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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석 Oct 07. 2020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노벨상은?

- 해마다 10월이면, 한국인은 왜 노벨상 명단에 없나? -

  ▲ 일본은 28명, 한국은 사실상 꽝?     


매년 10월 초가 되면 노벨위원회는 노벨수상자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그리고 12월 11일에 평화상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상식이 열리며, 나머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0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블랙홀 연구에 이바지한 공로로 천체 물리학자인 영국의 로저 펜로즈(89·옥스퍼드대), 독일 라인하르트 겐첼(68·UC버클리), 미국 앤드리아 게즈(55·UCLA) 등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1888년 노벨이 사람을 살상하는 데 사용한 다이너마이트로 번 돈 약 440만 달러의 유산으로 노벨상을 만들게 되었다.     


노벨상의 시상 분야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 또는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이다. 다만, 노벨 경제학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상의 영문 정식 명칭도 다른 분야 노벨상이 Nobel Prize로 표기되는 데 반해, 노벨 경제학상은 The Sveriges Riksbank Prize로 표기된다.     


각국의 수상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385명, 영국 134명, 독일 109명, 프랑스 69명, 스웨덴 17명, 일본 28명, 스위스 27명, 러시아 26명, 캐나다 25명, 단 1명인데 그것도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이 유일하다.     


노벨상이 뭐 대수냐며 의미를 부정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으나, 국적 불문하고 실력과 업적을 바탕으로 엄정한 선발과정을 거쳐 정해지는 노벨상은 지구촌에서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권위 있는 상(賞) 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은 무려 수상자가 28명인데 사실상 한국은 왜 학술부문에는 단 1명도 없을까? 무역은 세계 7위이고 경제규모는 세계 10위 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 피아니스트와 뮤지션, 그리고 아티스트의 차이  

   

피아노를 잘 치면 피아니스트(pianist)라고 한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가 가진 기능을 잘 구현하는 사람인데, 완숙의 경지에 이르면 더 높은 음악의 세계로 상승한다. 기타, 바이올린, 색소폰 등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수준에 이른 사람을 피아니스트가 아닌 뮤지션(musician)이라고 부른다.

이 경지에서도 더 넓고 높은 세계로 상승하면 음악 활동을 통해 인간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때 비로소 우리는 그들이라는 복수(複數)가 아닌 단수인 그를 아티스트(artist)라고 부른다.   

  

아티스트는 음악을 포함한 인간(人間)을 표현한다. 한국이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아티스트 급 인재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피아니스트, 뮤지션, 아티스트로 가는 과정을 거리로 나눴을 때, 피아니스트에서 뮤지션, 뮤지션에서 아티스트까지의 거리가 다르다.     


피아니스트라는 호칭을 듣는 자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나는 무한 반복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상 악기의 기능을 내 몸 같이 다루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뮤지션은 이러한 악기들을 종합하여 다루고 이론적 융합 능력 또한 겸해야 하니 그 과정이 얼마나 길고 험한 한지는 따질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장인 수준인 피아니스트와 뮤지션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의 글이 있다.     


▲ 포정해우(庖丁解牛)     


장자 양생주 포정해우(庖丁解牛) 출처 : leeza tistory

포정해우는 '기술이나 솜씨가 매우 뛰어남'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포정(庖丁)'은 소를 잡아 뼈와 살을 발라내는 요리사를 말하고, '해우(解牛)'는 소를 잡아 뼈와 살을 발라내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발골 작업인 셈이다.     

고사의 유래는 장자(莊子)의 양생 주편(養生主篇)〉이다.     


포정이라는 훌륭한 요리사가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잡았다.  

   

손을 갖다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을 디디고, 무릎을 굽히고, 그 소리는 설컹설컹. 칼 쓰는 대로 설뚝설뚝. 완벽한 음률, 무곡에 맞춰 춤추는 것 같고, 악장에 맞춰 율동하는 듯했다.    

