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물론 주식, 집값 등 원화가치 하락 시뮬레이션
한국의 2024년 총수출액은 잠정치 1,006조 원(6,838억 달러)으로 추정되며, 이 중 미국으로 가는 수출은 188조 원(1,278억 달러)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한다. 그런데 8월부터 경쟁국보다 10% 포인트 높은 관세를 물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제는 관세 10% 인상이 수출 10%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학적으로 관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실은 비선형적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가져온다. 특히 한국이 가장 큰 흑자를 내는 미국 시장에서의 무역 흑자 규모 82조 원(557억 달러)이 급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시장 축소는 글로벌 수출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의 일자리와 소득을 직격 한다. 소득 감소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 폭락을 불러오고, 원화 가치까지 추락시키는 도미노 효과를 만든다. 결국 당신의 월급, 집값, 주식,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이 모든 위기의 해법은 한국 정부의 확실하고 진정성 있는 대미 외교 노력이다. 그런데 숫자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역의존 국가다. 2024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 8,699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으며, 수출액은 6,838억 달러로 세계 6위에 해당했다. GDP 대비 수출 비중만으로도 36.6%에 달해 OECD 주요 20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수출입 합계다. 2023년 기준 한국의 GNI 대비 총 교역액(수출입 합계) 비율은 87.2%에 달한다. OECD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GDP 대비 무역 비중은 1990년 51.1%에서 2025년 현재 90%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의 35.5%, 일본의 34.1%에 비해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경제의 10원 중 9원이 수출입과 직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 경제가 폐렴에 걸리는 구조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한국이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미 FTA(KORUS FTA) 덕분에 한국 제품은 대부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주요 경쟁국들은 다양한 수준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미국에서 18.7%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1,278억 달러라는 거대한 수출액을 달성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8월부터 상황이 역전된다. 한국은 25% 관세를 부담하게 되는 반면, 일본과 EU는 별도 협상을 통해 15%로 관세를 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세 혜택을 잃은 한국이 오히려 경쟁국보다 10% 포인트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무역에서 매출을 결정하는 요인은 품질과 가격이다. 품질은 각국이 대동소이한 수준에 도달했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승부를 가른다. 그런데 관세는 이 가격경쟁력을 정확히 그만큼 깎아먹는다.
일본과 EU가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여 관세율을 15%로 낮춘 상황에서, 한국만 25%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일 제품 100달러 기준으로 미국 현지 판매가격을 보면, 한국 제품은 125달러, 일본과 EU 제품은 115달러, 중국 제품은 110달러가 된다. 한국 제품이 일본·EU 제품보다 자동으로 8.7% 비싸지고, 중국 제품보다는 13.6% 비싸진다. 이는 단순히 관세 차이가 아니라 가중된 경쟁력 손실로 이어진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한국무역협회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5% 관세 부과 시 주요 품목별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와 전기차는 현재 429억 7천만 달러에서 50-60% 감소해 214억 9천만에서 257억 8천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기계와 원자로는 266억 8천만 달러에서 35-45% 감소, 전기전자기기는 209억 달러에서 40-5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제품은 30억 8천만 달러에서 60-70%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핵심 4개 품목에서만 410억 4천만에서 503억 9천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 전체 GDP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시장이 줄어들면 글로벌 시장도 함께 축소된다. 미국 수입 감소는 세계 공급망 전체의 위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전방위 관세 인상이 글로벌 GDP를 1.2-1.8%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이 충격은 배가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중간 충격 시나리오에서도 4인 가족 기준 연간 1,600만 원의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월 133만 원씩 수입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무역수지 악화는 필연적으로 원화 약세를 가져온다. 수출 감소로 달러 유입이 줄어들고,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1997년) 당시 원달러 환율은 900원에서 1,800원까지 두 배나 뛰었다. 당시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무역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고 대외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더욱 심화되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현재 1,400원에서 1,800원으로 상승한다면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부동산은 25-35% 하락이 예상되는데, 3억 원 아파트 기준으로 7,500만 원에서 1억 5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수출기업 주식은 40-60%, 내수기업 주식은 20-3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예금의 경우 달러 기준 실질구매력이 29% 감소해 실질적으로 8,700만 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은 환율 상승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소득 감소와 금리 상승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당시 강남 아파트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통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가 강하고, 성급한 선택이 오히려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 상대국 중 중국이 19.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관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농산물 개방 같은 표면적 양보가 아니다. 아시아판 나토에서 한국이 어느 편에 설 것인가라는 근본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근거로 동맹의 적용 범위를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하고, 국방예산을 GDP 대비 5%까지 증액하며, 대중 견제 다자안보체에 적극 참여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0년간, 한미동맹은 북한 억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이 동맹을 중국 견제용으로 전환하려 한다.
일본은 이미 이 요구를 수용했다. 5,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쌀 시장까지 개방하면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 받았다. 필리핀도 미군기지를 확대하고 합동훈련을 늘리며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만 이 변화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 7월 24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한미 2+2 통상회담을 출국 직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베네수엘라 사례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7년 이후 시행된 미국의 다층적 제재로 베네수엘라 GDP는 2013년 3,820억 달러에서 2023년 1,020억 달러로 73% 감소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약 76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해외로 이주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상황에는 놀라운 유사점이 있다. 선거 공정성 논란, 정치적 탄압 의혹, 반미 성향 정권이라는 공통분모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제재한 핵심 이유가 바로 이것들이었다.
현재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대북 불법송금 의혹까지 더해지면, 한국이 베네수엘라보다 더 강력한 제재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미국과의 진정성 있는 가치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쌀이나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개방 같은 미봉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에서 한국이 확실한 미국 편에 서는 것이다. 한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관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뿐만 아니라 G7 정회원국 진입, 첨단기술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 글로벌 금융허브로의 도약 등 세계 정상국가로의 진입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현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미동맹을 포기하거나 약화시킬 이유는 되지 못한다.
독일은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고도 나토의 핵심 멤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를 끊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 한국도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유지하되, 안보와 가치의 영역에서는 미국과 확고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8월 1일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일본이 신속한 협상 타결로 관세 혜택을 얻은 것처럼, 한국도 전향적이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25% 관세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권위주의 세력의 영향권으로 떨어질 것인가를 묻는 역사적 선택의 기로다.
다각적 통상 전략도 필요하다. 관세 협상과 함께 WTO 제소 검토, 수출 시장 다변화, 비관세 장벽 대응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대, 제3국 우회 수출, 원가 절감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내 월급과 집값, 자녀들의 미래가 이 선택에 달려 있다.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고,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이를 증명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오늘 밤이라도 잘 타결되어 이 글이 무용지물 되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이 글은 2025.07.29.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