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길' 아닌 '트럼프의 길'에서 한국은?

이재명 정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

by 박대석

미국 '신비로운 길' 아닌 '트럼프의 길'에서 한국은?

한국이 치른 동맹의 대가


20250731_093905.png truthsocial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 한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7조 원)의 대미 투자와 15% 관세율로 합의했다고 트럼트 미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밝혔다.


또한,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투자 목적으로 거액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이 투자 금액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2주 이내 백악관을 방문하여 양자 회담을 가질 때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적이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한다는 데 합의했고 미국은 한국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대미투자액은 미국 요구보다 많은 4,500억 달러(약 625조 원)로 한국 GDP의 24.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이번 협상은 일견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패권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와 한국이 치른 혹독한 대가가 숨어 있다.


▲ 동맹국에게도 가혹한 트럼프의 선택적 개입주의

필자 작

이번 협상 결과를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처지가 명확해진다. 일본은 5,500억 달러, EU는 6,000억 달러를 투자하며 같은 15% 관세율을 확보했다. 투자 규모만 보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24년 추정 명목 GDP 기준으로 한국(1.87조 달러)은 일본(4.24조 달러)의 44%, EU(18.35조 달러)의 10% 수준이다. GDP 대비 투자 비율로 계산하면 한국은 24.1%, 일본은 13.0%, EU는 3.3%를 부담하게 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1.85배, EU보다 7.3배 높은 상대적 부담을 지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금융 여건의 차이다. 일본은 엔화가 달러, 유로와 함께 주요 국제통화 중 하나이며, 일본은행 기준금리가 0.5%에 불과하다. 저금리 엔화 자금을 활용해 대미 투자를 추진할 수 있어 실질적 부담이 적다.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로 일본의 5배에 달한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투자하려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국내 유동성을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외화채권이나 해외 자회사 자금을 활용할 여지도 있지만, 근본적인 자금 조달 부담은 피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이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내 기업 투자가 15-2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이 약속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한다 해도, 국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자금 이탈 압력이 불가피하다. 이는 내수 경기 위축과 자산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국이 완전한 시장 개방에 합의했고,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모든 미국 상품을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관세 인하나 투자 확대를 넘어 한국 시장의 전면적 개방을 의미한다. 특히 "완전한 시장 개방"이라는 표현은 향후 추가적인 개방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경쟁력 상실이다. 한국은 한미 FTA로 0% 관세 혜택을 받아왔지만, 일본과 EU는 기존 2.5% 자동차 관세를 부담했다. 한국경제신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는 동급 일본·EU 차량 대비 약 2.5% 포인트의 가격경쟁력을 누렸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15% 관세로 통일되면서 한국은 오히려 이 우위를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물론 일본은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이 높고, EU는 고급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는 경쟁력을 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이 가격 대비 성능이었다는 점에서 관세 인상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기준으로 관세 25% 적용 시 월 4,5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15%로 조정되더라도 월 3,500억 원의 손실이 우려된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48조 원(2024년 기준)에서 최소 20-30%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업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무너진 '신비로운 길'과 미국 패권의 변화

필자 작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려면 미국 패권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봐야 한다. 2004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어 달러 가치가 지켜지는 과정을 '공포의 균형'이라 표현했다. 필자는 이를 '신비로운 길'이라 명명한 바 있다.


그 원리는 단순했다. 미국이 달러로 신흥국 제품을 수입하면, 수출대금을 받은 신흥국들이 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나 주식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풍부해지는 '역설적 현상'을 누렸다. 찰스 쿱찬의 『미국 시대의 종말』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미국 상대국 흑자액의 70%가 다시 미국으로 환류됐다.


이 시스템을 떠받친 세 기둥은 압도적 군사력, 달러 중심 국제금융 체제, 그리고 미국적 가치의 소프트파워였다. 특히 1973년 헨리 키신저가 사우디와 맺은 페트로달러 협정으로 원유 거래의 달러 독점 체제가 확립됐다.


