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역량 침식하는 1.4조원 혈세용역

무책임한 외주화를 줄여야

by 박대석

[표지사진: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이미지]


국가 역량 침식하는 1.4조 원 혈세 용역

무책임한 외주화를 줄여야


▲ 들어가며, 0.2%가 경고하는 거대한 위험 신호


매년 1조 4천억 원. 2024년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각종 용역에 쏟아붓는 이 막대한 혈세는 전체 정부 예산의 0.2%에 불과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수치가 대한민국 정부 역량의 퇴보를 경고하는 거대한 위험 신호라면 어떻겠습니까?


이 돈으로 초등학교 1,400개를 짓고, 기초생활수급자 140만 명에게 연간 100만 원씩 지원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 공무원의 책임감을 갉아먹고 정책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책임의 외주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용역 실태는 한마디로 '무책임의 외주화'로 요약됩니다. 복잡한 정책 과제를 마주하면 용역부터 발주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는 관행이 일상화됐습니다. 공무원은 정책의 설계자가 아닌 단순한 예산 집행 관리자로 전락했고, 정책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은 실종됐습니다.


실제로 용역 대상 공무원들이 토로하는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업무는 저희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급자가 용역을 원하시니까요." 필자가 실제 공무원에게 들은 이런 현실이 바로 용역만능주의의 실체입니다.


▲ 급증하는 용역 의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다


△ 선진국과 대조되는 역주행


최근 3년간 정부와 공공기관의 용역 발주 현황은 충격적입니다. 2022년 15,000건이었던 용역은 2024년 17,000건으로 13% 이상 급증했고, 예산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조 2,000억 원에서 1조 4,000억 원으로 매년 7~8%씩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단순히 정책 수요 증가를 넘어 공무원들의 용역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입니다. 선진국들이 공무원 1인당 정책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 지역 차원의 용역 실태와 정치적 위험성


필자가 살고 있는 고양시의 최근 3년간 용역 현황은 중앙정부 문제가 고스란히 지역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2년 약 14억 원에서 시작된 주요 용역 예산이 2024년 25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특히 도시기본계획 재정비, 경제자유구역 지정 영향평가 등 대형 용역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용역 의존이 낳는 정치적 위험성입니다. 2025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고양시의회가 201억 원을 삭감하면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5억 원이 4년 연속 삭감됐고, 원당역세권 종합발전계획 3억 원은 3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법정계획조차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핵심 정책이 무산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복지 관련 재단 신설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할 때 담당 공무원이 필자에게 털어놓은 말이 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지재단 설립에 관한 법적 검토나 운영방안 수립은 우리가 관련 조례와 타 지자체 사례만 검토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용역을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거죠."


▲ 용역만능주의가 만든 구조적 병폐

필자 작성

△ 전문성 실종, 공무원이 단순 예산 집행 등 관리자로 전락


현재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 남짓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복잡한 정책 과제를 마주했을 때 내부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용역부터 발주합니다. 그 결과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됩니다.


공무원이 용역을 발주하면 외부 업체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공무원은 단순한 관리업무만 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정책에 대한 전문성은 더욱 퇴화되고, 결국 다음 정책 과제에서도 다시 용역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 공무원들이 정책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정책 실패 시에도 "용역 결과를 따른 것"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면서, 국민이 선출한 공무원이 정책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예산 집행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김밥집을 창업하려는 사람도 직접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시장조사를 하며 메뉴를 개발합니다. 그래야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물며 수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국가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핵심 업무를 외부에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책의 연속성은 보장되지 않고, 세부적인 현장 감각은 무례해지며, 결국 국민들로부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질타를 받게 됩니다.


필자 후배인 인천광역시의 한 팀장은 이런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용역 결과가 나쁘면 '업체를 잘못 선정했다'라고 하고, 정책이 실패하면 '용역 보고서대로 했는데 안 됐다'라고 한다. 정작 우리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습니다.


△ 순환보직제가 낳은 정책 역량의 약화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의 순환보직제는 '만능 행정가'를 지향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전문성 축적을 방해하고 정책 역량의 약화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빈번한 순환보직으로 담당 공무원이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축적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승진을 위한 잦은 인사이동은 업무의 연관성이나 전문성을 심각하게 저해합니다.


이는 결국 심도 깊은 정책 연구와 고도화를 어렵게 만들며, 국가 정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국제협상 분야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상대국은 해당 분야에서 10-20년간 쌓은 전문성을 가진 협상가를 내세우는데, 우리는 1-2년 전에 그 분야에 배치된 공무원이 용역 보고서를 들고 협상장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공무원들의 숨겨진 고백


A부처에서 "○○정책 효과성 분석"에 5억 원을 쓰고, B부처에서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3억 원을 쓰며, C기관에서 "○○분야 해외사례 조사"에 2억 원을 쓰는 식으로 결국 10억 원을 들여 비슷한 결론을 세 번 얻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중앙부처 중간 간부인 한 공무원은 이런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부처에서 비슷한 용역을 했는지 확인할 시스템도 없고, 설령 알아도 '우리 상황은 다르다'는 이유로 또 용역을 줍니다. 솔직히 기존 자료만 잘 활용해도 새로운 용역의 70-80%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정부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을 통해 용역 정보를 공유하고 중복성 검토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각 부처도 관리규정을 두고 유사·중복 연구 검토 및 차별성 보고서 제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중복 용역은 계속 발생하는 걸까요?


