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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석 Oct 06. 2020

노멘클라투라 &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럴 수 있지만, 안 그래야 한다.

  ▲ 신정아 스캔들, 뭇 남자들이 조금은 부러워 한 로맨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신정아(당시 35) 게이트 사건이 있었다. 미술가 신정아 씨가 학력을 위조하고 각종 공직과 미술 후원 단체, 교육자로 활동한 것에 대한 의혹이다.  


신정아 2011.1.15. 조선일보

    

그런데 정작 남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일은 본질인 학력위조 여부가 아니었다. 또한 나중 대부분 무죄판결은 받은, 동국대학교 교수 임용 및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과정, 기업에 대한 그림 구매에 대하여 신정아 씨가 변양균(당시 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청탁을 했는지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남자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13년 차이가 나는 엘리트 변양균 씨와 미모를 갖춘 신정아 씨 사이에서 일어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로맨스(당시 언론은 부적절한 관계라 함) 때문이었다.      


당시 수사를 했던 대검은 둘 사이에 오간 100여 통 이메일은 대부분 연애편지이며 사적이고 노골적 내용도 있다고 하였다. 필자(당시 49)가 만난 대부분의 중장년 남성들은 솔직히 변양균 씨를 은근히 부러워했다. 이 말은 누구에게 호되게 당할 각오 하고 있는 그대로 쓰는 말이다.     


 ▲ 최근 장안에 서일병과 이일병 이야기로 뜨겁다.     


서일병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군대 시절 휴가를 정상적으로 사용했느냐 아니냐를 따지던 당시 ‘일병’이어서 붙여진 말이다. 핵심은 그때 민주당 대표였던 엄마가 부정하게 청탁을 했느냐 여부가 핵심인데 수사를 담당한 동부지검은 장관 보좌관이 군에 전화를 하고 결과를 추장관에게 보고를 한 증거는 공개하면서도 무혐의 처리한 사건이다.     


만약 다른 부모가 추미애 장관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모른 체 손을 놓고 있었을 부모가 몇이나 있었을까? 물론 확고한 국가관, 가치관, 철학이 있는 부모 중 일부는 단호하게 자식을 호되게 꾸짖어 병영으로 돌려보낸 이 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장담하기 어렵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인 이일병 교수는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3일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떠났다. 그날 개천절 날 광화문은 ‘재인 산성’이라는 경찰 차벽이 성처럼 쳐져있었다.      

 

그리고 9월 19일부터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전 국가ㆍ지역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가 재발령 된 기간 중이었다. 정부는 추석 성묘는 물론이고 고향방문 조차 자제해달라고 국민들에게 권고하여 많은 국민들이 귀성을 포기까지 하였다.     


이교수는 3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외교부 여행 자제 권고를 무시한 데 대해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 19가 없어질 게 아니"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일병 교수가 구입할 것으로 알려진 캔터 51 외관. ⓒdavidwaltersyachts.com 웹사이트 캡처

이런 이 교수의 이번 여행 목적은 미국 뉴욕주 동북부 플래츠버그에 있는 길이 15m의 알루미늄 선체 요트를 12만 달러에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선실 3개, 트윈·더블 침상 4개, 양방향의 돛 헤드 2개를 갖춘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배다. 이교수가 가지고 있던 9000만 원에 더해 사위에게 7000만 원을 꾸고 6000만 원 신용대출까지 받고 송금까지 완료했다. 배를 인수한 뒤 곧바로 고교 동창 두 명과 함께 미국 동부 해안과 카리브해까지 여행할 계획을 꼼꼼히 짰다.     


이일병 교수의 '행복 여행' 블로그에 따르면 그는 2014년 정년을 3년 앞서 연세대를 조기 퇴직하고 은퇴 이후 삶을 즐겨왔다. 여수항에 개인 요트(재산 신고액 2500만 원)를 소유한 이 교수에게 생애 마지막 꿈은 요트 세계 여행이다.


