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 저항의 씨앗과 외부 역할

김여정 담화에 담긴 북한의 진짜 속내와 미국의 역할

by 박대석

[박대석칼럼] 북한, 내부 저항의 씨앗과 외부 역할

담대한 접근이 필요한 때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왜 북한 주민들은 들고일어나지 못하는가? 남한에서는 익숙한 '시위'나 '돌 던지기' 저항이 북한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흔히 자신의 환경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상대를 평가하는 경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 북한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내재적 조건과 그 속에서 발현되는 저항의 양상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 북한 내부의 저항은 이미 시작되었다


북한 내부의 저항은 남한 사회가 상상하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30년 전부터 탈북 현상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북한 주민들의 극한적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통일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총 3만 4,314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왔다.


이는 북한의 인구 규모(약 2,600만 명)와 동독보다 훨씬 엄격한 국경 통제, 그리고 탈북 시도 시 가해지는 극형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동서독 분단 시기 동독인들의 서독 이주와 비교해도, 북한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 대가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탈북 현상은 북한 주민들의 강한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5년 1분기 입국한 탈북민들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체제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처형되거나 영원히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는 현실 속에서, 체제에 대한 비판적 발언조차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행동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개인적 저항의 위험성은 남한의 시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 내부 엘리트층에서도 체제에 대한 불만과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정권의 지속적인 고위층 숙청과 경제난 속에서 특권층조차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당 간부들의 부정행위 문제로 자숙 중이라는 보도는 체제 내부의 이완과 동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최근 한류(韓流) 문화가 북한에 깊숙이 침투하여 '문화 흡수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한류는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외부 문물이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허물고 주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조용한 내부 저항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 김여정 담화에 담긴 북한의 진짜 속내와 미국의 역할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 남북 간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7월 28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조·한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김여정의 담화가 대북 방송 중단 직후에 나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남한의 이러한 유화적 조치에 '흥미'가 없었다면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러한 외부 조치들이 북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북한은 문재인 정권 때부터 보여왔듯이 한국이 아닌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기를 원하며, 자신들이 전력을 기울여 만든 핵 역시 사실상 미국과의 협상에 필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여 명의 북한군을 파병하고 추가 파병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남한과 대화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정치범수용소는 북한 체제 공포의 핵심이자 저항의 씨앗


북한의 공포 통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정치범수용소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통합인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 침해 사건 중 약 47.6%가 구금 시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24년 10월 기준으로 8만 7,317건의 인권 침해 사건 중 3만 2,257건이 불법 구금 사례에 해당한다.


현재 개천 14호 관리소, 요덕 15호 관리소, 명간 16호 관리소, 개천 18호 관리소, 청진 25호 관리소 등 총 5개의 수용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정치범수용소(관리소)는 추정치로 10만에서 20만 명의 수감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한민국 전체 수형자가 약 6만여 명(2025년 기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그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함을 시사한다. 다만 두 체제 간의 법적 절차, 외부 감시,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수용소에서는 연좌제가 적용되어 죄를 짓지 않은 가족들까지 함께 수감되어 고통받는 경우가 흔하며,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명간(화성) 16호 관리소의 경우 혐의 당사자가 아닌 가족만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억압은 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부로부터의 저항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 러시아 파병이 드러낸 북한 체제의 모순


2024년 10월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1만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이미 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파병된 북한군의 유가족들이 전사증을 받으면서도 실질적인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파병 사실 자체를 비밀에 부치라는 서약까지 받았다는 점이다.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로부터 받는 월 2,000달러의 파병 대가는 북한 기준으로는 천문학적인 돈이지만, 병사들과 유가족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북한 정권이 자국 인민의 목숨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5년 북한인권 국제회의에서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북한 병력의 생존율이 31%에 불과하며, 사망 시 유해조차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는 체제 통제 실태"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 중국의 변화에서 배우는 북한 민주화 전략, 외부 정보 유입의 중요성

필자 작성

권위주의 체제의 붕괴는 종종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중국 내부의 복합적 위기 요인들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허드슨연구소의 분석은 필자가 지난 7월 초 수차례에 걸쳐 브레이크뉴스 등에 게재한 글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중국 몰락 시 외부의 제국적, 강제적 개입보다는 내생적 민주적 다수당 출현으로 안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지속적이다. 중국의 변화는 이른바 '중국식 자본주의'로 일정 부분 개방에 따른 외부 민주문화가 유입된 누적의 결과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민주화는 한국의 6월 항쟁이나 동유럽 민주화처럼 내부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내생적 동력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내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외부 개입보다는 내생적 변화의 동력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통치자가 가장 싫어하는 '진실된 외부 정보 유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 대북 방송을 중단하고, 심지어 국정원의 50년간 지속된 대북 라디오·TV 방송까지 전면 중단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과 세계 뉴스, 민주주의 관련 정보, 그리고 한국 사회의 삶 등의 내용을 방송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이 여전히 잊히지 않았다는 외부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통로였는데, 이를 중단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고립 전략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북 정보 유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다변화된 정보 유입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 기존의 확성기나 라디오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기술, 선교사나 상인을 통한 USB·SD카드 유입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북한인권 증진 활동의 질적 향상이 요구된다. 단순한 반북 선전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정보, 교육 콘텐츠,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점진적인 의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UN 등 국제기구를 통한 압박과 인도적 지원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담대한 연대


2025년 북한인권 서울포럼과 북한인권 국제회의가 연이어 개최되고, 통일부가 37개 단체에 25.8억 원 규모로 북한인권 증진활동을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여정 담화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미국이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동시에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의 균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침묵하거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방조하는 듯한 태도는 같은 민족으로서의 도리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의무를 외면하는 행위다. 1980년대 서독이 동독 인권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듯이, 우리 역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현재의 내부 저항 동력과 외부의 역할이 궁극적으로 북한에 가져올 변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해 보면, 북한 체제의 점진적 개방과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젊은 세대의 탈북 증가와 한류 문화의 지속적 침투, 그리고 엘리트층의 체제 이완이 결합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변화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지속적인 정보 유입과 인권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곧 우리의 고통이다.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내재적 저항 동력을 지원하며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유입시키는 것, 그리고 변화의 시기에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순한 유화정책이 아닌,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한 실질적 연대를 통해 한국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이 글은 2025.07.29.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66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