문제는 형식적 검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한 공무원은 "프리즘 시스템에서 검색해 보고 '유사한 연구가 없다'라고 적어내면 그만"이라며 "실제로는 제목만 다르고 내용이 비슷한 용역들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기관의 미등록이나 결과 미공개 사례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습니다.


▲ 숨겨진 진실, 공무원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이미지

△ 현실적 자체 수행 가능성, 공무원들도 인정한다


다양한 행정 현장 사례와 해외 사례를 종합 분석한 결과, 현재 정부 용역의 상당 부분은 공무원이 자체 수행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건수 기준으로는 40-50%, 금액 기준으로는 25-35% 정도가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입니다.


이는 과장된 추정이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비공개를 전제로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 시청의 기획담당 주무관은 "해외사례 조사나 통계 분석 같은 건 인터넷만 있으면 며칠이면 끝나는 일인데, 꼭 수천만 원 들여서 용역을 줘야 하나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놀랍게도 현재 고급공무원단 중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75%, 박사 학위 소지자가 15%에 달하며, 전문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공무원도 40%가 넘습니다. 이는 학력과 경력 면에서 이미 선진국 공무원들과 견줄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우수한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부재하다는 데 있습니다.


△ 즉시 내부 수행 가능한 업무들


단순 현황조사와 통계 취합, 기존 정책의 성과 측정, 법령과 제도 검토, 해외사례 벤치마킹 등은 지금 당장이라도 공무원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런 업무들만 내부로 가져와도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사례 조사는 현재 AI 번역 기술의 발달로 언어 장벽도 크게 낮아진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외국어 능력의 한계로 외부 용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공무원이 직접 해외 정부 사이트에서 정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방 도청의 모 주무관은 "독일 지방정부 사이트에서 직접 자료를 받아서 번역 프로그램 돌려보니까, 예전에 3천만 원짜리 용역으로 받았던 보고서와 거의 똑같은 내용이 나왔다"며 "이제 해외사례 조사는 정말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교육과 시스템 개선으로 확장 가능한 영역


기초적인 정책연구, 데이터 분석, 중장기 계획 수립 등은 체계적인 교육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내부 수행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현재 공무원들이 이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일부 선진적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이 직접 정책연구를 수행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도 모시의 한 과장은 "우리 팀에서 직접 만든 주민참여예산 분석 보고서가 용역 결과물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며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이 직접 하니까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증언했습니다.


핵심은 공무원들에게 연구할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용역 발주하면 3-4개월 걸리는 일을 우리가 직접 하면 1개월이면 끝날 수 있는데,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무조건 용역으로 돌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해외 선진국의 성공 사례가 주는 교훈


영국은 정부 과학청을 통해 정책연구의 60%를 내부에서 수행하고 있고, 독일은 각 부처별 전문 정책연구기관에서 대부분의 기초연구를 처리합니다. 프랑스는 국립행정학교 출신 엘리트 공무원들이 전문분야에서 장기 재직하며 정책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외부 용역은 정말 필요한 분야에만 선별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해 점진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 반드시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


△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


물론 모든 용역을 내부에서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 바이오, 원자력 등 첨단기술 정책이나 대규모 인프라 설계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해 반드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 법정 자격이 필요한 분야나 갈등지역 조사처럼 이해관계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같은 창의적 기획이나 통상협상 같은 국제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 역시 외부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 질적 혁신과 성과관리가 더 중요


중요한 것은 이런 분야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최고 수준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조건적인 용역 축소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분야에 선별적으로 집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외부 용역을 활용할 때는 발주 전 내부 수행 가능성 검토를 의무화하고, 용역의 성과 평가와 결과물 공개, 사후 활용도 점검 등 질적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용역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도 시급합니다.


현재 PRISM 시스템이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합니다. 연구결과물의 시스템 등록은 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률은 저조하고 형식적 중복성 검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AI 기반 자동 유사성 분석 도구 도입, 활용 실적에 대한 정기적 평가, 우수 활용 사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합니다.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용역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 통합 관리 시스템을 한층 더 고도화해야 합니다.