 

문혜군이 말했다. "참, 훌륭하도다. 기술(術)이 어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요리사 포정이 칼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제가 귀히 여기는 것은 도(道)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神)으로 대할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 기관은 쉬고, 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하늘이 낸 결을 따라 큰 틈바귀에 칼을 밀어 넣고, 큰 구멍에 칼을 댑니다. 이렇게 정말 본래의 모습에 따를 뿐, 아직 인대나 건(腱)을 베어본 일이 없습니다. 큰 뼈야 말할 나위도 없지 않겠습니까? “라면서 말을 이어간다.     


“ 훌륭한 요리사는 해마다 칼을 바꿉니다. 살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요리사는 달마다 칼을 바꿉니다.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19년 동안 이 칼로 소를 수천 마리나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칼날은 이제 막 숫돌에 갈려 나온 것 같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이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칼날이 틈이 있는 뼈마디로 들어가니 텅 빈 것처럼 넓어, 칼이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19년이 지났는데도 칼날이 이제 막 숫돌에서 갈려 나온 것 같은 것입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간다.     


“ 그렇지만 근육과 뼈가 닿은 곳에 이를 때마다 저는 다루기 어려움을 알고 두려워 조심합니다. 시선은 하는 일에만 멈추고, 움직임은 느려집니다. 칼을 극히 미묘하게 놀리면 뼈와 살이 툭하고 갈라지는데 그 소리가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같습니다. 칼을 들고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닦아 갈무리를 합니다."     


문혜군이 말했다. "훌륭하도다. 나는 오늘 포정의 말을 듣고 '생명을 북돋움(養生)'이 무엇인가 터득했노라." 

    

소를 한 마리 잡는데 저러한 경지에 오르기 위하여 포정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생각을 했을까? 바로 피아니스와 뮤지션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한 멋진 글이다.     


▲ 아티스트는 그 이상의 이상이다.     


피아니스트가 10만 명이라면 뮤지션은 1천 명도 안 된다. 악기의 달인, 장인 중에 종합적 예승 능력과 이론적 무장은 물론이고 리더십을 겸비해야 하는 뮤지션이 되기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상상하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그 천명의 인재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신의 경지이다.     


뮤지션까지는 지도자나 선각자들이 만들어 놓은 경험들을 피를 깎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따라갈 수가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없는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한다.      


그 누구도 가지 않고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만들고, 펼치고 나가야 한다. 새로운 인간의 무늬(인문, 人文)를 그려야 하는 일이다. 말이 쉽지 배울 곳도 없고 상상도 안 되는 멋진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인간의 힘으로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다.     


있는 길을 가는 것과 없는 길을 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때 작동하는 것이 상상력이나 창의성이다.


독일과 더불어 최고의 과학기술을 가진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총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들 배출하여, 수상자 수 순위는 2020년 현재 세계 6위이다.     


아시아에선 당연히 1위이고, 과학 분야의 경우 21세기 들어서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이다. 과학 분야만 25명의 수상자가 나왔고, 경제학상을 제외한 모든 시상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 말로만 반일이 아니라 실력을 쌓아 극일을 해야 한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한국인들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게 하는 소재 중 하나이다. 일본이 노벨상을 탈 때마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일본과 한국의 노벨상 수상 현황을 비교해대기 바쁘다.      


한편으로는 한국 기초과학 수준을 성토하는 반응, 노벨상을 받건 말건 일본을 폄하하는 반응 들이 얽혀 나타난다. 특히 근거도 없이 불순한 의도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반일감정을 부추 키는 발언들이 수두룩하다.     

TVCHOSUN, 2019. 8. 6.

무조건 천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을 홀대하고 업신여겨도 친구라 좋다 하고, 우리 국민이 북한 영해에서 무자비하게 총살을 당해도 말 한마디 못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근거도 없이 거품을 문다.   

