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종전선언-미군철수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주의 위기

국민이 알아야 할 세 가지 연결고리의 위험성

by 박대석

전작권-종전선언-미군철수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주의 위기

국민이 알아야 할 세 가지 연결고리의 위험성


전작권 환수→종전선언→미군철수, 위험한 도미노가 시작되었는가? 세 어젠다는 독립적인 일이 아니다. 함께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아래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신성한 의무를 지닌다. 이 의무에서 벗어나는 순간,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세 가지 정책 어젠다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 11일 "李대통령 대미 특사, '한반도 종전선언' 띄우려 미국 가나"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 등이 23일 친여성향 재미 단체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 한 종전선언 관련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관세 협상과 연계하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7월 12일 "전작권 환수 위해 법개정 할 수도… 한술 더 뜨는 與"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장기 현안이라고 밝혔음에도 여당 내에서 법개정까지 검토한다는 언급이 나왔다고 전했다.


▲ 전작권 환수, 왜 지금 서두르는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사실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사안이다. 그러나 언제, 어떤 조건에서 추진하느냐가 핵심이다. 현재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70여 년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 온 핵심 안전장치다.


전작권 환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두르는 것이 문제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약 150가지에 달하며, 한국군이 이 중 약 90%를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 10%가 바로 핵심 역량들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전력, 정밀 정찰자산, 통합 지휘체계 등을 완비하려면 추가로 수십조 원의 국방비 투자가 필요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오핸런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미국이 한반도 전쟁 대비를 위해 연간 투입하는 비용은 한국 국방예산의 3배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돈을 더 많이 쓰니까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휘통일의 원칙이 깨질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다.


1994년 이라크 상공에서 발생한 미군 F-15의 유엔 헬기 오인격추 사건은 지휘체계 혼선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26명의 평화유지군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은 통합지휘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 종전선언이 던지는 함정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다. 그 자체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주한미군 주둔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파급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11월 30일 한미동맹재단 콘퍼런스에서 "종전선언은 안보 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 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의 의미가 결국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역사의 교훈이다. 1992년 1월 노태우-부시 대통령 간 '팀 스피릿' 훈련 중단 합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10개월 후 한미 국방장관들이 훈련 재개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북핵 문제의 출발점이 되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선의의 정치적 제스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한 현재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안보 의식을 이완시킨다면, 그 결과는 29년 전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 과거 발언이 제기하는 우려와 정책 신뢰성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이 한미동맹에 대한 기저 인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021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언급한 것이나, 같은 해 11월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들이다.


이런 발언들이 현재의 정책 의도를 직접적으로 증명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의 한미관계에 대한 기본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전작권 환수를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안보 현안을 경제적 지렛대로 이용하는 것으로, 동맹 관계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하고 국익의 우선순위를 혼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VOA는 2024년 12월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안보 부차관의 "한국에서 진보 정부가 출범하면 대북 정책을 위해 동맹을 희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 미군철수 시나리오,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나


필자 작성

그렇다면 실제로 미군철수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는 복잡한 국내외 정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내 전략적 재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하에 해외 주둔 미군 비용 부담을 문제 삼으며 주한미군 감축 압박을 가해올 수 있다. 특히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미군 주둔 규모를 줄여도 되지 않겠나'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내 정치적 변화다. 만약 전작권 환수로 한미 군사협력 체계가 약화되고, 종전선언으로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희석되며, 여기에 국내 반미 여론이 확산된다면? 정치권에서 미군 철수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역내 안보 지형의 변화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대만 방어에 투입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한미동맹의 근본적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만약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맞물린다면 미군철수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


2025년 5월 한국 외교부가 "주한미군 철수 관련 논의는 전혀 없다"라고 강조한 것도, 역설적으로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은 7월 11일 "'전시작전권 환수' 카드 꺼낸 정부…'뼈를 주고 살을 치나'"라는 기사에서 "조기 전작권 환수가 상당한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미칠 충격


미군이 철수한다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는 단순히 안보 문제를 넘어선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전반에 걸친 시스템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


첫째, 안보 불안정이 즉시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투자 위축, 자본 유출, 원화 약세 등이 예상된다. 둘째,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서 경제적 종속도 심화될 수 있다. 셋째, 국내 정치 지형도 변화할 수 있다. 외부 압박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민주주의 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상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안보 위기 상황에서 권위주의로 퇴행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이 요구해야 할 구체적 행동 방안

필자 작성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첫째,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 조건 달성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미달성 조건이 정확히 무엇이며, 언제까지 완비할 수 있는지, 소요 예산은 얼마인지를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종전선언 추진 계획과 한미 협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국회를 통한 견제와 감시다. 이런 중대한 안보 정책 변화는 반드시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의 추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나 공청회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전작권 환수를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이는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셋째, 전문가 집단의 객관적 평가 요구다. 정부와 여당만의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군사 전문가, 국제정치 학자, 외교관 출신 등으로 구성된 초당적 자문기구를 통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들이 전작권 환수 준비 상황, 종전선언의 파급효과,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넷째,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 요구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통한 점진적 추진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작권 환수의 경우, 부분적 권한 이양을 통한 시범 운영, 연합훈련을 통한 검증, 위기 상황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연계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한미동맹 핵심 가치 확인 요구다. 어떤 정책 변화든 한미동맹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수호, 집단안보 체계 유지, 평화와 번영 추구라는 기본 틀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약속해야 할 사안이다.


조선일보가 7월 11일 사설에서 "전작권 전환, 이렇게 서두를 일인가"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작권 환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는 성급함과 투명성 부족을 경계하는 것이다.


▲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


물론 전작권 환수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측의 논리도 있다. 자주국방 완성,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이 그것이다. 이런 목표 자체는 충분히 가치 있다. 문제는 방법과 시기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러북 군사협력 강화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변화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든 종전선언이든, 철저한 준비와 국민적 합의, 그리고 한미동맹의 핵심 가치 유지라는 전제 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강조했듯이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이다.


▲ 나가며, 전작권 환수, 종전선언, 미군철수 하나로 보고 대처해야


전작권 환수, 종전선언, 미군철수는 각각 복잡한 변수들이 얽힌 사안들이다. 이들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특히 국내외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 변화가 국민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정부의 근본 의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를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 충분한 국민적 논의,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 70년간 쌓아온 평화와 번영의 토대를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이 깨어있을 때, 정부는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칼럼니스트


위 글은 2025년 7월 12일 FN투데이에 필자 칼럼으로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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