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초 반응과 연동 기술로 읽는 슈퍼인텔리전스 경제학
인류 역사상 경제성장의 동력은 언제나 기술혁신에서 비롯되었다. 18세기 증기기관이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19세기말 전기와 내연기관이 2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으며,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정보혁명을 촉발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하지만 과연 AI가 지속되어 온 저성장의 늪에서 세계경제를 구원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60년대 4-5%에서 2010년대 1-2%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3.3%에서 2010년대 2.2%로, 일본은 1980년대 4.5%에서 2010년대 0.8%로 급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이론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버드대학의 래리 서머스는 2013년 이 개념을 재조명하며, 선진국이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인구 고령화, 투자 수익률 하락, 저축 과잉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가 2024년 0.75명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인구 대체 수준(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인구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 노동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인 생산성 향상 압박을 가중시킨다.
MIT의 로버트 솔로우가 1956년 제시한 성장회계 모델에 따르면, 장기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 투입량 증가보다 '전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향상에 의존한다. 문제는 이 생산성 증가율이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50-1970년 연 2.0%에서 2010-2020년 0.4%로 급감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생산성 측정의 한계를 지적한다. 디지털 경제의 무형 가치와 시장 가격으로 측정되지 않는 편익들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존 통계로 포착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가치 창출이 일어나고 있어 전통적 생산성 지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주요 기술혁신은 항상 경제성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경제사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가 제시한 장파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경제는 약 50-60년 주기로 혁신의 물결과 함께 성장과 침체를 반복한다.
1차 콘드라티예프 주기(1780-1840년)는 증기기관과 방직기계가 이끌었다. 이 시기 영국의 1인당 GDP는 연 1.3% 성장했는데, 이는 당시로선 혁명적 수준이었다. 2차 주기(1840-1890년)는 철도와 철강이 주도했고, 3차 주기(1890-1940년)는 전기와 화학이, 4차 주기(1940-1990년)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이 성장 동력이었다. 5차 주기(1990-2040년)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끌고 있다.
각 혁신 주기마다 새로운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등장했다. 스탠퍼드대학의 폴 데이비드는 범용기술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광범위한 적용성, 기술적 개선 가능성, 혁신 연쇄효과 창출이다. 증기기관, 전기, 내연기관, 컴퓨터가 모두 이런 특성을 보였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은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에서 회의적 시각을 내놓았다. 그는 1870-1970년을 '특별한 세기'로 규정하며, 이후의 혁신들은 과거만큼 경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I는 이전 기술혁신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지능' 자체를 모방하고 확장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의 규모와 속도가 예측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데이터 혁명이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화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제데이터공사(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생성량은 2010년 2 제타바이트에서 2025년 175 제타바이트로 87배 증가할 전망이다.
2단계는 딥러닝 혁명이다. 2006년 제프리 힌턴의 딥러닝 알고리즘 발표 이후, 2012년 알렉스넷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 혁신,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모델 등장으로 AI 성능이 급격히 향상됐다. 특히 2022년 오픈 AI의 ChatGPT 출시는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
현재 우리는 3단계인 '연동(Federation)'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연동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과는 다른 개념이다. 연합 학습이 데이터를 중앙 집중화하지 않고 분산된 환경에서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술이라면, 연동은 서로 다른 시간 단위와 처리 방식을 가진 AI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통합된 지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병원 응급실의 모든 시스템이 연동되는 것과 같다. 환자 모니터링(연속적 데이터), 응급 알람(돌발적 사건), 의료진 배치(자원 관리), 약물 투여(실시간 의사결정)가 각각 다른 시간 단위로 작동하지만 하나의 통합된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 연속적 변화와 DEVS(이산사건시스템명세) 모델로 처리되는 돌발적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통합 처리하는 것이 바로 연동의 핵심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GAI(퍼펙츄얼 스왑 거래) 알고리즘이 좋은 예다. 이 시스템은 평상시 연속적 가격 변화를 미분방정식으로 분석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연준의 금리 발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사건 기반 모델로 실시간 처리한다. "데이터는 참고일 뿐, 결국 수요와 공급이 핵심"이라는 개발사 대표의 말은 AI가 현실의 본질적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신 시장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4년 2,794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8,117억 달러로 연평균 35.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Grand View Research, 2025). 다른 조사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는 2025년 2,942억 달러에서 2032년 1조 7,716억 달러로, Precedence Research는 2025년 6,382억 달러에서 2034년 3조 6,8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 30% 내외로, 과거 어떤 기술 분야보다 빠른 속도다.
