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천, 환희 속의 경고음 - 정책 거품과 구조적 딜레마
2025년 11월 3일,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4,22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5개월여 전인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2,600선에 머물렀던 지수가 58% 급등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건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0월 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은 시장에 불을 지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한 달 동안에만 16조 2,9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약 14 수준으로, 미국 S&P 500의 23~25, 일본 니케이 225의 1819에 비해 현저히 낮다(출처: FnGuide, Bloomberg). 이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준으로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승은 정당한 가치 재평가인가, 아니면 정책적 유동성에 의한 일시적 거품인가.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코스피가 5000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5.4% 하락해 1,439원까지 추락했다. 환율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웃지만 국민은 우는 역설, 주식은 오르지만 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모순. 이 모든 것이 지금 한국 금융시장이 직면한 현실이다.
2025년 코스피 급등에는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표면적으로는 긍정적 신호가 넘쳐나지만, 각각의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면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세워진 구조임이 드러난다.
첫째, PER 저평가 해소는 일견 긍정적이나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국한된 현상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2025년 연초 대비 145% 상승했지만, 코스피 전체 상장기업의 70% 이상은 이러한 상승세에서 소외되었다. 건강한 시장 상승이 아니라 소수 종목에 의한 지수 왜곡이다.
둘째, 주택 규제 강화로 부동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은 피상적이다. 광의통화(M2)는 2025년 6월 4,307조 원에서 10월 4,400조 원으로 약 93조 원 증가했다(출처: 한국은행). 이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풀어 증시를 부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이 1980년대 후반 자산 버블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셋째, 환율 상승이 외국인 투자를 유도했다는 주장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외국인은 환율이 높을 때 한국 자산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정작 한국 국민의 실질 자산가치는 환율만큼 하락한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1,360원대에서 1,439원으로 약 5.8% 상승한 것은, 한국인이 보유한 모든 원화 자산이 달러 기준으로 5.8% 가치를 잃었다는 뜻이다.
넷째,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양날의 검이다. 자동차 관세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그 대가로 논의되고 있는 2,000억~9,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한국 GDP와(1.87조 달러)와 외환보유액(4,220억 달러)에 비하여 천문학적 금액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규모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내 기업 투자가 15~20%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은 미국에서 돈을 벌지만 그 수익은 달러로 현지에 재투자되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섯째,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은 단기적 효과는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주 가치를 높이지만, 이는 기업의 실질적 성장과는 무관한 재무적 조작에 가깝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는 오를 수 있지만,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 실물경제 개선 없이 유동성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중독성 있는 정책 부양이다.
코스피 4,000 달성은 환희의 순간이지만, 냉정한 분석가라면 반드시 하락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 시장에는 최소 여섯 가지 구조적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경제성장 둔화는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다. 한국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는 AI 수요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 상반기 반도체 가격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북한은 2025년에만 20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무기 소형화 및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미중 갈등도 심화일로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단계적으로 145%까지 인상되었고, 중국은 125%의 보복 관세로 맞섰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에 직격탄이다.
셋째, 글로벌 금리 변동은 한국 증시의 최대 변수다. 미국 연준이 2025년 하반기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10월 외국인이 16조 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는 환율이 높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라는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반대로 흐를 수 있다.
넷째, 미중 무역 전쟁은 2025년 들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1위 대상국으로,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의 20.8%를 차지한다.
다섯째, 정책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증시 부양과 규제 강화 정책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EU상공회의소는 일부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여섯째, 밸류에이션 거품은 가장 직접적인 위험이다. AI와 반도체 관련주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일부 종목의 PER은 50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조정 시 10~15%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이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말 21조 6,000억 원이었던 한국 10대 그룹의 미국 생산법인 자산은 2024년 말 약 150조 원대로 600% 이상 급증했다(출처: 한국수출입은행). 같은 기간 중국 내 자산 증가율은 27.1%에 그쳤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빅 4가 미국 투자의 95.4%를 차지한다. 이는 한국 대기업의 생산 기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투자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 현지법인의 전체 매입 중 61.4%는 한국으로부터 조달한다. 표면적으로는 윈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기업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달러로 현지에 재투자되어 한국으로 환류되지 않는다. 일자리는 미국에서 창출되고, 법인세는 미국 정부에 납부된다. 한국 국민은 해당 기업의 주주로서 주가 상승 혜택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조차 원화 약세로 상쇄된다. 환율이 1,439원이면 주가가 10% 올라도 달러 기준 실질 수익은 4~5%에 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유층과 기업의 엑소더스다. 2025년 헨리 앤 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백만장자의 해외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상속세와 불안정한 국내 정치·경제 환경을 피해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으로 이주한다. 자본과 인재가 빠져나가면 경제는 공동화된다. 세수는 줄어들고, 혁신 동력은 사라진다.
코스피 급등의 그림자에는 또 다른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한국 국채를 전략적으로 대량 매입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한국 국채는 약 138조 원에 이르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중국(홍콩 포함)의 투자로 추정된다. 이는 유럽(109조 원), 미주(27조 원), 중동(14조 원) 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매수 속도다. 2021년 말 대비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국채 보유액 증가분(38조 원)은 미주 지역 증가분(7조 원)의 5배가 넘는다. 중국이 한국 국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1%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 국채는 대량 매각했다. 2021년 1조 700억 달러에서 2025년 초 7,600억 달러대로 약 30% 줄였다.
중국의 한국 주식 매수 현황도 2025년 들어 크게 늘어났다. 2025년 7월 말 기준, 중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잔액은 약 35조 1,000억 원으로 2년 6개월 만에 66.4% 증가했다. 이는 2022년 말 21조 1,000억 원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 잔액 중 중국인의 비중도 같은 기간 3.7%에서 4.1%로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면 언제든 이를 무기화할 수 있다. 한미 관계가 강화되거나 한국이 중국에 불리한 정책을 취하면, 중국은 국채를 대량 매도해 한국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과거 일본과 호주에 이런 전술을 사용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채는 국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산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이를 집중 보유하면 외교적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 안정성과 통화정책 자율성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코스피 4천 돌파는 분명 의미 있는 사건이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기준으로 저평가되어 있었고, 이를 일부 해소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견고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가.
현재의 주가 상승은 세 가지 취약한 기둥 위에 서 있다. 첫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다. 정부는 광의통화를 급격히 늘리고 부동산 자금을 주식으로 유도했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둘째, 정책 의존적 상승이다. 상법 개정, 배당 확대 등은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실물경제 개선과는 무관하다. 셋째, 대미 투자 약속이라는 폭발적 잠재 위험이다. 2,000억~9,500억 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 경제는 공동화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 리스크다. 경제성장률 1.8%, 미중 무역 전쟁 격화, 북한 위협, 환율 급등, 기업 해외 이전, 중국의 금융 공세.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코스피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10~15%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정부는 인위적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고 실물경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GDP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둘째, 대미 투자 규모를 현실적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3,500억 달러는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셋째,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금융 협력으로 상호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넷째, 해외 수익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부유층과 기업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상속세 개편과 합리적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여섯째, 중국의 한국 국채 보유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도한 집중을 견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한미동맹이다. 애매한 중간자 역할이 아니라, 미중 패권 전쟁에서 한국은 국익과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외교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그것이 70년 동맹의 가치이며,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다.
코스피 5천은 꿈이 될 수도, 신기루가 될 수도 있다. 환상에 취해 거품을 키우다가는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혜다. 단기적 환호가 아니라 장기적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의식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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