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 레닌에게 배워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략적 전환

by 박대석

[표지사진: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레닌의 연설 모습]


한국 보수, 레닌에게 배워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략적 전환


▲ 무너진 보수 세력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를 넘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그리고 구속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정치적 혼란을 넘어 자유민주주 체제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비상게엄 이유인 부정선거 등 본질은 온 데 간데 없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잘려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탄핵 남발과 예산 탄핵, 그리고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지속적 공격은 집권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12건 협의 5건의 재판은 모두 중단되었다. 이재명 정권은 검사만 120명이 투입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3대 특검'을 가동하며 정치보복성 수사를 강도 높게 벌이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은석 특검팀이 주한미군도 사용하는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까지 압수수색한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소식을 듣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한미 고위급 회담들이 연쇄 취소되는 외교적 파장을 낳았다.


반면 야당이 된 보수 세력은 광화문 집회와 산발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동훈과 그 추종 세력의 내부 분열로 인해 투쟁력이 모아지지 않아 효율적으로 이재명 정권과 특검 광풍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외교 일정 패싱, 고관세 부과,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 이행 등을 요구하며 "어느 편이냐"라고 묻고 있다. 한국을 포기하느냐, 레짐 체인지를 시도하느냐의 택일만 남은 상황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국 보수는 각자의 목소리와 푸념, 비판과 울분만 가득할 뿐 명확한 목표도 전략도 전술도 보이지 않는다.


▲ 도 넘은 특검 칼춤과 미국의 분노


3대 특검의 규모는 그야말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MBN 보도에 따르면 총 수사 인력은 577명에 달하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6년 국정농단 특검(20명)의 6배에 이른다. 내란 특검에만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검사가 파견되어 최장 170일간 활동한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의 40%를 넘고 서울남부지검보다 많은 규모로, 검찰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산기지 압수수색 사건이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특검이 지난 7월 21일 한미 연합작전의 핵심 거점인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2024년 10월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일반이적죄 및 외환죄 혐의로 진행된 것으로, 한미동맹의 민감한 군사기밀이 사법수사라는 명목으로 노출된 것이다.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보고를 받고 "What The F***"라는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워싱턴 루비오 국무장관 면담이 급히 취소되었고, 사흘 후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인천공항의 구윤철 기재부 장관과의 '2+2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 일정 변경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미국 측의 우려 표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미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분명해 보인다.


▲ 레닌의 혁명 전략이 주는 교훈

필자 작성

시대적 배경과 정치체제는 다르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이를 파괴하려 했던 공산주의 혁명가의 조직화 전략을 연구해야 할 상황이 비극적이다. 1917년 러시아의 레닌은 현재 한국 보수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조건에서 권력 장악에 성공했다.


300년간 지속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진 2월 혁명 이후, 부르주아와 멘셰비키가 손잡은 임시정부는 전쟁을 지속하며 토지 분배 등 핵심 과제를 미뤄두고 있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전체 가구 중 소득세를 실제 납부하는 가구는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기존 성장론이나 감세 정책으로는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레닌이 직면했던 대중의 절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레닌은 스위스 망명지에서 돌아와 "토지, 평화, 빵"이라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슬로건을 제시했다. 농민에게는 토지 분배를, 병사들에게는 전쟁 종료를, 노동자들에게는 생계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이는 임시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와 선명하게 대비되었고, 볼셰비키 당원 수는 2월 혁명 당시 2천 명에서 10월에는 3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직업 혁명가 시스템의 조직적 우월성

필자 작성

레닌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직업 혁명가' 시스템에 있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1902)에서 레닌이 제시한 직업 혁명가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혁명 활동에 대한 완전한 헌신과 전념. 둘째, 높은 이론적 수준과 정치적 의식. 셋째, 엄격한 규율과 중앙집권적 조직에 대한 복종. 넷째, 다양한 혁명적 기술 습득. 다섯째, 대중과의 연결 및 지도 능력이다.


이들은 단순한 노동 운동가가 아니라 이론과 실천을 겸비하고, 강력한 규율 속에서 혁명적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전문적 집단이었다.