2024년 노벨화학상은 AI 분야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존 점퍼 선임연구원이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 개발 공로로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함께 수상했다. 이는 AI가 기초과학 연구에서도 혁명적 성과를 내며 경제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의 진화는 단순한 데이터 처리 능력 향상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2025년 7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슈퍼인텔리전스의 경제학'에서 지적했듯이, AI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술 발전 속도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타일러 코웬 교수는 "AI가 강력해질수록 다른 생산요소들의 약점이 더욱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에너지, 인간의 어리석음, 규제, 데이터 제약, 제도적 관성" 등이 병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주류인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은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1997년 IBM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지만 27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자율주행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스는 완벽히 정의된 규칙의 세계지만,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는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AI 혁명은 필자가 명명한 '나노반응 통합형 AI(NIA: Nano-Response Integrated AI)'에서 시작될 것이다. NIA는 기존 AI의 세 가지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첫째, 시간적 한계다. 현재 AI는 배치(batch) 처리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치 우편물을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처럼, 일정량의 데이터가 쌓이면 분석하고 결과를 내놓는다. 하지만 현실은 나노초 단위로 변화한다. 금융시장에서 알고리즘 거래는 마이크로초 단위로 일어나고, 자율주행차는 밀리초 단위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NIA는 이런 극초단시간 반응을 목표로 한다.
둘째, 처리 방식의 한계다. 기존 AI는 '패턴 인식'에 특화되어 있다. 과거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아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코로나19 같은 '블랙 스완' 사건은 패턴으로 예측할 수 없다. NIA는 연속적 변화(미분방정식)와 돌발적 사건(DEVS 모델)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셋째, 통합의 한계다. 현재 AI는 각각 특정 업무에 특화되어 있다. 번역 AI, 이미지 인식 AI, 게임 AI가 따로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은 통합적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는 혈압 변화(연속적), 응급 상황(돌발적), 과거 병력(데이터베이스), 의학 지식(전문성)을 모두 종합한다. NIA는 이런 통합적 판단을 구현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NIA는 세 개의 엔진이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미분방정식 엔진: 주식 가격, 환자 생체신호 같은 연속적 변화를 실시간 분석 ▲사건 처리 엔진: 뉴스, 사고, 정책 발표 같은 돌발 상황을 즉시 해석하고 영향 범위 계산 ▲연동 엔진: 두 엔진의 결과를 통합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메타 시스템. 이 세 엔진이 나노초 단위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뇌처럼 작동하는 것이 NIA의 핵심 아이디어다. 다만 이런 초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확산 속도 간의 괴리를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미 그 조짐은 보이고 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인간 과학자들의 수십 년 연구 성과를 몇 시간 만에 달성했다. 이는 신약 개발, 생명공학 분야에 혁명을 가져올 잠재력을 보여준다.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알파폴드도 아직 NIA는 아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하나의 특화된 업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NIA라면 단백질 분석과 동시에 환자의 실시간 생체신호 변화를 추적하고,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알레르기 반응, 쇼크 등)에도 즉시 대응하며,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해 최적의 치료법을 나노초 단위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한다.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기계와의 경쟁》에서 AI 시대의 경제를 "풍요의 경제학"으로 전망했다.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AI가 대부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한다면 물질적 풍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속도보다 빠를 경우 대규모 실업과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2023년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미국 일자리의 25%, 전 세계적으로는 3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위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개편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타일러 코웬 교수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AI의 경제적 영향은 극도로 불균등할 것이다. 그는 "유동적이고 경쟁적인 경제 부문의 기업들은 AI 도입에 강한 압박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정부, 교육, 의료, 비영리 부문은 "매우 천천히 사라지거나 아예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AI 도입과 경제성장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보몰-보웬 비용질병(Baumol-Bowen Cost Disease) 현상도 중요한 제약 요소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AI가 효율적일수록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AI로 인한 성장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코웬 교수는 "교수 회의에 참석해 보라"며 제도적 관성의 현실을 지적했다.
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도 2025년 연구에서 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향후 10년간 AI가 수익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약 5%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며, GDP 증가 효과는 해당 기간 동안 1%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10년간 7% 증가 전망이나 맥킨지의 연간 17-25조 달러 효과 예측보다 훨씬 보수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전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가 창출하는 완전히 새로운 직종들이다. AI 윤리학자,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트레이너, 인간-AI 협업 전문가 등이 그것이다. 링크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AI 관련 직종 채용은 2022-2023년 사이 270%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는 2025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제도적 제약에 직면한다. 코웬 교수는 "테뉴어를 받은 교수가 교실에서 AI 도구 사용을 거부한다면, 그의 종신재직권이 박탈될 가능성은 낮고, 교실에서의 완전한 AI 활용은 한 세대가 은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낙제하거나 졸업하지 못할 수 있는 학생들은 AI 도구를 열심히 사용한다"며 개인 차원의 도입이 제도적 수용보다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LSE의 필리프 아기옹 교수 등이 2017년 연구에서 제시한 것처럼, "AI가 어부들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연못에 있는 것을 바꿀 수는 없다"는 지적도 중요하다. 즉, 슈퍼인텔리전스조차도 아이디어가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전 세계 경제에 연간 2.6조-4.4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고객 서비스,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 분야에서 30-50%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코웬 교수도 "AI가 연간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만 높여도 30-40년에 걸쳐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20년 걸릴 일이 10년에 끝나는" 식의 점진적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는 인쇄기나 전기 같은 과거 기술 확산 사례와 유사한 패턴이다.
