 동북아 질서와 한국의 선택
지난 글 「중국 권력이동의 실체: 시진핑 체제 균열과 장유샤 부상의 증거들」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받은 가운데, 최근 들어 한국의 주요 언론들이 중국 내부 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구체적 증거와 함께 보도하고 있다.
YTN은 4월 23일 「"시진핑 시대 이미 끝났다" 은밀하게 밝혀진 중국군 내부 '치명타'」라는 제목의 특집에서 "중국군 내부의 권력 투쟁이 2년 가까이 끊이지 않고 계속 격화되자 시진핑 정권을 향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중국군 서열 3위 허웨이둥의 실종 상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6월 30일 미국 제임스타운 재단의 공식 분석을 인용해 "관영매체에서 시진핑의 중심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라고 보도했으며, 뉴시스는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4주년을 맞아 시진핑이 대내외 권력 과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중국 내부 권력 변화는 더 이상 추측의 영역이 아닌,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현실로 전환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완전한 실종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하던" 허웨이둥이 "한 달 넘게 소식이 감감한 채 실종 상태"에 있으며, "중국 고위 인사가 공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건 대개 숙청 등 불길한 결과를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허웨이둥의 실종은 단순한 개인적 사건이 아니다. 그는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핵심 측근으로, 중국군 서열 3위이자 대만 침공 작전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그의 실종은 시진핑의 군부 장악력에 치명적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 국방부 대변인의 대응 변화다. 허웨이둥 관련 질문에 대해 "말씀하신 상황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은 과거 다른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반박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다.
미국에 체류 중인 전 중국 언론인 자오란젠은 3월 13일 소셜미디어에서 허웨이둥이 3월 11일 전인대 폐막 후 현장에서 체포되었다고 폭로했으며, 이후 워싱턴타임스, 블룸버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주요 언론들이 연이어 허웨이둥의 실각을 보도했다.
허웨이둥 실종과 동시에 장유샤의 군권 장악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장유샤가 해방군·무경부대 대표단 단장을 맡은 것은 그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월 양회 폐막식에서 군 서열 2위 장유샤가 시진핑에게 등을 돌리고 시선을 회피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중국 정치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공개적 도전 신호로 해석된다.
장유샤는 1950년 출생으로 현재 74세이며, 1979년 중월전쟁과 1984년 라오산 전투에 직접 참전한 실전 경험을 가진 드문 고위 장성이다. 그의 부친 장쭝쉰은 개국 상장으로, 장유샤는 태자당 출신이지만 순수 군인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시사인은 6월 25일 보도에서 장유샤와 시진핑의 관계 악화가 2022년 20차 당대회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 나이를 둘러싼 직접적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진핑이 칠상팔하(七上八下) 관례를 언급하며 은퇴를 압박했을 때, 장유샤가 "당신은 왜 물러나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미국 제임스타운 재단의 윌리 람 선임연구원은 6월 23일 발간된 '차이나 브리프'에서 "당의 핵심 인물로 여겨지는 인물(시진핑)이 주요 정책 결정 영역에서 영향력을 잃어감에 따라 중국 정치는 흥미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관영매체에서 시진핑을 거론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구체적 지표다. 이는 권력 약화의 가장 명확한 신호 중 하나로 해석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27일 "중국공산당의 핵심 구성원, 특히 대중과 국가안보 부처의 신뢰 상실을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분명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공개 언급했다. 이러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정보기관의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최근 행보에서도 권력 약화 신호들이 포착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시진핑이 12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한다고 7월 2일 발표한 것이다.
중국 측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 근 1년간 이미 2번 만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과거 시진핑이 이 회의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2025년 8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기 4중 전회에서 시진핑의 거취가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
YTN 보도는 시진핑이 "두 파벌을 견제와 균형 속에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장유샤가 급부상하며 중국의 권력투쟁과 관련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이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대표로 하는 대해방(大海幫)과 장유샤와 류전리를 대표로 하는 월전방(越戰幫) 양대 파벌을 경쟁시켜 군부를 통제하고 있었는데, 장유샤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원로들의 도움을 얻어 대해방을 실각시키고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권력 투쟁이 아닌, 중국 공산당 내부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홍콩 언론인 옌춘거우는 "2024년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부터 중국 공산당 내부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시진핑 개인에 대한 과도한 찬양은 눈에 띄게 줄었고, '집단 지도체제' 복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집단지도체제로의 복귀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시진핑의 공격적 민족주의와 '늑대전사 외교'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유샤의 군사적 실용주의가 강화될 경우, 2027년 대만 침공 목표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미 공군대학 중국항공우주연구소가 보고한 장유샤의 우려 표명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정교하고 다층적인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내부 권력 투쟁의 최종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급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치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중국 내부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보다 정교하고 다층적인 정보 수집 체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화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확고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70여 년간 혈맹으로 이어져온 한미동맹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릴 수 없는 외교의 기축으로 삼고, 중국과는 상호주의 원칙하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되, 체제와 안보에 대한 위협에는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다.
중국 내부 권력 변화는 북중관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유샤의 군사적 실용주의가 강화될 경우, 지역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중국이 더 강력한 제재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뿐만 아니라 미중 경쟁 심화 속에서 북한을 완충지대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고려, 그리고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는 과도한 압박에 대한 거부감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핵심은 새로운 중국 지도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중국의 국익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하느냐의 여부다. 이는 미중 관계의 전반적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중국 내부 권력 구조의 변화는 미중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시진핑의 대결적 외교정책이 약화되고 장유샤의 실용주의적 접근이 강화될 경우, 미중 갈등의 양상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늑대전사 외교'의 완화로 미중 간 긴장이 다소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패권 경쟁은 오히려 더 치밀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단순한 균형자 역할을 넘어, 중견국 외교를 통해 미중 간 대화와 협력의 교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시진핑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이 약화되고 경제적 실용주의가 부활할 경우, 한중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청년실업률 급증,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은 중국 지도부로 하여금 보다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기회에 대해 단계적이고 조건부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 먼저 중국의 정책 변화가 실제로 개방적 방향으로 전환되는지 면밀히 검증하고, 상호주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분야부터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동시에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엄격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 경제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더라도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술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적 변화에 대비해 한국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70여 년간 혈맹으로 이어져온 한미동맹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외교안보의 기축으로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대외정책의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둘째, 중국과는 상호주의 원칙하에서 단계적이고 조건부적인 협력 공간을 확보하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과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명확한 레드라인을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 체제 구축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넷째, 중국 내부 변화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정책 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의 정보 수집 기능을 확대하고, 중국 내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세력과의 접촉 채널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학계, 싱크탱크, 민간 연구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중국 내부의 권력 이동은 이제 가능성을 넘어 현실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구체적 증거들과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식 분석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추측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시진핑 일인체제의 약화와 장유샤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의 영향력 확대, 집단지도체제로의 부분적 회귀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중국이 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중관계의 새로운 정립, 북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동력, 동북아 질서 재편에서의 주도적 역할 등이 모두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현실주의와 가치 외교의 조화가 필요하다. 중국 내부 변화의 최종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변화가 반드시 한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전개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70여 년간 혈맹으로 이어져온 한미동맹이라는 확고한 토대를 지킬 수 있는 원칙적 기반을 견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모범 국가로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하고 지혜로운 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전략적 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의 권력 이동이 가져올 새로운 동북아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이 분석은 한국 주요 언론의 보도와 미국 정보기관의 공식 분석 등 신뢰할 만한 출처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중국 내부 변화의 복합성과 불확실성을 신중하게 고려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위 글은 브레이크뉴스에 2025년 7월 5일 필자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엇습니다.
https://www.breaknews.com/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