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성공하려면?

개인과 권력안보 아닌 국익 위한 실용주의로 가야

by 박대석

먼저 이번 7월 31일 한미관세협상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정부 관계자 및 삼성, 현대, 한화 등 기업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정치인 이재명은 12건 혐의에 대한 5건의 재판을 받던 중 대통령이 되었다. 헌법 84조에 따라 모든 재판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의 정치적 궤적을 보면 각 시기마다 임기응변적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정치인 이재명 개인의 실용주의 능력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2025년 6월 4일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쓸 것"이라며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용주의는 원래 이념이나 원칙보다 실제적인 효과와 결과를 중시하는 철학이다. 그러나 실용주의에도 '누구를 위한 실용'인지가 중요하다.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와 국익을 위한 실용주의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의 외교에서 한국의 최대 실용주의는 70년 동맹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31일 발표된 한미 관세협상 결과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과연 국익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 관세협상 결과가 보여주는 '동맹 할증'의 현실

필자 작성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관세협상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7조 원)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의 미국산 LNG 구매를 약속하며 15% 관세율을 확보했다. 총 4,500억 달러 규모로 한국 GDP의 24.1%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더 심각한 것은 상대적 부담의 격차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5,500억 달러를 투자하며 15% 관세율을 얻었다. 하지만 각국 경제 규모를 고려한 GDP 대비 투자 비율을 보면 한국 24.1%, 일본 12.9%로 한국의 부담이 일본보다 1.9배 높다.


물론 각국의 경제 구조와 대미 수출 의존도, 협상 시점의 차이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더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한미 FTA 특혜의 실질적 소멸이다. 기존에 무관세였던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이 15% 관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한국은 기존 경쟁 우위를 상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며, 대미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동맹의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 미국 패권 변화와 '거래주의'의 시대


이 같은 결과는 미국 패권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 미국은 소련 견제를 위해 서독과 일본에,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관대했다. 미국이 달러로 수입하면 그 달러가 다시 미국 국채와 주식으로 환류되는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71%에서 2023년 58.4%로 지속 하락했다.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를 보면 제조업 고용은 1979년 1,950만 명에서 2023년 1,290만 명으로 34% 감소했다. 연방 부채는 GDP의 120%에 달한다.


트럼프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 경찰'에서 '선택적 개입주의'로 전환했다. 다자주의 질서보다 양자 거래를 통해 직접적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주의(Deal-making)' 전략이다.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거의 100년 만의 대규모 보호무역 회귀로,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트럼프 개인의 성향뿐만 아니라 의회, 산업계, 노동조합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


▲ 정책 일관성 부재와 실용주의의 왜곡

필자 작성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의 내적 모순이다. 2025년 6월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한다.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현실은 어떤가?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데 국내에서는 장관후보자들이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고 하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연기안을 언급하는 등 동맹에 대한 혼선을 보였다.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가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받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영향을 준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경제, 노동 등 분야를 보면 심각한 불일치가 더욱 나타난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그나마 25% 고관세를 15%로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한화그룹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약속 덕분이었다. 기업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협상 카드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국내에서는 정반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로 기업 부담을 늘리며,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파업 손해배상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물론 노동자 보호와 안전 확보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기업들이 대외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다.


실용주의의 핵심은 실제적 효과를 추구하는 것인데, 대내외 정책이 상충하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한 국익 실용주의라면 기업이 활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동시에 공정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 '누구를 위한 실용주의'인가 하는 본질적 문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의 정치적 실용주의와 국가의 실용주의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전자가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는 임기응변책이라면, 후자는 장기적 국가 이익을 위한 일관된 전략이어야 한다.


정치인 이재명식 임기응변은 한국의 공무원, 군인, 경찰, 공공기관 직원 등 약 216만 명이 수동적 눈치 보기 행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실용주의를 확고하게 펼쳐나간다면 공무원 등이 능동적 행정을 앞장서 실행하기 마련이다.


2025년 7월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 통합, 성과중시 정치"를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실제 결과는 국익보다 다른 목적에 더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외교 정책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모호성이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줄타기' 외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이 "양쪽을 다 잡으려는 시도를 미국은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미동맹은 동아시아 지정학적 수렁에서 한국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실용주의 자산이다. 한미동맹 프리미엄의 상징이고 한국에 막대한 이득을 준 한미 FTA가 이번 한미관세 협상에서 사라진 것은 두고두고 이재명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 베네수엘라, 브라질 사례가 주는 교훈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 기반 외교'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사례에서 확인된다. 베네수엘라는 미국 제재로 2013년 3,820억 달러에서 2023년 1,020억 달러로 GDP가 73% 감소했고, UNHCR 자료에 따르면 76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다. 브라질의 경우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관세를 인상한 바 있다.


이런 사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에도 선거 제도에 대한 논란, 대북 정책의 방향성, 중국과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관세 협상결과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대응 방안의 필요성


이번 협상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4,500억 달러 자금 조달을 위해 현재 2.5% 기준금리 하에서 조달 비용만 연간 112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일본이 0.5% 저금리 엔화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투자방식, 이익 배분 및 주도권 등 거버넌스 구조의 불확실성도 우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은 이 규모의 해외 투자가 국내 기업 투자 위축과 자산 시장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다만 이러한 단기적 부담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이런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재원 조달 방안, 산업 구조조정 지원,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미국의 '숨겨진 청구서'가 날아올 위험성에도 냉철하게 대비해야 한다. 아직 한미 간에는 국방비 증액, 방위비 분담금, 주한 미군의 대(對) 중국 역할과 같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백악관은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이례적 논평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예고한 뒤에야 이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 당선 거의 두 달 만이다.


▲ 진정한 실용주의를 위한 전략적 선택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실용주의를 추구한다면 몇 가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 확보다. 대외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희생을 요구하면서 국내에서는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보호, 안전 확보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실용적 접근이다.


둘째, 외교적 명확성이다. 한미동맹과 대중 관계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거에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위험이 크다. 70년 동맹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실용적 선택이다.


셋째, 국내 정치적 리스크 관리다. 현직 대통령의 사법적 리스크나 공정선거 등 정치적 논란이 국가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넷째,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과 종북 세력의 벽을 넘어서야 진정한 실용주의로 성공할 수 있다. 인접한 권위주의 국가에 빌붙는 내부 세력에 휘둘리면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는 포장된 구호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역사적 교훈과 실용주의의 진정한 의미


역사를 보면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한 실용주의가 결국 국가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힌 사례들이 많다. 반면 장기적 국익을 위해 단기적 손실을 감수한 지도자들은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용주의의 창시자 윌리엄 제임스는 "진리의 가치는 그것이 가져오는 실제적 결과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도 결국 실제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지도자는 국익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한다.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권력 안보 정치는 결국 국익을 해칠 뿐이다. 이번 미국 관세협상의 결과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전략과 정치적 신뢰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실용주의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실용적 시장주의"가 현실이 되려면, 정책의 일관성 확보, 외교적 명확성,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를 위한 실용주의'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임기응변식 정치가 국가와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안길 위험이 크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이념적, 소아병적인 포장지를 벗고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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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08.01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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