10월 혁명 당시 레닌은 전화교환국, 통신국, 기차역, 교량 등 도시의 신경중추를 점령하는 전략을 세웠고, 이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무장봉기 전술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망자 6명, 부상자 50명이라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정권을 장악했다.


▲ 한국 보수의 현실과 멘셰비키의 그림자


현재 한국 보수 진영은 레닌이 비판했던 멘셰비키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론적 가치만 반복할 뿐 현실의 구체적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46%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9.8%만을 보유하는 극심한 불평등 구조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론과 감세론에만 의존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힘, 황교안 자유와혁신당 대표, 전광훈 목사 등 보수 세력 간의 서열 정리나 통합된 지도체계도 보이지 않는다. 동상이몽, 각자 따로 행동하면서 광화문 집회나 개별적 성명서 발표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급진적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혁과 제도적 절차를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제도적 해결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레닌식 전략의 현대적 적용과 지방선거 석권 전략

필자 작성

한국 보수가 레닌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폭력 혁명이 아니라 조직화된 저항과 민심 장악 전략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의 적이 사용했던 방법론을 헌법적 틀 내에서 역으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재 한국 상황에서 요구되는 전략적 전환이다.


먼저 "채무자 탕감, 청년 주거 안정,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등 현실적이고 과감한 시그니처 정책을 개발해서 좌파 정책을 더 과감하게 선점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세 신설, 대기업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사회환원 의무화, 디지털세 도입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정책이 경제적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지지를 얻는 이유는 60% 이상의 소득세 무납세 가구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직업 정치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레닌의 직업혁명가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6개월 이상의 체계적 정치교육을 받고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을 정책 싱크탱크로 강화하고, 지역별 정치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엄격한 자격 요건을 통과한 인재들만 상향식으로 공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직업, 출세지향적 아마추어적 정치 활동으로는 조직화된 좌파 세력에 대응할 수 없다.


셋째, 현대적 '신경중추' 장악 전략이 필요하다. 레닌이 통신과 교통의 중요성을 간파했듯이, 현재는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이 핵심이다. 보수 성향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 네트워크 구축, 팩트체크 전담팀 운영, 실시간 여론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단순한 거리 집회를 넘어 사회 전반의 여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보수 세력이 재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지방선거는 인물 중심의 선거 성격이 강하므로, 각 지역에 특화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맞춤형 공약과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홍보 전략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과도한 대립 구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점진적 개혁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제도적 절차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미국의 선택과 한국의 미래


트럼프 정부는 이미 한국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는 "각 당사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어느 한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험하게 한다고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방위 공약을 넘어 가치와 체제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의 의무를 의미한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지 아니면 레짐 체인지를 시도할지는 한국 보수 세력의 대응 여하에 달려 있다. 조직화되고 체계적인 저항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때만이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혹자들은 미국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 무역의존도는 90%에 육박하지만 미국은 식량자급자족은 물론 무역의존도가 25% 수준으로 나라 문을 닫고도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하나다.


▲ 3.5% 핵심조직으로도 가능


레닌은 "어떠한 혁명도 공식적인 다수 지지를 기다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바닷물 염도는 3.5%지만 거대한 해양을 유지하는데 충분하다. 한국 보수도 더 이상 정치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중도 통합 등 어정쩡한 자세로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레닌의 조직화 전략과 구체적 정책 제시, 그리고 체계적 저항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해야 한다.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저항만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길이다.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자면, 3개월 내에 진짜 보수 통합기구를 설립하고, 6개월 내에 핵심 정책 어젠다를 확정해야 한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 맞춤형 공약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1년 내에는 전국 단위 조직망을 완성하여 차기 선거에서 집권 가능한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레닌이 8일간 3200km를 달려 조국으로 돌아와 혁명을 성공시켰듯이, 한국 보수도 이제 각자의 이익과 체면을 버리고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압도적 승리를 통해 보수 세력이 다시금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역사는 준비된 자의 편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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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07.31.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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