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4대 독재연대 국가 균열 속에서 그어야 할 우리의 선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과 함께 국제질서는 급격한 재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과거 미소 냉전이 미중 신냉전 시대로 전환되며 형성된 현 국제 질서 속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 이루어진 '반미연대 4대 독재국가'가 동시에 약화되는 가운데, 자유민주진영의 압도적 우위가 확립되고 있다.
이들 독재·전제·전체주의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권위주의적 질서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 한다. 이러한 신냉전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은 단순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역사적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
현재 반미연대를 구성하는 4개 독재국가 모두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시진핑 3 연임 체제 하에서 전례 없는 권력 동요를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2%대 추락과 청년실업률 20% 돌파로 사회적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가운데, 당 내부에서 시진핑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의 급작스러운 포기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 위기는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GDP가 미국 대비 66%에서 63%로 하락하며 '중국몽' 실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당 내 실용파들 사이에서는 개혁개방 노선 복귀론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보유 탱크의 90%를 잃고 25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국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포탄 부족으로 북한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 러시아의 위상은 이미 지역강국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란은 핵시설 폭격으로 핵 개발이 최소 2년 지연되며 하메네이 체제의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팔레비 3세의 복귀론과 함께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은 600만 대의 휴대전화로 정보 통제가 무너지고 '장마당 세대'가 체제를 외면하며 3대 세습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권위주의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는 현상이다. 반미연대의 모든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이 상황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에게 전략적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이자, 대한민국 번영의 근본 토대다. 우리가 독재국가들과 교류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그 어떤 실익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원칙이다. 한국의 GDP가 북한의 60배, 개인소득이 30배에 달하는 현실은 체제 경쟁의 결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중국의 일당독재, 러시아의 권위주의, 이란의 신정독재, 북한의 세습독재가 모두 국민의 자유와 번영을 억압하는 반면, 우리의 번영과 자유는 70년간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지켜온 결과다. 이 가치를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레드라인(Red Line)이란 국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이를 넘어서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레드라인을 보자. 첫째는 '본토 안보 위협'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이 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라며 핵전쟁 위험까지 감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동맹국에 대한 직접 공격'이다. NATO 제5조(집단방위조항)에 따라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이다.
중국의 레드라인도 명확하다. 첫째는 '대만 독립'이다. 시진핑은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자는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며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둘째는 '티베트·신장 분리독립'이다. 중국은 이 지역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국제적 비판에도 굴복하지 않고 강경 대응한다.
이처럼 모든 강대국은 자국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우리만의 생존 기준선을 명확히 그어야 할 때다.
첫째, 영토주권 침해에 대한 즉시 대응 체계. 독도 12해리 영해 침범, 이어도 해역에서의 불법 해양과학조사, 서해 NLL 무단 월경에 대해서는 해경·해군의 즉시 차단 조치와 함께 외교적 항의, 경제적 제재를 단계적으로 발동한다. 중국 해경선의 이어도 접근이나 일본 순시선의 독도 영해 침범 시 12시간 내 정부 차원의 공식 항의와 함께 주한 대사 소환 등 외교적 압박을 가한다.
둘째, 민주주의 체제 공격에 대한 강력 응징. 대선·총선 등 주요 선거 개입, 정부기관 해킹 등 사이버 공격, 국정 혼란을 위한 대규모 허위정보 유포에 대해서는 사이버 반격, 외교관 PNG(persona non grata) 선언, 경제 제재 등 종합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특히 선거 개입의 경우 증거 확보 즉시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집단 제재를 요청한다.
셋째, 경제적 강압에 대한 동등 보복. 사드 사태 때의 한한령과 같은 정치적 이유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규모와 수준의 맞대응을 즉시 실행한다. 중국의 관광 금지령에는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 지원, 롯데마트 철수 강요에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제한 등 비례적 대응을 한다. 이를 위해 주요 상대국별 경제 제재 시나리오를 사전 준비한다.
넷째, 동맹 위협에 대한 집단 대응. 한미동맹이나 우방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 위협을 한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체계를 발동한다. 북한의 대남 도발 시 한미 연합훈련 규모 확대, 중국의 대만 위협 시 역내 민주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등을 통해 집단 안보 체제를 공고히 한다.