그는 '공직자 가족으로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을 쓰면서 살 수 없지 않으냐"라고도 했다. 고위 공직자 남편이 아닌 개인 자유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온 국민이 두문불출하다시피 정부의 말에 순종하며 추석을 보내고 있을 때 과감하게 집을 나서 비행기에 올라탄 이일병 교수가 남자 대 남자로서 한편 부럽기도 하다.  자신이 점찍어 둔 요트와 여행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좌석에 머리를 푹 파묻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멋있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 인간이 불을 알고, 신(神)과 점점 멀어지면서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산다. 

    

인간이 불을 알면서 고기를 익혀 먹으며 뇌가 커지게 되었다. 뇌의 발달로 도기와 석기를 만들어 쓰고 사냥과 농사를 지으며 남자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소유의 개념이 생기고 상속을 위하여 친자식을 확인하기 위하여 나만의 여자를 차지하려 했다.    

  

장자 중심의 사회가 제후와 왕을 만들었다. 이때까지는 하느님이 시키는 대로 또는 하느님의 핑계를 댄 천자의 시대다.     

신은 죽었다. 니체도 죽었다.

문자(文字)가 생기고 노자, 장자, 니체까지 오면서 신(神)을 죽였다. 니체도 물론 죽었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신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인간 중심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전에는 모든 것이 다 상제(上帝), 하느님이 만든 일이고 책임도 신이 져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시대에는 인간이 책임지고 인간 개인의 삶이,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통제가 없는 인간, 즉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은 늘 피곤하다. 그래서 개인은 적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사회와 국가에 맡기고 사회계약을 한다.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국가는 개인을 위하여 묵시적인 사회계약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만들어진 것이 분명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가 중심으로 역사를 가르친 그 사회의 문제이다.  


굳이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를 모셔오지 않아도 충분하게 유추되는 일들이다. 국가에게 일부를 떼어준 개인의 권리를 어느 만큼 줄이느냐가 바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이다. 


국가와 시민이 서로 피를 보는 투쟁 속에서 만들어간 민주주의다.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되어야한다.”(The tree of liberty must be refreshed from time to time with the blood of patriots and tyrants.)고 토마스 제퍼슨이 말한 원문이다.  흔히 "민주주의의 나무는 국민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로 인용한다.


처참하게 정부에게 시민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왕이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기도 한다. 


영국은 지금도 주민등록증이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만 명이 광화문에 30분만 있어도  국가가 금방 알아낸다. 코로나 방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들의 무감각 속에 점점 빅브라더 화 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우일까?     


르네상스 이후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주의가 주요한 흐름이 되었다. 중세 교회 중심적 체제에 반대하여 각 개인의 신앙의 내면화를 주장하고, 가톨릭의 보편주의에 대항해 개인주의적인 반역을 꾀한 프로테스탄티즘으로서 나타났다.     


개인주의의 등장으로 인간의 존엄과 의의가 명백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아직도 논쟁 중이다. 다양한 개인적인 가치나 행동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성숙한 사회를 담보한다는 주장과, 사회와 공동체의 이익에 배치될 수 있다는 주장이 혼재한다.     


그러나 여러 나라가 행정 편의적으로 국가를 위한다는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권리를 우습게 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행복추구권이 있고,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공익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이 있다.     


▲ 선택적 정의, 선택적 방역     

    

코로나 방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 즉 국민을 위하여 코로나 방역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본말이 뒤바뀐 일들이 허다하다.      


민주주의 상징인 집회 및 결사를, 그것도 코로나 감염과는 거리가 먼 자동차 집회를 경찰병력이 1만 명 이상이 모여서 성을 쌓아 막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시위와 관계없이 시민이 수백 미터를 가는데 무려 검문을 5번 이상이나 당해야 한다는 보도가 여기저기 볼멘소리로 나온다.     


