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 한국인이 찾는
태국-캄보디아, 싸우지 마세요

천년의 갈등도 지혜로운 대화와 상호 존중으로 풀어갈 수 있다

by 박대석

[표지: 태국 푸껫 리조트 / 나무위키]


200만 명 한국인이 찾는 태국-캄보디아, 싸우지 마세요


지난 7월 24일부터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벌어진 무력충돌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한국인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 나라에서 민간인과 군인 33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으며 약 16만 명이 피란을 떠났다는 소식은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국인들에게 태국과 캄보디아는 단순한 이웃나라가 아니다. 매년 180만 명의 한국인이 태국을, 20만 명이 캄보디아를 찾는 대표적 관광지이자, 역사적으로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피로 맺어진 우정, 태국과의 특별한 인연


태국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지원 의사를 밝히며 실제 전투병력을 파병한 나라다. 약 6,300여 명의 태국 군인이 한반도에서 싸웠고, 129명이 전사했으며 1,139명이 부상을 당했다. 심지어 쌀 4톤까지 긴급 지원하며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다. 이런 역사적 우정 때문에 한국인들은 태국을 더욱 각별하게 여긴다.


현재 태국에는 약 21,000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88,770명의 태국인이 살고 있다. 특히 태국인의 한국 호감도는 82.7%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한류 문화와 케이팝,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문화적 유대감이 양국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성장하는 캄보디아와의 새로운 파트너십

3IkdVbeHI94OLdEkg1pgMbgUfpKafp6e6t22-RHXpvSt7kc3uXXhg_BZi5ooxi_2sBgcC7gEsE8dGZy66SyYMvORdms9nyMsPmMGmCbtD2109FGHuvXR8wMn7wN9vBB3Ph0QMv5PN_LfpHYSb8Bsgw.jpg 크메르 제국의 사원 앙코르 와트 / 나무위키

캄보디아 역시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70년 최초 수교 이후 잠시 단교되었다가 1997년 다시 수교한 이래, 양국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약 7,800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63,681명의 캄보디아인이 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양국 교역 규모는 4억 달러를 넘어서며, 캄보디아 내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캄보디아의 문화유산과 저렴한 물가는 한국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최근 들어 한류 확산과 취업 기회 증가로 캄보디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천년의 앙숙, 그 뿌리 깊은 갈등


하지만 태국과 캄보디아는 천년이 넘는 갈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를 지배했던 크메르 제국이 태국과 라오스 대부분을 차지했던 반면, 이후 아유타야 왕국과 태국의 여러 왕조가 캄보디아를 수차례 침공하며 크메르 문화재와 고대 유물을 약탈해 갔다. 앙코르와트, 프레아 비헤아르, 반테이 스레이 등 현재 캄보디아의 대표적 문화유산들도 이런 역사적 격변 속에서 주인이 바뀌어 왔다.


현재의 갈등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일방적으로 그어진 국경선에서 비롯됐다. 특히 두 국가 경계 지역 525m 절벽 위에 세워진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이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캄보디아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국 모두 인근에 병력을 배치해 두고 있어 언제든 충돌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압도적 격차, 그러나 빠른 추격


군사력과 경제력 면에서 태국은 캄보디아를 압도한다. 태국은 세계 군사력 순위 25위로 아세안 3위에 해당하는 반면, 캄보디아는 95위에 머물고 있다. 태국의 총병력은 60만 명, 캄보디아는 27만 명이며, 국방예산은 태국이 57억 달러, 캄보디아가 13억 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공군력에서는 태국이 F-16, 그리펜 전투기 70여 대를 보유한 반면, 캄보디아는 전투기가 전무한 상황이다.


경제 규모에서도 태국의 2025년 GDP는 5,309억 달러로 캄보디아(513억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1인당 GDP 역시 태국이 8,000달러, 캄보디아가 2,924달러로 큰 격차를 보인다. 다만 캄보디아가 6%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중재와 한국의 역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6일 양국에 대해 "전쟁이 계속된다면 어느 나라와도 관세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휴전을 압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양국에 각각 36%씩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에서 이런 경제적 압박을 통해 평화를 유도하려 했다.


우리 정부도 7월 25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태국-캄보디아 간 발생한 무력 충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비록 공식적인 중재 제안은 아니지만, 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입장 표명은 의미가 있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제언

11111.jpg '여행자제' 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 중, 태국 조정 전후(이미지=외교부 제공)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탁신 가문과 훈센 가문 간의 정치적 대립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2025년 초 태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캄보디아 카지노 산업이 타격을 받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훈센 측이 패통탄 태국 총리의 군부 비난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등 갈등이 증폭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태국과 캄보디아는 불교라는 공통 종교를 바탕으로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나라들이다. 그리스와 터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종교까지 달라 갈등이 더욱 첨예한 경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양국과 모두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중재국 역할을 자처할 수는 없더라도 민간 차원에서라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200만 명의 한국인이 양국을 오가며 쌓은 우정과 신뢰, 그리고 25만 명에 달하는 양국 출신 한국 거주민들이 만들어낸 인적 네트워크가 그 밑바탕이 될 수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가 하루빨리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와 평화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천년의 갈등도 지혜로운 대화와 상호 존중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분단 70년을 넘긴 한반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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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07. 28.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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