▲ AI 시대가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


△ 인공지능이 바꾸는 정책연구 패러다임


생성형 AI의 등장은 정부 용역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량의 문서 분석이나 복잡한 통계 처리 때문에 외부 용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업무들이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공무원이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외 정책 사례 수집과 번역, 기초통계 분석과 시각화, 설문조사 설계와 분석 등은 이미 AI가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팀장은 "ChatGPT 활용해서 해외 스마트시티 사례를 조사하니까 예전에 1억 원짜리 용역으로 했던 일을 일주일 만에 끝냈다"며 "이제 굳이 용역 줄 필요가 없는 일들이 정말 많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공무원이 적절한 AI 도구를 활용한다면 기존에 수억 원짜리 용역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며칠 만에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 책임 있는 AI 활용이 관건


다만 AI 도입은 무작정 추진할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과 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산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데이터 표준화, 개인정보보호 체계 구축 등 기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AI 활용이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흐리거나, AI 자체의 편향성으로 인해 공정한 정책 집행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는 강력한 보조 도구일 뿐, 정책의 최종 판단과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오직 공무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개혁 방안, 법제화와 시스템 혁신


△ 정부용역 관리법 제정으로 체계적 통제

20250711_110410.png 행정안전부 정책연구관리시스템 PRISM 홈페이지 캡처

현재 정부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과 각종 관리규정을 통해 용역 중복성을 배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형식적 검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법률로 외부용역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핵심은 용역 발주 전 내부 수행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로 구성된 용역심의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하며, 그 구성과 운영 방식 또한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기존 PRISM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한 정보 등록을 넘어 AI를 활용한 자동 유사성 검증, 의무적 활용 실적 평가, 미이행 시 강력한 제재 조치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용역 발주를 금지하고, 위반 시 관련 공무원에게 명확한 책임을 묻는 처벌 규정은 물론, 용역비 절감 및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체계도 함께 마련하여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사제도 개혁


전문직위제를 대폭 확대해 최소 5년 이상 장기 재직을 보장하고, 승진 시 전문성 평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전문분야별 체계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용역비 절감 성과나 내부 연구 성과 우수자에게는 특별승진 기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 시스템도 도입해야 합니다.


현장 업무와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실무-연구 연계형 조직'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와 내부 공무원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업형 연구모델'을 확산해 내부 전문성 강화와 외부 전문성 활용의 균형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 투명성과 시민 참여 강화


용역 발주부터 집행, 성과 평가까지 전 과정에 시민 참여와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용역 결과물의 의무적 공개,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평가 참여, 정기적인 성과 점검 등을 통해 투명성을 크게 높여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주요 용역의 필요성과 내용을 시민들에게 사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시민참여형 심의 제도를 도입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용역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 기대 효과, 예산 절감을 넘어 국가 역량 혁신


△ 미래 지향적 재투자로 국가 경쟁력 강화


체계적인 개혁을 통해 5년간 총 7,0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절감액은 단순히 곳간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공무원 전문 교육 확대, 혁신적인 정책 연구 인프라 구축, 첨단 AI 시스템 도입 등 미래 지향적인 정부 역량 강화에 재투자되어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1-2년 차에는 자체 수행률을 25%에서 35%로 높여 연간 1,400억 원을 절감하고, 3-4년 차에는 45%까지 높여 추가로 1,400억 원을 절감하며, 5년 차에는 50% 수준에서 안정화해 연간 700억 원을 추가 절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 정책 품질 향상과 국민 신뢰 회복


더 중요한 효과는 공무원들이 정책에 대한 주인의식과 전문성을 회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용역업체 관리가 아닌 정책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되찾으면 정책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연구한 정책은 애정과 책임감이 다릅니다. 김밥집 사장이 직접 개발한 메뉴에 자부심을 갖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듯, 공무원이 스스로 만든 정책에 대해서는 현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역 보고서를 관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책 역량입니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정책 설계, 장기적 관점에서의 체계적 정책 추진,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이 가능해지면서 결과적으로 공공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국민 신뢰도 크게 증진될 것입니다. 그제야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일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 혁신적 정부로의 도약 기반 마련


내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정책 개발 역량이 확보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정책 결정이 일상화되면 대한민국 정부는 진정한 혁신 정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효율성 개선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맺으며,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용역만능주의의 폐해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1조 4천억 원의 혈세 낭비는 물론이고, 공무원들이 정책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용역 관리자로 전락한 현실은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역량은 이미 선진국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입니입니다. 정부용역 관리법 제정, 공무원 전문성 강화, 용역 발주 기준 엄격화 등을 통해 시스템을 바꾸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국민적 관심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절감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 역량의 근본적 혁신을 의미합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정부 역량이 필요하고, 그 출발점이 바로 용역만능주의의 종식입니다.


시민도 세금이 진짜 필요한 곳에 쓰이는지,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용역만능주의를 끝내고 진정한 전문 정부를 만드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과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고양시 공무원의 말처럼,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외부에 맡기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제 시스템이 따라와야 할 때입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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