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 0%보다 15%가 좋다는
이상한 나라, 왜?

레거시 언론 왜곡이 만든 여론의 착시현상

by 박대석

[표지: 필자가 감마로 생성한 이미지]


관세율 0%보다 15%가 좋다는 이상한 나라, 왜?

레거시 언론 왜곡이 만든 여론의 착시현상


▲ 한미 FTA의 기억, 그리고 광우병 사태의 교훈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과 그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기억하는가. 당시 한국 사회는 말 그대로 '공포'에 휩싸였다. "나라가 망한다", "주권을 빼앗긴다", "농업이 붕괴된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고,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둘러싼 보도는 과학적 근거를 넘어선 공포 조장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한미 FTA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당시 예상했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대미 수출은 크게 늘었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은 미국 시장에서 0% 관세 혜택을 누리며 성장했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상품 수출액은 1,278억 달러로 7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557억 달러 흑자를 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흑자 파트너이다.


▲ 2025년 관세협상, 객관적 수치로 본 실상


그런데 2025년 7월 31일 한미 관세협상 결과는 어떨까. 수치로만 보면 명백한 후퇴다. 한미 FTA 체제 하에서 사실상 0%였던 대미 수출 관세가 자동차를 포함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15%로 인상됐다. 미국산 제품은 여전히 무관세다.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상당히 심각하다. 2024년 1,278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대미 수출 실적이 이제 15%의 관세 부담을 져야 한다. 민관 분석에 따르면 연간 120~190억 달러 수준의 수출 손실(직접+간접 추정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산 제품은 여전히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온다. 무역 구조의 비대칭성이 심화되는 셈이다.


여기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까지 더해졌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해운산업 재건 협력용 펀드,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전·배터리·바이오 등 전략 산업 협력에 투입된다. 추가로 미국산 LNG 등 1,000억 달러 구매 약속도 포함됐다. 미국 상무장관이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 63.9% 긍정평가의 미스터리


놀라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다. 리얼미터가 8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63.9%)이 이번 협상을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객관적으로는 한미 FTA 시절보다 불리해졌는데도 말이다.


이는 한국 국민이 비합리적이어서가 아니다. 언론 보도의 프레임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2007년 한미 FTA 때는 "재앙론"이 지배했다면, 2025년에는 "최악 방지론"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관세폭탄(25%) 막았다", "일본·유럽 수준 선방"이라는 메시지가 반복됐다. 절대적인 경제적 악화(관세 0→15%)는 소극적으로만 언급됐다.


같은 언론이 한미 FTA 때는 허위·과장 공포를 조장했고, 이번에는 '차선의 선전'을 주도한 셈이다. 국민들은 "최악을 방지했다"는 보도 프레임 속에서 '차선의 안도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 세계 최하위권 언론 신뢰도의 현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31%로 조사 대상 48개국 중 37위다. 세계 평균 40%보다 9% 포인트나 낮다. 본인이 직접 이용하는 뉴스에 대해서도 39%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2025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61위로 '문제적(problematic)' 단계에 분류됐다. 미국(57위), 일본(66위)과 함께 선진국 중에서는 하위권이다. 평가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언론사와 기업 간 이해관계, 정치적 양극화, 기자 괴롭힘, 형사상 명예훼손 위협 등이다.


특히 한국의 뉴스 소비 패턴도 특이하다. 온라인 포털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간접 소비가 압도적이고,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뉴스를 찾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정치적 이슈보다는 연예,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 소프트뉴스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영향력과 공영방송 문제


이런 언론 환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영향력이다. KBS, MBC 등 주요 공영방송과 일부 신문사의 다수 기자와 직원이 이 노조에 소속돼 있다. 언론노조는 민주노총의 정치적 강령인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보다 진영 편향과 조직 이익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해 보면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영국 BBC는 독립 법인으로 라이선스 수익으로 운영되며, 독일 ARD와 ZDF는 다지역 분산형 구조로 수신료를 재원으로 한다. 미국 PBS와 NPR은 주로 기부와 정부 보조로 운영되지만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이들 모두 정치권력과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정치권과 노조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편성위원회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장 임명과 주요 인사에서 노조 의견이 사실상 거부권처럼 작용한다. 이는 공영방송의 정치화와 '노영(勞營) 방송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언론 3 법, 왜곡 구조의 제도화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언론 3대 입법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서 국회와 노조, 시민단체 추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KBS 이사진은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도 이사진 인원을 대폭 확대한다.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이사 수와 노조·외부단체 추천 몫을 공식 명문화하고, 개정 후 현 이사진과 경영진을 전원 교체하도록 했다. 보도채널에서는 노조와 분야별 직원이 사장 추천 위원회 구성에 직접 참여한다.


여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사장을 교체하는 정치개입을 막고, 국회와 시민 추천을 늘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라고 주장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서도 "정치경제적 독립을 위한 권력분산"이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회 의석수 비례로 특정 정파가 사실상 장악할 구조다. 정권·노조·민간단체의 추천권이 고정화되면서 특정 계파의 영구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는 '공영방송 독립'이라는 명분과 달리 정치-노조-시민단체 연합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방송 사유화를 의미한다. 현재도 언론 신뢰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이고 편파·선택 보도 문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런 입법 강행은 오히려 공영방송의 정치 종속을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


▲ 시민의 선택이 답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정부나 정치권이 언론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결국 또 다른 편향을 낳을 뿐이다. 진정한 해답은 언론의 법적·재정적 독립 장치와 시민사회의 자율적 감시·참여를 통해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좌파진영이 한겨레신문을 키워냈듯이, 이제는 자유보수 진영과 합리적 시민들이 정론 언론을 육성해야 할 때다. 팩트와 균형을 추구하는 매체들, 예를 들어 FN투데이 같은 언론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구독과 후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물론 언론노조나 좌파진영에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을 독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방송 3 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언론노조 내부에서도 청년 기자들을 중심으로 "노조 독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해법이 또 다른 권력 집단의 언론 장악이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은 특정 세력의 독점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성과 내부 자정 노력, 투명한 운영 원칙이 담보될 때 실현된다. 관세율 0%보다 15%가 좋다고 포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는 언론을 시민 스스로 키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언론 개혁의 출발점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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