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홍콩의 엑소더스를 따라가는가
2020년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함께 홍콩 정부는 18만 공무원 전원에게 충성서약을 의무화했다.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하면 해고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8월까지 129명의 정규직 공무원과 149명의 비전임 공무원, 380명의 비정규직 공무원이 충성서약을 거부해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는 법적 다툼을 진행했으나, 대부분은 공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5월, 지난 1년간 공직을 떠난 홍콩 공무원은 1,800여 명으로 14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홍콩 공무원국 국장 공더취엔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공무원 동료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들이고 서명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부를 떠나는 것이 맞다. 정부와 생각이 같지 않다면 이 정부는 떠나는 것이 문제의 공무원들에게 꼭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충성서약 제도는 곧 구의회 의원들에게까지 확대되었고, 최소 29명의 구의회 의원이 서약을 거부하며 사퇴했다. 이것이 홍콩 엑소더스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5년 11월 11일, 대한민국 국무회의장에서 우려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를 정부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화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조사해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충성서약과 대한민국의 헌법존중 TF, 명칭과 법적 근거는 다르지만 공직자를 정치적 기준으로 선별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우려를 낳고 있다.
충성서약을 통한 공직자 선별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는 우고 차베스의 뒤를 이어 2013년 집권한 이후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2015년 총선 결과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대법원을 동원해 야당 의원 3명을 등원정지시켰다.
그리고 공무원, 군인, 사법부를 차비스타(차베스 추종자)로 채워나갔다. 2019년에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선언했지만, 마두로는 경찰을 동원해 과이도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 야당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들어가려 하자 곤봉을 휘둘렀다. 2024년에는 야권 유력 주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15년간 공직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세계 자유 지수는 2014년 39점(부분 자유)에서 2023년 15점(부자유)으로 추락했다. 프리덤하우스가 분류하는 7등급 척도에서 최하위 등급이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진 자원부국이 10년 만에 빈곤율 73%, 유아사망률 30% 증가, 산모사망률 65% 증가라는 참담한 상황에 빠졌다.
권위주의와 경제 실패가 결합된 사례다. 마두로 정권의 선거 조작과 인권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2025년 노벨평화상은 독재에 항거해 온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도 포퓰리즘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뒤 사법부를 장악하고, 사법부에 포진한 친정부 인사들이 판결로 집권 세력의 독재를 합법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헌법이 금지하고 있던 대통령 연임 금지 조항을 사법부가 묵인하면서 장기 독재의 길이 열렸다. 터키의 에르도안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을 빌미로 10만 명 이상의 공무원, 교사, 판사, 군인을 숙청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대통령 직속 기관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이 가운데 군(합동참모본부)과 검찰·경찰,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해경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점검 대상이다.
이들 기관은 이달 21일까지 내부에 자체 조사 TF를 구성하고, 다음 달 12일까지 기관별 조사 대상 행위를 확정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는 모두 열람할 수 있다.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되, 의혹이 있는데도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도 고려한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기관별 조사 TF는 법조 경력자 등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거나 자체 감사 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설 명절 전에 후속 조치, 즉 인사 조치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총리는 "내란 혐의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하다"며 "내란 가담자 일부가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까지 벌어져 공직 사회 내부 반목과 국정 동력 저하를 초래했다"라고 TF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검이 형사처벌을 진행 중이지만, 내란 관여 정도에 따라 행정 책임·문책·인사 조치 등 별도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내란 참여 또는 협조"의 기준이 무엇인가다.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과 군인 모두가 조사 대상인가? 계엄령이 위헌·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명령을 따른 공무원을 소급해서 처벌할 수 있는가?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내란 협조자"를 판단해 인사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사법부의 판단도 나오기 전에 행정부가 먼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비판자들은 홍콩의 공더취엔 국장이 "정부와 생각이 같지 않다면 떠나라"라고 한 것처럼, 이재명 정부도 "정권에 충성하지 않으면 떠나라"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규모 군 인사의 칼날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김승겸 전 국방부 차관 등 군 고위 간부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승범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현직 군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도 청구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라고 공개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현역 대장 7명 전원을 교체했다. 이어 11월에는 중장 30여 명 중 최소 20명 이상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합참의장 진영승은 지난 9월 부임한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소속 장성 약 40명을 전원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군 고위 관계자는 "직권남용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합참의장이 '내가 전부 책임지겠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군 내 사조직)를 척결한 이후 최대 규모의 숙군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2·3 계엄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대령급 이상 장교 수백 명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고, 국방부 감사관실이 A4 용지 5쪽 분량의 질문지로 이들을 조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승진 후라도 취소하면 된다"라고 했고, 안 장관은 "관련자 진급은 결단코 없다"라고 밝혔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준장)은 "합참 장성 30명을 통째로 갈아치우는 순간, 전투 준비 태세는 최소 6개월 이상 공백과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에 대한 압박도 거세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검토한다고 발표하자, 전국 검사장 15명과 고검 차장검사 3명이 공개서한을 통해 반발했다. 이들은 "검찰의 독립성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입장을 밝힌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들을 "내란 협조자"로 낙인찍을 가능성이 높다. 헌법존중 TF의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이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을 집중점검 대상 12개 기관 중 하나로 명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조태용 전 주미대사 등 보수 진영 핵심 인사들이 모두 "내란 프레임"에 갇혔다. 