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애국인 나라

노란봉투법 등 반시장 악법과 권력안보를 위해 벌어진 기묘한 풍경

by 박대석

기업 '코리아 엑소더스'가 애국이라는 나라

노란봉투법 등 반시장 악법과 권력안보를 위해 벌어진 기묘한 풍경


2025년 8월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한국경제인협회는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260억 달러, 삼성전자 370억 달러, 대한항공 826억 달러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 진출을 약속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성과'로 포장했지만,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 미국 이전 기업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노란봉투법과 더센상법 등 일련의 반시장 입법으로 국내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미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집권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민주노총의 청구서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극도로 심화됐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의 경영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재정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지역페이 14조 원, 민생페이 25조 원 등 총 39조 원 규모의 현금성 지원을 쏟아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 발행을 늘려가며 국가예산을 2025년 673조 3천억 원에서 2026년 728조 원으로 54조 7천억 원(8.1%) 증액했다. 부족한 세수는 결국 기업들의 부담과 빚으로 충당한다. 기업과 미래세대에게 각종 부담을 지우면서 정부는 빚으로 인기정책을 펼치는 모순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미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독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눈치 보며 검토하던 해외 이전이 갑자기 '애국적 선택'으로 둔갑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는 전형적인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다.


국내에서는 노동·투자환경의 불안정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졌고, 해외로는 나가고 싶지만 '기업의 해외 도피'라는 비난이 두려웠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미국 투자를 부추기니,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 기회에 '애국 기업'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탈출구를 찾았다.


▲ 관세 역전과 경쟁력 상실의 현실


한미 FTA 체제에서 한국 제품은 대부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과 EU는 자동차 2.5%, 기계류 3~5% 등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 이는 한국이 2024년 미국에 1,278억 달러(18.7%)라는 거대한 수출을 달성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일한 15% 관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한국만 일방적으로 불리해졌다. 한국은 0%에서 15%로 15% 포인트 상승한 반면, 일본과 EU는 기존 2.5%에서 15%로 12.5% 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경쟁국 대비 2.5% 포인트의 추가적인 가격 열세를 떠안게 된 것이다.


같은 제품 100달러 기준으로 미국 현지 판매가격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한국 제품은 115달러, 일본·EU 제품도 115달러로 동일해졌지만, 기존에 한국이 누렸던 100달러 vs 102.5달러의 가격 우위는 완전히 사라졌다. 더욱이 중국 제품은 여전히 110달러(25% 관세 적용)로 한국보다 5달러 저렴하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관세 구조 변화로 인해 자동차 분야에서만 연간 214억~257억 달러의 수출 손실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다. 관세를 감수하고 수출을 지속하거나,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전자는 경쟁력 상실을 의미하고, 후자는 국내 생산기지 축소를 의미한다. 결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미국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내몰렸다.


▲ 세계 1위 조선업의 아이러니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조선업이다. 한국은 전 세계 조선업 수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다. 그런데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통해 이 핵심 기술과 인력을 미국에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HD현대, 한화오션,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에서 선박을 건조하게 되면, 국내 조선소의 일감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은 현재 58만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이상의 일자리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미 연평균 1만 2천 명 이상의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자들이 미국으로 이전된다면 국내 조선업 생태계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선박 건조량 증가는 제로섬 게임이다. 미국에서 만든 선박 1척은 한국에서 만들지 않는 선박 1척을 의미한다. 거제·울산·영암 등 조선업 도시의 고용과 소비가 위축되고, 부품·기자재·해운물류 등 연관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를 '글로벌 조선업 생태계 확장'이라고 포장하지만, 현실은 국내 산업기반의 해외 이전이다.


▲ 반도체·자동차의 뒤따른 엑소더스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확정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7억 달러 규모의 AI·HBM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공장 설립 시 관세 면제' 정책에 대응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계획보다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기아차도 조지아주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대규모 해외 투자로 인해 2025~2027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연평균 15~2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내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1,06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해외로 나가는 1,500억 달러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 통계로 보는 국내 경제 공동화


관세 구조의 역전은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미치고 있다. 2023~2025년 한국의 대미 투자 비중은 43%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본(25%), 독일(18%)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이재명 정부의 한미동맹 프리미엄이 사라져 일본과 EU 대비 상대적으로 2.5% 포인트 관세율 역전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국제무역에서 가격 경쟁력 2~3% 포인트 차이는 시장 점유율 10~15% 포인트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통상 법칙이다. 한국의 2024년 대미 수출액 1,278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10~15% 감소 시 128억~192억 달러의 직접적 손실이 발생한다.


