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의 주역, 권위주의에 맞서다
디지털 세대의 정치적 파급력은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다.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젠지세대(Generation Z)는 2025년 현재 13세에서 28세에 이르며, 전 세계 인구의 약 32%인 25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세력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접한 이들은 정보 접근성과 사회 참여 방식에서 이전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사회정의를 중시하는 동시에 부패와 불평등,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발을 보이는 것이 이 세대의 특징이다.
2025년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벌어진 일은 젠지세대의 정치적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네팔에서는 9월 4일 정부가 페이스북, 유튜브 등 26개 소셜미디어를 차단하자 젊은 세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표면적으로는 SNS 차단에 대한 항의였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인 자녀들의 과시적 소비와 만연한 부패, 20%대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최소 72명이 사망하고 2,10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특기할 만한 점은 시위대가 디스코드를 통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전직 대법원장 수실라 카르키를 임시 총리로 추대했고, 대통령이 이를 공식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의회가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국가 지도자가 선출된 전례 없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탄생이었다.
동아프리카 국가인 마다가스카르의 상황은 더욱 극적이었다. 9월 25일부터 시작된 젠지세대 주도의 시위는 잦은 정전과 단수에 항의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곧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전면적 저항으로 번졌다. 결정적 전환점은 10월 11일 육군 정예부대 캡사트(CAPSAT)가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며 시위대에 합류한 것이다.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한 후,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0월 13일 해외로 도피했고, 15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며 군정 수립을 선언했다.
2025년 10월 중순 들어 러시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저항이 시작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푸틴의 정치적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청년들이 SNS를 통해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집결해 반체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리투아니아로 망명 중인 반체제 음악가의 금지곡들을 부르며 플래시몹 형태로 집회와 해산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통제를 피하고 있다. 특히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다룬 곡이 주목받는데, 이 곡은 1982년 브레즈네프 사망, 1984년 안드로포프 사망, 1985년 체렌코 사망, 1991년 군부 쿠데타 등 러시아의 주요 정치적 변고 때마다 국영 TV에서 하루 종일 방영되었던 역사적 상징을 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복잡하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2년 11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한 백지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기록되었다. 청년층이 중심이 되어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최소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을 직접적으로 외쳤고, 이는 온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시위대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들거나,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의 방정식을 손에 들고 '자유(freedom)'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창의적 방식을 동원했다.
2025년 8월 쓰촨 성 장유 시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미온적 처리에 분노한 수백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공안은 최루탄과 전기충격기를 동원해 강제 해산시켰고, 일부 시위대를 돼지 수송 트럭에 실어 연행하는 모습까지 포착되었다. 중국에서 수백 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경찰 해산 명령에 불응하는 일은 이례적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인해 전국적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청년 실업률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 경제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체제에 대한 불만은 계속 축적되고 있다.
한국 젠지세대가 직면한 위기는 국내 정치 상황만이 아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한국 청년 대상 인신매매 사건은 젠지세대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제앰네스티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2024년 기준 약 10만 명이 온라인 사기에 동원되었으며, 수도 프놈펜을 포함한 캄보디아 전역에서 총 53곳의 '사기 작업장'이 확인되었다.
위키백과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에는 연간 1020건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 220건, 2025년에는 8월까지만 포함해도 33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방대학생들이 주요 타깃이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고수익 일자리', '해외 IT 업무 월 1,000만 원' 같은 구인 글에 속아 현지로 유인된 후, 여권을 빼앗기고 외부와 격리된 건물에 감금되어 하루 12시간이 넘는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암호화폐 투자 사기 등의 범죄를 강요받았다.