   

일본에 대하여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일부 동조 세력 앞에서 무조건 깎아내린다 해서 한국에 득 될 일하나 없다. 그런 사람들 사실 감정 팔이 하며 나라에 해 끼치는 부류들이다.  그런 말을 남앞에서 하는 사람도 이상하지만 그 말이 먹히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도 도저히 필자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간다. 나아가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친일이란다. 이유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단다. 사전을, 한국말을 모조리 바꿔야 할 상황이다.


그런다고 노벨상을 줄 것도 아니고 일본을 경제, 국방으로 우리가 타고 넘을 일도 없어 보인다. 극일을 하려면 냉정하게 배울 것은 배우고 묵묵히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당하고 나서 위안부 팔이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다시는 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옳다.     


불과 얼마 전인 60년대까지도 먹고 살 여유조차 없었던 한국의 사정상 일찍부터 근대화를 시작하여 그동안 쌓아온 학문의 깊이가 차원이 일본에 뒤쳐진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선배들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많이 쫒아 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일본은 세상을 패권적, 인류학적 시각으로 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또한 훈련이 되어있다. 수많은 외침으로 많은 죄도 지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한 칭기즈칸의 군대도 3번이나 일본 공격에 실패했다. 자신들의 논리를 가지고 중국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러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했다. 미국을 직접 공격하기도 하였으며, 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독일과 손잡고 세계전쟁을 벌인 나라이다. 


큰 판에서 놀아본 나라라는 것이다. 경제는 미국의 뒤를 바짝 쫓아 2등 아니면 3등을 달리는 나라이다. 우습게 보고 감정만 앞세우다가는 또 당할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 당하고도 복수할 생각조차 없었던 역사, 창조력이 필요하다. 

    

1592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하여 강토와 백성을 처참하게 일본이 유린당했음에도, 그 이후 우리나라는 복수할 생각도 행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약 300년 후 일본의 수중으로 나라가 떨어졌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1817년 경세유표 서문에 ‘가만히 음미해 보면 나라가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데가 없으니 이제라도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반드시 망하고야 말 것이다.’ 라며 경고했는데 백 년도 안 되어 역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이다. 잊어서는 아니 되는 역사의 교훈이다.     


이제 일본을 타고 넘는 선진국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바로 선진문화, 선진문명,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세상을 하나로 관통해보는 국가 철학, 국가 문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모험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들이 감히 생각하지도, 해보지도 못한 홍익인간 사상이 있다. 세상을 널리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지구, 인간과 우주 모두를 이롭게 하라는 인류 최상위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 아티스트의 시대, 디지털 경제 시대는 한국의 기회   

  

한국인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베껴 가장 크게, 가장 빠르게, 가장 싸게 만드는 데는 일등 수준이다. 이 부분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 뮤지션을 몇 단계 뛰어넘는 아티스트가 많이 탄생해야 하고 그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자연자원이 빈약한 상태에서도 수출이 2018년 기준 6,048억 달러로 세계 6위이고, 수입은 5,352억 달러로 세계 9위로서 무역 대국이다. 국가별 GDP는 2019년 10월 기준 1.6조 달러로서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다. 자원의 혜택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오로지 제조업에 바탕을 둔 무역으로 오늘의 한국을 이루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디지털 경제,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비즈니스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위 3가지의 공통점을 합치면 사실상 디지털 경제 시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flickr, Digital Transformation Bottom Lines

디지털 경제 세상에는 자연자원과 땅덩어리의 크기, 인구의 크고 작음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승부는 오로지 우수한 인적자원이 결정한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한 한국에게는 더없이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제 세상을 창조하는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숨어서 잠자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깨워서 기지개를 켜게 국민과 나라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굳이 반일, 친일을 따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3차 산업 혁명시대와 달리 사차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시대에는 2등은 없다. 한두 가지 기술이 앞서서 될 일이 아니고 많은 기술들이 융·복합되어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배하는 나라와 지배당하는 나라로 구분되는 세상이다. 10년 뒤에 어느 편에 서 있느냐는 우리가 오늘 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  

   

2020. 10. 07.

한국의 홍익 아티스트들의 세상을 꿈꾸며


큰돌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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