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엑소더스' 한국판
칭찬할 일인가?

기업은 떠나고 강성노조와 이재명 정부만 남는가?

by 박대석

[표지: 필자가 WHISK로 생성한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 모습 이미지]


최근 한국에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호도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돈을 포퓰리즘으로 살포하고 한편에서는 돈이 부족해서 국채 발행을 추진하며 예산은 확대한다. 반기업·반시장 악법을 만들어 기업들을 옥죄면서 대미 외교에는 기업들을 앞세운다.


백미는 0% 관세를 15%로 올린 일을 잘했다고 하며 그렇지 않아도 해외로 이전하고 싶은 기업들을 미국으로 내몰다시피 하는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칭찬받는 애국 행위로 둔갑하는 기묘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런 기괴한 망국 시그널의 1차적 책임은 이재명 정부에 있지만 이를 이상한 프레임으로 호도하는 어용 언론의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 홍콩 엑소더스의 재현인가?


한때 '둥팡밍주(東方明珠·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아시아 금융의 심장 역할을 했던 홍콩.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후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경제도 추락했다.


독립 언론 '빈과일보'는 강제 폐간되었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는 원천 봉쇄되었다. 노동조합, 시민 단체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수많은 조직이 해산 압박을 받았다. 2022년에만 약 3,700명의 공무원이 사직하는 등 사회 전반에 '자기 검열'과 위축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이러한 자유와 법치 기반의 훼손은 곧 홍콩 경제의 동맥경화로 직결됐다. 경제 성장률은 2019년 -1.7%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20년 -6.5%, 2022년 -3.5%라는 역대급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던 홍콩 증시의 IPO 규모는 2023년 6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21년부터 6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되어, 불과 3년 만에 약 22만 명의 인구가 순 유출되었다. 이는 바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홍콩 엑소더스'의 현실이다. 마치 지금 한국에서 노란봉투법과 반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이 미국으로 대탈출하고 있는 것처럼, 홍콩에서는 자유를 잃은 시민들과 기업들이 캐나다, 영국, 호주 등으로 대거 이주하고 있다.


▲ 대미관세율 0%에서 15%로, 경쟁력 완전 박탈의 현실


한미 FTA 체제하에서 사실상 0%였던 대미 수출 관세가 자동차를 포함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15%로 인상됐다.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15% 관세가 새로 부과되는 비대칭적 관세 부과 체계가 시작된 것이다. 반면 일본과 EU는 기존 2.5%에서 15%로 12.5% 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경쟁국 대비 실질적인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제무역에서 가격 경쟁력 2~3% 포인트 차이는 시장 점유율 10~15% 포인트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통상 법칙이다. 한국의 2024년 대미 수출액 1,278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10~15% 감소 시 128억 ~ 192억 달러의 직접적 손실이 발생한다.


▲ 막대한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 위축, 경제 공동화 현상 올 것


그뿐만 아니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1,000억 달러의 미국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제조업 르네상스 및 조선업 재건 등에 투입된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충격적 조건이 있다. 투자 수익의 약 90%가 미국 측에 귀속되는 조건이었다.


미국 상무장관이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 내 첨단산업 및 제조업 강화가 목표인 만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이 미국 경제에만 기여하는 구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얻는 수익은 전체 투자 수익 중 약 10%에 그치고, 90%는 미국 측으로 귀속된다. 돈은 한국이 대고 수익은 미국이 가져가는 기가 막힌 불공정한 구조다.