하지만 이 '신비로운 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2014년부터 62개국과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달러 우회 무역항로를 구축했고, 2018년 상하이 원유선물거래소를 통해 위안화 결제를 시도했다. 러시아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SWIFT 배제에 맞서 대안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의 외환보유액 비중은 1999년 71%에서 2023년 4분기 58.4%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 내부 상황도 심각하다. 연방 부채는 2024년 기준 35조 달러로 GDP의 120%에 달한다. 의회예산처(CBO)는 2034년까지 부채비율이 1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고용은 1979년 1,950만 명에서 2023년 1,290만 명으로 34% 감소했다(노동통계청). 미국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선순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 선택적 개입주의와 보호무역의 부활


트럼프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 경찰'에서 필자가 명명한 '선택적 개입주의'로 전환했다. 필자가 이를 '트럼프의 길'이라 하는 이유는 기존 다자주의 질서를 파기하고 양자 거래를 통해 직접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성향을 넘어 미국의 전략적 현실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의 목적은 명확하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제조업을 본토로 회귀시키고, 동맹국들로부터 '공정한 분담'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거의 100년 만의 대규모 보호무역 회귀다. 당시 미국이 평균 관세율을 40%로 올리자 세계 무역이 25% 급감했고 대공황이 심화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현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유사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은 소련 견제를 위해 서독과 일본에 관대했고,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FTA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동맹국에게도 증가된 부담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동맹국 부담 증가'라 부르기도 한다.


▲ 이재명 정부의 마이너스 프리미엄

필자 작

그렇다면 왜 한국이 유독 가혹한 대우를 받는가. 여기서 이재명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2024년 보고서는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지적했다.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심화와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미국 내 일부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미 고위급 접촉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25년 7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2+2 통상 회담을 취소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반면 일본은 기시다 총리 시절부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며 미국의 신뢰를 얻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일부 진보 성향 싱크탱크는 한국의 균형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할 때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북한 핵 위협과 중국 견제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 이미 '아시아판 나토'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만약 보수 정권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사드 배치 갈등은 있었지만, 한미동맹의 기본 틀은 견고했다. 윤석열 정부(2022-2025) 초기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시도가 미국의 호응을 얻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경제적 타격과 자산 가치 하락

필자 작성

이번 관세 타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광범위하다. 우선 대미 투자 부담이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살펴보자. 3,500억 달러는 한국 GDP의 18.7%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여기에 1,000억 달러 규모의 LNG 등 에너지 구매까지 더하면 총 4,500억 달러(약 625조 원)의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를 조달하려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현재 2.5%인 기준금리 하에서 조달 비용만 연간 112.5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 효과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 규모의 해외 투자는 국내 민간 투자를 상당히 위축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국내 자산 가격 조정 압력이 높아지고, 기업들의 설비 투자 여력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산에 따르면 대미 수출 감소와 투자 자금 유출을 종합할 경우 GDP가 1.5-2.3% 하락할 우려가 있다. 절대 금액으로는 28-43조 원 규모로, 이는 코로나19 초기 충격(2020년 GDP 0.9% 감소)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25%), 반도체(-15%), 철강(-30%) 등 주력 수출 품목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측면에서는 수출 관련 일자리 35만 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된다. 외환위기 연구의 권위자인 폴 크루그먼은 무역 충격이 환율과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수출 감소율의 2-3배에 달하는 자산 가치 조정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구체적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10-15%, 주식시장 20-30%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별로는 자동차(-25%), 반도체(-15%), 철강(-30%) 등 주력 수출 품목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측면에서는 수출 관련 일자리 35만 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시장도 요동칠 전망이다. 외환위기 연구의 권위자인 폴 크루그먼은 무역 충격이 환율과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수출 감소율의 2-3배에 달하는 자산 가치 하락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이를 적용하면 부동산 가격 10-15%, 주식시장 20-30%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


▲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미국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대만 해협 유사시 한국의 역할, 중국과의 경제 관계 재정립 등이 차기 협상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 제재로 GDP의 73%를 잃은 사례(2017-2023)는 극단적이지만, 미국이 '적대적 국가'로 간주할 경우의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이 택할 길은 명확하다.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판 나토'에서 확실한 파트너십을 보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미 투자 약속의 현실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비한 국내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의 전략 대화 채널을 강화하여 정기적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쌀 시장 개방이나 소고기 관세 같은 미봉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중국과의 균형외교라는 명분보다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관세 타결을 계기로 대외 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미국의 '신비로운 길'이 '트럼프의 길'로 바뀐 지금, 한국도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리한 협상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이 글은 2025.07.31. FN투데이에 필자 명의 칼럼으로 게재되었다.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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