제조업 고용 통계를 보면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1분기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1만 2천 개 줄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요 수출 산업에서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투자 위축 규모를 추정해 보면, 대미 투자 1,500억 달러 중 약 60~70%인 900억~1,050억 달러가 국내 투자를 대체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의 85~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일회계법인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한 국내 고용 감소는 약 25만~3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관세 역전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실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자산 가치 하락의 도미노


관세 역전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은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내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한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이 감소하면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부터 살펴보면, 제조업 중심 지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울산·경남 창원 등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이 집중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하락 신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3.2% 하락했고, 거제는 5.1% 급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관세 격차의 영향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8월 1일 한미 관세협상 결과 발표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각각 4.48%, 7.34% 하락한 반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14~15% 급등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 대비 2.5% 포인트 더 큰 관세 부담을 안게 된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기업들의 주가 급등이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 2.5%에서 15%로 관세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했다. 이는 한국 기업 대비 상대적 경쟁력 개선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한국 자동차 기업 대비 일본 기업의 상대적 우위가 2.5% 포인트 개선됐다"며 일본 자동차주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원화 가치도 하락 압력에 직면했다. 수출 감소로 달러 유입이 줄어들고, 대규모 해외 투자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세 부담 증가와 해외 투자 확대로 인해 원화가 추가로 5~10%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만 겪는 2.5% 포인트 추가 관세 부담이 원화 약세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 반대 의견과 정부의 논리


물론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대미 투자 확대가 한미동맹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또한 해외 진출을 통해 기업들이 더 큰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본사 기능과 연구개발 부문이 국내에 남으면서 오히려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대거 이전했지만, 본사 기능과 R&D 센터는 독일에 남아 있으면서 '본사 경제(Headquarter Economy)'를 구축했다는 성공 사례도 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과 함께 국내에는 연구개발과 핵심 기술 개발 기능을 집중시킨다면,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우려는 여전하다. 독일과 달리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GDP의 27%에 달해 OECD 평균(14%)의 두 배 수준이다.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 좌파 정권의 딜레마


이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은 이재명 정부의 정체성 혼란과 무책임한 재정 정책에서 비롯된다. 선거 과정에서 친중·반미 성향을 드러냈던 정부가 집권 후 미국의 압박에 직면하면서 급작스럽게 친미 정책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관성 있는 전략 없이 임기응변식 대응을 반복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 기반을 약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정의 무분별한 확대다. 2026년 정부 예산은 728조 원으로 이는 국가 부채비율을 GDP의 6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4년 1,169조 원에서 2026년 1,347조 원으로 178조 원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현금성 복지 지출의 급증이 문제다. 지역페이는 2023년 7조 원에서 2025년 14조 원으로 두 배 증가했고, 민생페이도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기본소득 성격의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현금성 지출만 연간 50조 원을 넘어선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국가부채비율이 GDP의 80%를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문제는 이 모든 비용 대부부능 결국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상 압력과 함께 각종 사회적 부담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노사 갈등 비용, 더센상법으로 인한 경영권 불안, 여기에 천문학적 국가부채의 이자 부담까지 모두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이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고 싶겠는가.


노란봉투법과 더센상법 등으로 기업들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부추기는 모순적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와 노사 갈등에 시달리고, 해외로는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떠밀려 나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실용적 정부라면 집권 과정에서 신세 진 민주노총의 청구서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노란봉투를 찢고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또한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보다는 생산적 투자에 재정을 집중하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정책이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면 미국 경제의 변동에 더욱 취약해지고, 이는 한국의 경제주권을 오히려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일본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엔고를 감수하며 해외 투자를 확대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 활력을 잃고 장기 침체에 빠졌다.


▲ 무엇이 진짜 애국이고 실용인가?


진정한 애국은 기업들이 해외로 도피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마음껏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 갈등을 해결하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실용 정부라면 무엇보다 노란봉투법부터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집권 과정에서 신세 진 민주노총의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결과가 오늘의 기업 엑소더스다. 또한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로 국가 부채를 급증시키면서 그 부담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72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의 상당 부분이 지역페이, 민생페이 등 비생산적 현금 살포에 쓰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돈을 기업 투자 인센티브, R&D 지원, 인프라 구축 등 생산적 분야에 투입한다면 기업들이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국내 산업 기반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한미동맹 강화는 상호 존중과 호혜 원칙에 기반해야 하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업들이 '애국'이라는 포장지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코리아 퍼스트이고, 진정한 애국이다.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애국으로 둔갑시키는 기묘한 현실은 이제 끝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기업들을 해외로 내몬 정부로 낙인찍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장동혁, 사활건 투쟁으로 독재 광풍 막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