▲ 수치로 보는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 규모


2023~2025년 한국의 대미 투자 비중은 43%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본(25%), 독일(18%)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왜 하필 이재명 정부 들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확정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7억 달러 규모의 AI·HBM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계획보다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대규모 해외 투자로 인해 2025~2027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연평균 15~2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내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1,060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해외로 나가는 1,500억 달러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삼일회계법인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한 국내 고용 감소는 약 25만~3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관세 역전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실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세계 1위 조선업 미국에 헌납, 산업 생태계 붕괴 불 보듯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조선업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발표에 따르면 이미 조선업계는 연평균 1만 2천 명 이상의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미충원율이 14.7%에 달한다. 그런데도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기술과 인력을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선박 건조량 증가는 한국 내 생산과 고용 감소와 직결되는 제로섬 구조다. 거제·울산·영암 등 조선 도시의 노동 수요 감소도 피할 수 없다. 대형 조선사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면 국내 신증설과 R&D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트럼프 관세에 떠밀려 산업 주권을 내다 파는 참사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25% 관세라는 당면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장기적 산업 경쟁력을 담보로 내놓은 것이다. 한국 조선업 생태계 붕괴가 머지않은 일이다.


▲ 주식시장이 말해주는 진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8월 1일 한미 관세협상 결과 발표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4.48%, 7.34% 하락한 반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14~15%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자동차 기업 대비 일본 기업의 상대적 우위가 개선됐다"며 일본 자동차주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불공정한 수익 배분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과'라고 포장하는 정부의 태도다.


▲ 망국 협상을 잘했다 하고, 재정 파탄과 기업 부담의 악순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부와 여론조사 반응이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은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협상이라고 했다. 리얼미터가 8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63.9%)이 이번 협상을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객관적으로는 한미 FTA 시절보다 불리해졌는데도 말이다. 이재명 정부의 민낯과 언론 프레임의 무서운 위력이다.


한편으로는 지역페이 14조 원, 민생페이 25조 원 등 총 39조 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을 쏟아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예산을 2025년 673조 3천억 원에서 2026년 728조 원으로 54조 7천억 원(8.1%) 증액했다.

부족한 세수는 결국 기업들의 부담과 빚으로 충당한다. 기업과 미래세대에게 각종 부담을 지우면서 정부는 빚으로 인기 정책을 펼치는 모순적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국가 부채비율이 GDP의 80%를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들의 몫이 된다.


▲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기업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미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독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눈치 보며 검토하던 해외 이전이 갑자기 '애국적 선택'으로 둔갑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기업들에 이는 전형적인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다. 국내에서는 민주노총과 각종 반기업 법안에 시달리고, 해외로 나가려 하면 '기업의 해외 도피'라는 비난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애국 기업'이라는 포장지를 씌워주니,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탈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몰아치는 독재의 광풍 그 끝은 어디인가?


무소불위 3대 특검은 야당인 국민의힘에 당원 명부를 압수 수색을 하자고 하고, 황교안 신당은 창당하자마자 역시 압수 수색당하며, 광란의 칼춤으로 교회와 미국 공군기지까지 넘나들며 강제수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정치 세력들이 집결하고 연대해서 독재 광풍을 저지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안 된다면 한국은 이전의 IMF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며, 그 희생양은 대중이 될 것이다.


▲ 결국 남는 것은 강성노조와 이재명 정부뿐


이제 그림이 완성됐다. 기업들은 하나둘 해외로 떠나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세수는 줄어든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과거 어떤 정권도 하지 못한 협상을 했다.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에 갖다 바치면서도 이를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본 적이 있는가?


당장 경제가 얼어붙으면 제아무리 이재명 정부와 그 지지자라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재주는 없다. 하지만 강성노조는 다르다. 기업이 떠나든 일자리가 사라지든 상관없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노동자의 권익'이라는 명분이 있고, 이재명 정부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영향력으로 언론도 장악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국내에는 강성노조와 반기업 정부만 남고, 기업들은 모두 해외로 떠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재명 정부는 과거 그 어떤 정치지도자도 하지 못했던 것을 완수한 셈이다. 트럼프와 미국에 있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군만마다.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면서도 이를 '애국'이라고 포장해 주는 정부를 만난 것이니까 말이다.


기업들이 모두 떠난 한국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강성노조와 이재명 정부, 그리고 점점 커지는 국가 부채뿐이다.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애국으로 둔갑하는 기묘한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이미 때는 늦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기업은 떠나고, 강성노조와 이재명 정부만 남는 대한민국.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미래인가? 그 모든 책임은 노란 봉투를 받아 든 이재명 정부와 민주노총에 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