그 시간에 밀접, 밀착, 밀폐된 지하철과 버스에는 사람들이 갇혀 다니고 서울대공원에는 출입구와 주차장이 꽉 찬 상태의 모습이 보도된다. 여당 대표는 국민들은 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봉하로 사람을 잔뜩 모아 행사를 한다.      

이제 선택적 정의, 선택적 공정도 모자라 코로나바이러스도 선택적 감염을 하러 다니고 방역도 광화문만 선택적 방역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   


▲ 동물농장, 노멘클라투라 (Nomenklatura)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1945년 8월 17일에 출간된 소설 동물농장 표지이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조지 오웰

요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부인, 윤미향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그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그의 남편과 아울러 일부 자식들의 일들이 연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보면 70만 명을 처형한 공포정치의 대명사 격인 스탈린을 대신한 돼지 나폴레옹이 나온다. 나폴레옹은 정적을 몰아내고 공포정치를 펼친다. 그 나폴레옹 새끼들의 실존 역할이 노멘클라투라 (Nomenklatura)이다.     


1945년 8월 17일에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자원의 분배를 추구하는 스탈린주의적 정부가 부패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소설은 러시아 혁명을 풍자하는 알레고리(allegory)인데, 오웰은 설정상 동물농장 내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진 돼지들을 통해 레닌, 스탈린, 트로츠키를 표현해냈다.      


평등한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던 동물 농장에 걸린 구호는 소설 끝쯤에 변화한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특권층은 자신의 특권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특권을 누리기 시작하면 그 집단의 의식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특권을 향유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특권을 더 평등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노멘클라투라는 처음에는 소련 공산당 소속의 고급 간부'를 뜻했으나, 브레즈네프 시대부터 '소련 사회에서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특권계층'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중국에도 노멘클라투라가 있다. 중국 공산당 당원은 8000만 명으로 독일 인구와 맞먹는다. 역시 각종 특혜, 기업인과의 결탁이나 편법적인 부동산 매매, 횡령 등의 수단으로 엄청난 이득을 창출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만일을 대비해서 해외에 재산을 숨겨두고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고위층 및 간부들(일명 핵심계층)도 넓게는 노멘클라투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 이후에 북한의 시장화가 진행되고 나서는 권력을 앞세워 각종 외화벌이 사업에의 진출, 장마당 돈주들과의 결탁, 예산과 국영 시설과 물자의 전용, 군수-군납 비리 등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부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접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자동차 정비병으로 군번을 부여받고 군생활을 했다.    [출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전쟁 영웅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많이 들어보는 단어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한다. 영국군은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칼레 시민들은 혼란에 처했고 누가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를 논의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한다. 그들은 다음날 처형을 받기 위해 교수대에 모였다. 그러나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죽음을 자처했던 시민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복하여 살려주게 된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다. 그 유래로 유럽의 귀족 자녀들은 자원하여 치열한 전투에 참여하여 많은 목숨을 잃었다.     


강경화 장관의 외신과 인터뷰 모습, 언급한 자막이 코로나 상황에서 한 요트출국과 잘 대비된다. 

도덕성 여부를 떠나 좋은 이성을 만나서 연애하는 것이 어찌 보면 인생의 달달한 행운일 수도 있다. 고생하며 좋은 일 한다고 돈 못 벌라는 법은 없지만 연세 드신 할머니들 내세워 생긴 돈 몽땅 챙기는 것은 좀 그렇다.  자기 자식이 귀하지 않은 부모 없을 것이고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 해도  나라 녹을 먹고 남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위치라면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희생까지야 바라지 않지만 국민들 눈 밖에 나는 일은 좀 두려워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보는 국민들이 속상하고 쪽 팔리니까.     


2020. 10. 05. 11:33

가을 밤의 단상(斷想)

큰 돌 박대석               


▲ 마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이다. 헌법 전문을 인용한다. 이대로만 하자.     


헌법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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