그동안 한국 외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으로 원칙 없는 줄타기를 해왔다. 미중 사이에서 양쪽 눈치를 보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회피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신냉전 시대에는 이런 애매한 태도가 오히려 독이 된다. 이제는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대응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확고한 의지를 배워야 한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국제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이란 핵시설 공격이 대표적 사례다. 레드라인 침범에 대해서는 외교적·경제적·군사적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되, 단계별 에스컬레이션을 통해 상대방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레드라인 대응 매뉴얼을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합동으로 작성하고, 반기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행력을 점검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부처 간 갈등이나 대응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더 이상 강대국 사이에 '끼인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 6위 군사강국으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견강국이다. 이제는 원칙 없는 '균형외교'를 넘어 '가치에 기반한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해야 할 때다.
가치외교란 자유민주주의라는 확고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익을 위한 실용적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지속하되, 우리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한다. 러시아와는 에너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불법 행위는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이것이 성숙한 중견강국의 외교다.
기술 주권 확보가 경제 안보의 핵심이다. 반도체에서 세계 1위, 조선에서 40% 점유율, 배터리에서 30% 점유율을 바탕으로 '없어서는 안 될 국가(Indispensable Nation)'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피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우선시해야 한다.
『쿼드 플러스(QUAD+) 참여』에 대해서는 유연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열린 입장을 유지하되, 사안별 참여를 통해 특정국가 견제라는 인상은 피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건설적 목표에 초점을 맞춰 점진적으로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반미연대 4대 독재국가의 구조적 균열은 분명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통일의 골든타임'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실적이고 다층적인 통일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 내부 변화의 면밀한 관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600만 대 휴대전화 보급과 '장마당 세대'의 확산은 분명한 변화의 신호다. 하지만 이것이 체제 붕괴로 직결된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점진적 개방, 급변사태, 현상 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보 유입 확대를 통한 변화 촉진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불안정성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통일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다. 통일은 한국만의 이익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통일 한국이 팽창주의적 야심을 갖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핵무기 포기, 영토 확장 거부, 평화적 공존 등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통일 비용의 현실적 분담 방안』도 중요하다. 독일 통일 당시처럼 미국, 일본, EU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기금' 설립을 추진하되, 이들 국가의 실제 부담 의지와 이해관계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외교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절실하다. 하지만 혁신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한 점진적 과정이어야 한다.
정책 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 AI 기반 실시간 정책 분석 시스템 구축, 민간 전문가와 싱크탱크 역할 확대 등은 필요하지만, 도입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과의 조화, 예산 확보, 인력 양성 등 현실적 과제를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레드라인 대응 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안보실 산하에 '국가 레드라인 대응센터'를 설치하되, 관련 부처 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평시 훈련과 점검을 통해 실제 작동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 3시간 내 초기 대응 완료라는 목표는 구체적이지만,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잡한 국제정세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국민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체계적 소통이 필요하다. 유튜브, 팟캐스트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국민 외교 아카데미' 운영, K-pop과 K-드라마를 활용한 문화외교 확대 등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실행 과정에서 효과 측정과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외교는 더 이상 외교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외교관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해외에서 보여주는 모습 하나하나가 국가 이미지를 좌우한다.
초당적 외교 컨센서스를 구축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한미동맹 강화, 레드라인 설정과 같은 국가 생존의 근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초월한 합의가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정책이 180도 바뀌는 나라에는 어느 나라도 신뢰를 주지 않는다.
국민 외교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복잡한 국제정세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국민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소통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 유튜브, 팟캐스트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국민 외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해외 거주 한인들을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문화외교와 공공외교의 위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K-pop, K-드라마, K-푸드로 이미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류의 힘을 외교적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의 가치를 전파해야 한다.
신냉전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 위에서, 현실적 국익과 외교적 자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외교가 답이다.
4대 독재연대의 구조적 균열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기회는 철저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준비를 통해서만 잡을 수 있다. 지나친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금물이다.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우리의 역량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위에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의 레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하되, 그 실행은 단계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없는 혼자만의 레드라인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고, 국내적 합의 기반을 다진 위에서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외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치와 실용, 원칙과 유연성, 명확성과 균형을 모두 갖춘 성숙한 외교가 필요하다. 70년 전 폐허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된 것처럼, 우리는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우리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고, 평화는 힘으로 지켜지며, 번영은 현명한 외교로 이뤄진다. 신냉전 시대, 한국이 그어야 할 레드라인은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다. 하지만 그 레드라인을 지키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원칙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외교, 그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진정한 힘은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킬 때 나온다." 4대 독재연대의 균열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대한민국이 성숙한 중견강국으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명확한 레드라인과 유연한 실행, 확고한 가치와 현실적 접근의 조화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
칼럼니스트 박대석
위 칼럼은 2025년 7월 9일 브레이크뉴스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breaknews.com/1131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