의료 분야의 AI 활용도 눈부시다. 하지만 존스홉킨스 의대 2021년 연구에 따르면, AI 진단 시스템이 단순 영상 판독에서는 의사보다 정확하지만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중증 환자 치료에서는 여전히 의사가 우수하다. 이는 현재 AI가 세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환자의 혈압, 맥박 등 연속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동시에 의식 잃음, 경련 같은 급작스러운 사건들을 종합 판단하는 것처럼, AI도 생리학적 미분방정식을 이해하고 응급 상황의 이산사건을 처리하며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 연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K-방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질병관리청의 통합 상황 분석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 배치, 병상 운영, 백신 유통 등 각기 다른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IBM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복합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통한 의사결정 정확도는 단일 모델 대비 평균 35% 향상된다.
금융 서비스업에서는 연동 기술 기반의 혁신이 두드러진다. 전통적 AI가 과거 데이터의 '규칙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차세대 금융 AI는 '불규칙성'을 다룬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2020년 코로나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한 핀테크의 GAI 알고리즘은 NIA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다. 평상시 롱과 숏 포지션을 5:5로 유지하다가 상황에 따라 동적 조절하는데, 핵심은 단순한 과거 데이터 학습이 아니라 실시간 변화하는 '불규칙 변수'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연속적 가격 변화 추적과 돌발적 시장 충격 대응, 그리고 이 둘의 실시간 통합이라는 NIA의 세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다른 모델들이 연동 시스템 하에서 하나의 지능적 판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GAI는 금융이라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어 있고, 나노초가 아닌 밀리초 단위로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다.
AI가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차세대 AI 연구 개발이다. 단순히 외국 AI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카이스트의 시뮬레이션 연구, 서울대의 수치해석 기술, 포스텍의 복잡계 연구는 세계적 수준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다영역작전 시뮬레이션 체계'나 한국전력의 '통합 전력계통 시뮬레이터' 등은 연동 기반 복합 시뮬레이션의 성공 사례들이다.
둘째는 인프라 구축이다.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262% 급증한 것은 이런 수요를 반영한다. 미국 국방부는 2025 회계연도에 AI, 우주, 통합센싱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172억 달러를 배정했다.
셋째는 인적자본 전환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50%가 AI 관련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단순한 AI 사용법 교육을 넘어 수학적 사고 능력, 복잡계 이해, 연동 시스템 설계 등 차세대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넷째는 규제와 윤리적 프레임워크 구축이다. 유럽연합의 AI 법안, 미국의 AI 행정명령 등이 그 시작이다. 하지만 NIA 같은 차세대 AI는 기존 규제 체계로는 다루기 어려운 새로운 이슈들을 제기한다. 나노초 단위 거래나 실시간 연동 시스템의 시장 영향, 복합 시뮬레이션의 사회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국제 협력과 인간 요소의 관리다. AI 기술과 데이터는 국경을 초월하지만, 코웬 교수가 지적했듯이 "AI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이 AI 발전의 가장 큰 병목"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 AI가 글로벌 앱스토어 1위에 오르는 등 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I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하면 반대 세력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진정한 AI 주권은 남이 만든 도구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TV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K-드라마 콘텐츠로도 세계를 정복했듯이, AI 하드웨어 제조국이 아닌 AI 응용 설루션의 글로벌 선도국이 되어야 한다.
2025년 구글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비앙 커토 밀레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 "마치 초콜릿 공장에 앉아서 앞으로 나올 것들을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절대적으로 무서울 정도"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주사위가 몇 개의 면을 가지고 있는지, 그 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도 모르는 채 주사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불확실성도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금융시장 규모를 보면 연동 AI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2025년 4월 기준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2조 4,100억 달러,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은 124조 달러, 채권 시장은 140조 달러에 달한다. 규제와 제도가 점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GAI 같은 차세대 AI 시스템이 펼쳐갈 시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AI 발전이 기존 기술의 단순한 자동화에 머물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차세대 AI 개발 비용이 높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질 위험도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페이페이 리 교수는 2022년 강연에서 "데이터만으로는 진정한 지능을 만들 수 없다"라고 지적했듯이, 수학적 모델 기반 접근법도 모든 현실을 수식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계산 복잡도가 높다는 한계가 있다.
코웬 교수는 "폭발적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경제의 일부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다른 부분에서는 비용질병이 발생한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역사는 기술혁신이 결국 인류에게 더 큰 번영을 가져다주었음을 보여준다. 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복잡계 과학의 시대다. 데이터의 노예가 아닌,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진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다만 그 변화는 기술 발전 속도보다는 제도적 적응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는지는 결국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회에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어떤 기술혁명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과 지혜로운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