이러한 범죄가 급증한 배경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그에 따른 대규모 중국 자본 및 인력의 진출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되어 조성된 캄보디아, 미얀마 등의 특별경제구역이 역설적으로 중국계 범죄 조직의 안전한 거점이 되었고, 현지 당국이 중국 자본에 깊이 의존하게 되면서 범죄 조직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유착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024년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의 최측근인 리용팟 상원의원을 제재했는데, 그가 운영한 작업장에서 강제 노동과 각종 고문, 성 착취 등 인신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범죄가 단순한 사기나 감금, 강제 노동을 넘어 '장기 적출' 단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제 인신매매단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거래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대만 언론 등을 통해 폭로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0월에 들어서야 시아누크빌주에 대한 여행경보를 출국권고로,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이미 수백 명의 한국 청년들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13~2023년 취업자 수가 늘어난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도권 신도시였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야만 생존이 가능한 구조에 놓였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비수도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차단돼 있다"면서 "정보 접근성이 낮은 지방 청년일수록 위험한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했으나, 보수진영은 그의 과거 행보와 정치적 기반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관계는 현재 관세협상을 둘러싸고 긴장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은 0%에서 25%로 상향된 관세를 지급하면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추진 중인데, 투자선정권이 미국에 있고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이번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어느 정도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것이 전략적 투자이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조건의 형평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Trading Economic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30원대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4월 8일에는 1,487원까지 상승했다가 6월 말 1,350원대로 하락했으나,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환전 앱에 따르면 미국 LA 등 주요 공항에서 원화는 1,750원대에서 환전되는 경우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환율 불안정은 수입물가 상승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2025년 4월 7.3%에서 8월 4.9%로 다소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청년층의 고용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고용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규제 강화, 노동개혁 지연,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5년 8월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선업 협력 등 대규모 투자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에 대해 거래 및 협력 금지라는 제재 조치를 2025년 10월 14일 단행했다. 한국일보가 2025년 10월 보도한 서울 전체와 경기 12곳에 대한 강화된 부동산 규제는 현금 없이는 주택 매수 기회조차 제한되는 정책으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생과 경제보다는 과거 청산과 정치적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란특검의 운영, 전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면 논의 등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미래보다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정부는 과거 청산과 민생 경제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젠지세대는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의 혁명적 사례들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제도 내 개혁과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20년 선거권, 2022년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하향되었지만,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2030 세대 의원은 11명으로 전체의 3.6%에 불과해 프랑스(27.4%), 영국(21.7%), 스웨덴(29.5%)에 비해 현저히 낮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젠지세대의 정치 성향이다. 2022년 대선에서 18~29세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지방선거에서는 65%를 넘었다. 2024년 총선에서 20대는 전 세대 중 가장 강한 스윙 현상을 보이며 기존 양당 구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지만, 보수진영은 이를 젊은 세대의 진정한 지지가 아니라 기존 보수 정치권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분석한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젠지세대가 민주주의와 공정성을 중시하며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국 젠지세대가 과거 운동권 세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생활형 반응'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개인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몸에 배어 있으며,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분산적 네트워크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반중·반권위주의 정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 성장한 이들은 중국식 권위주의와 국가주도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다. 캄보디아 인신매매 사건에서 드러난 중국계 범죄조직의 개입은 이러한 반중 정서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친중 성향으로 비치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엄격한 비판과 경계심을 드러낸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Z세대 트렌드 2025' 보고서가 분석한 바와 같이, '우하향의 시대'에 태어나 호황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세대는 '포지티브 모멘텀'이라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발전시켰다. 불안을 긍정의 언어로 전환하고 개인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태도는 단순한 세대 특성을 넘어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러나 급진성과 즉각적 반응력은 정보 왜곡이나 집단 극단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네팔의 디스코드 투표에서 허위 정보가 확산되었고, 마다가스카르 시위에서는 정부 건물 방화가 발생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전 세계 젠지세대는 권위주의와 부패에 맞선 변혁의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는 단기간에 정권을 무너뜨렸고,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강력한 통제 속에서 저항의 불씨가 살아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19일 만에 독재를 무너뜨렸고, 1989년 발트의 길이 소련 붕괴의 서막을 열었듯, 역사는 체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비교적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젠지세대의 불만과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가 민생과 경제보다 정치적 셈법에 매몰되어 권력안보를 위한 숙청과 독재에 치중하며 캄보디아 청년 인신매매를 방치하고, 지방 청년 일자리를 외면하며, 주택 구매 기회를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누적된 불만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폭발할 수 있다.
정치권은 젠지세대를 미성숙한 집단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감각, 민주주의에 대한 높은 기대를 한국 정치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조급함과 극단화 경향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대 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와 중국의 청년들이 강력한 탄압 속에서도 저항을 계속하는 것처럼, 한국의 젠지세대 역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열린 소통과 진정성 있는 변화의 의지로 그들의 에너지를 건설적 방향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젠지세대가 만들어갈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예측 불가능한 도전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주요 참고자료
Wikipedia (2025), "2025 Nepalese Gen Z protests"
이코리아 (2025.09), "네팔 'Gen Z 혁명'에 디지털 민주주의 탄생"
한국일보 (2025.10), "마다가스카르 Z세대 반정부 시위 확산, 라조엘리나 대통령 군 쿠데타 속 피신"
경향신문 (2025.10), "Z세대의 반정부 시위가 '군정 수립'으로···'도피'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실각"
나무위키 (2025), "Z세대", "2025년 캄보디아 한국인 집단 납치 사태"
김진용 (2024), "중국 백지 시위와 코로나 정책 변화: 청년층의 시위 참여와 온라인 파급력", 아시아연구 27(4)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2025), "Z세대 트렌드 2025"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2025), "청년정치인은 정말 필요할까?"
위키백과 (2025), "캄보디아 한국인 등 외국인 납치 감금 사건"
서울신문 (2025.10), "캄보디아 비극 뒤엔, 취업난 지방 청년의 눈물"
국제앰네스티 (2024),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보고서"
대한민국 통계청 (2025), "경제활동인구조사"
Trading Economics (2025), "대한민국 환율 및 청년 실업률"
위키백과 (2025),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