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 지역페이,
달콤한 포퓰리즘의 함정

역대 최대 규모 현금 살포의 숨겨진 진실, 청년세대에게...

by 박대석

[표지사진: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이미지]


2025년 정부가 추진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살포 정책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30조 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50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총 13조 원을 지원하고, 동시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29조 원으로 확대하며 할인율을 최대 15%까지 상향 조정한 이 정책의 이면에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


한국의 특수한 조세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정책의 진짜 의도가 보인다. 전체 가구 중 소득세를 납부하는 가구는 35~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65%는 소득세 무납세자 가구다. 경제활동인구 2,900만 명 중에서도 48%만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상위 10% 소득자가 전체 자산의 약 46%까지 차지하는 불평등 구조가 심각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 정부의 전략이 작동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다수에게는 '순혜택'이고, 세금을 내는 소수가 이를 부담하는 명확한 구도 속에서 총 42조 원 규모(소비쿠폰 13조 원 + 지역화폐 29조 원)의 현금성 지원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무납세자 다수를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한다.


▲ 지역화폐 정책의 빛과 그림자

필자 작성


지역화폐 정책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부산 동백전의 경우 투입 예산 대비 2.56배의 소비 창출 효과와 1.59배의 소상공인 소득 창출 효과가 확인되었다.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사용 제한으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이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특성으로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의 내재적 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각 지자체별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여 인접 지역 간 소비 이전을 통한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전국적 관점에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소비의 지역 간 이동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플랫폼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경기지역화폐의 경우 코나아이 등 특정 업체가 독점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며, 운영 수수료와 낙전수입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유사한 민관 협력 구조에서의 이익 배분 불투명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즉시 실현 가능한 개선 방안

필자 작성

현재 지역화폐 운영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은 기존 카드사와 민간은행의 결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신한카드, 우리 카드 등 기존 카드사들은 이미 전국적인 결제 네트워크와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별도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비 없이도 지역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 금융기관을 활용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감독 하에 운영되어 투명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또한 복수의 카드사와 은행이 경쟁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특정 업체의 독점적 지위를 해소하고, 낙전수입 등의 이익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획일적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경제사회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역화폐 설계를 지자체에 맡기는 방향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는 보조적 역할로 전환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지역별로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화폐와 고향사랑기부제, 각종 정책수당을 연계하여 정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기부금 답례품이나 각종 정책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내 소비와 순환 효과를 높이면서도 행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 장점을 집중 개발 시 기대되는 효과


제시한 개선 방안을 적용할 경우 상당한 재정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지역화폐 운영에는 플랫폼 개발·유지비, 콜센터 운영비, 마케팅비 등으로 연간 약 7,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는데, 기존 카드사 인프라를 활용하면 이 중 70% 이상인 약 5,000억 원의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매년 새로운 지자체별 플랫폼 구축에 투입되는 약 1,500억 원 중 상당 부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낙전수입(2024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800억 원 추정)과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추가적인 예산 절약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총 6,500억 원 이상의 예산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간 주도 모델 도입으로 지역 경제의 내재적 성장 동력이 강화되어, 정부 지원이 중단되어도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다양한 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동일한 예산으로 더 큰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며, 특히 인구 정책, 농어촌 정책 등과의 연계 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기존 금융기관의 엄격한 감독 체계를 활용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는 정책 효과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의존적 정책에서 자생적 지역경제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개선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필자 작성

그렇다면 왜 현 정부는 이런 합리적 개선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정치적 효과가 경제적 효과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총 42조 원(소비쿠폰 13조 원 + 지역화폐 29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 지급은 즉각적인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수에게는 '순혜택'으로 인식되어 정권 지지율 상승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보수 야당이 이를 비판하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프레임을 씌울 수 있어 정치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채무탕감, 각종 기본소득 논의 등은 '정부가 생계를 책임진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특히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계층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기 쉬운 구조다. 이러한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좌파 정치 세력에 대한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구축하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지역페이를 비롯한 현금성 지원 정책들은 경제정책이 아닌 권력 유지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런 정책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정부 의존적 성향이 강해지고, 이는 곧 좌파 정치 세력의 안정적인 지지 기반으로 전환된다. 권력 유지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필자 작성

이런 포퓰리즘 정책의 진짜 피해는 누가 입는가. 바로 열심히 일하는 경제활동자들과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 세대들이다.


소득세를 납부하는 27%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73%를 위한 현금 지급 정책을 부담해야 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낼수록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역설적 구조다. 이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납세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킨다.


현재의 대규모 재정 투입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채로 전환된다. 총 42조 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과 이를 위한 30조 5,000억 원의 추경은 청년 세대가 평생에 걸쳐 갚아야 할 빚이 된다. 생산적 투자 대신 소비성 지원에 집중하는 정책 구조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단기적 인기에만 치중하는 정책이 반복된다.


▲ 자유 우파의 선제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자유 우파 세력도 무조건적인 비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 세력은 좌파의 현금 살포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 인구 73%와 10 가구 중 6 가구에 해당하는 소득세 무납세자 가구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성장론, 규제완화론, 감세론만으로는 더 이상 다수의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성장만으로는 조세 구조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 법인세 인하, 소득세 감세를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세금을 내지 않는 다수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한다.


자유 우파 세력이 정치적으로 재기하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득세 무납세자에게는 자립의 기회를, 납세자에게는 효율적인 복지 시스템을, 미래 세대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보수적 사회안전망'을 통한 중산층 재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면세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기 위한 조세 기반 확충,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 부동산과 금융자산 과세 강화를 통한 자산불평등 해소 등 다층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층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기존 복지제도와의 연계를 유지하며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


이재명 정부는 지역화폐를 대표적인 민생정책, 복지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중·저소득층 및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핵심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니다. 이는 정책의 경제적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반 정치력 강화와 국민 체감 효과를 최우선으로 삼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 기본소득과 지역페이는 '이재명 정치인'의 정치적 시그니처 정책 (Political Signature Policy)이다.


그렇지만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한 포퓰리즘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총 42조 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 정책은 무납세자 다수를 겨냥한 선심성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이런 정책이 지속될수록 경제활동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청년 세대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


정부는 단기적 인기에 치중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장기적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현금 살포 대신 생산성 향상, 혁신 창출, 인적 자본 개발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심성 현금 지급 대신 교육 기회 확대, 의료 접근성 향상, 주거 안정성 확보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당장의 15~50만 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 합리적인 주거비, 공정한 기회,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총 42조 원을 현금성 지원으로 뿌리는 대신 청년 일자리 창출, 주거 지원, 창업 생태계 구축, 교육 기회 확대 등에 투입한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권력을 잡은 자의 책임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국민들도, 특히 청년들도 이제는 '공짜 점심'의 유혹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택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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