황교안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재벌 해체'보다 국민이 원하는 건 '민주당 해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가, 곧바로 내란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 처했다. 추경호는 12·3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조태용 전 주미대사의 경우는 더욱 구체적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2025년 11월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제보 내용을 폭로했는데, 12·3 비상계엄 이틀 후인 12월 5일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 명의로 조태용 주미 대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미국 백악관에 설명하라"는 공문이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했다. 계엄이 위헌·위법으로 판명된 상황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려 했다는 것은 내란 행위에 대한 외교적 정당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외교부는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영배 의원의 폭로 이후, 외교부 안팎에서는 "주미 대사관은 물론 외교부 북미 라인까지 전부 인사 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재외공관장 173개 중 최대 40%(약 70개)를 특임 공관장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42개 공관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절반 가까이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이나 대선 공신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25% 특임 공관장 인선으로 문제가 많았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감사원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1급 5명은 의원면직 또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전원 퇴직당했다. 민주당이 지목한 '문제 감사'를 대부분 수행한 특별조사국은 국·과장 전원이 교체됐다. 최재해 감사원장의 임기가 11월 11일 만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게 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적폐청산보다 잔인한 내란청산이 시작됐다"며 "헌법을 들먹이지만, 실상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공직자를 솎아내고 숙청하기 위한 완장질 TF"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자를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정치보복의 반복"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청산', 지금은 '내란청산',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본질은 똑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소식통은 "여권에서 '싹 물갈이 하라'는 요구가 큰 것으로 안다"며 정치권의 요구가 대대적 인사를 촉발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통상·안보 격랑의 시기에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를 비전문가로 채우는 건 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이렇게 썼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 오늘 나는 백악관에서 새 한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트럼프의 이 발언은 조은석 특검팀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직후 나왔다. 이는 트럼프 특유의 과장된 수사적 표현일 수 있지만, 미국 정가와 보수 진영이 대한민국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고든 창은 워싱턴 더힐 기고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 한국 대통령"이라고 규정하고, "한미관계의 근간인 군사동맹을 훼손하고, 중국·북한과의 관계를 적극 구축하며, 특검이 오산 공군기지를 급습하고 종교 시설과 야당 당사를 탄압한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극우 인사 로라 루머는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라고 주장했고, 모스 탄 전 미 국제형사사법대사는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면회를 시도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암살 위협을 공유한 경험을 강조하고, 트럼프로부터 방미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 직전 "숙청이나 혁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미국 정가와 보수 진영이 대한민국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재명이 "한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자평하지만, 트럼프는 사법부를 장악하거나 공무원을 대규모로 숙청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행정부 인사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특검이라는 사법적 절차와 TF라는 행정적 절차를 동시에 가동해 공직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와는 차원이 다른, 전형적인 권위주의 정권의 행태다.
홍콩 엑소더스는 충성서약에서 시작됐지만,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정부의 강압적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홍콩을 떠나는 이들이 폭증했다. 2020년 한 해에만 9만 명이 홍콩을 떠났고, 2021년에는 11만 명이 떠났다.
2019년 이후 총 22만 명 이상이 홍콩을 떠난 것으로 집계된다. 그들은 영국, 캐나다, 호주, 대만으로 향했다. 정치적 억압, 생계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의 상실이 이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충성서약은 그 상징적 계기였다.
2025년 11월 현재,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내년 2월까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인사 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장 7명 전원, 중장 30여 명 중 최소 20명, 합참 소속 장성 40명 전원, 대령급 이상 장교 수백 명이 조사 대상이거나 교체됐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장 173개 중 최대 70개를 특임 공관장으로 채우려 하고, 감사원은 1급 5명 전원을 퇴직시켰으며, 특별조사국 국·과장을 전원 교체했다. 검찰은 18명의 검사장과 고검 차장이 항명 서한을 냈고, 이들도 곧 숙청 대상이 될 것이다.
그 뒤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척결했을 때, 그것은 군의 사조직을 해체하고 문민통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숙청은 어떤가? 12·3 비상계엄이라는 위헌·위법 행위와 연루된 자들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모든 공직자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만들었듯이, 이번에는 "헌법존중"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사회를 정권 친위대로 만들 것인가?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권력이 권력을 견제할 때 자유가 보장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입법부(압도적 다수 의석), 행정부(대통령), 사법부(검찰 폐지, 대법원장 압박, 4 심제 추진)를 모두 장악하려 하고 있다.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은 이미 폐지됐다. 헌법 제84조 덕분에 대통령 재판은 임기 중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합법적 절차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무섭다.
더 심각한 것은 안보 공백이다. 합참 장성 40명을 전원 교체하면 전투 준비 태세는 최소 6개월 이상 공백과 혼란에 빠진다.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하는 상황에서, 군의 지휘부를 통째로 갈아치우는 것은 국가안보를 정권 안보보다 낮게 보는 처사다. 주은식 예비역 준장의 경고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베네수엘라도 처음에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차베스 정권이었다. 국민들은 그를 지지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대법원을 장악하고,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군부와 공무원을 차비스타로 채웠다. 그의 후계자 마두로는 2019년 국회 건물에 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2024년에는 선거를 조작했고, 2025년에는 82.6%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제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나라 중 하나다.
1933년 독일에서 나치당은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히틀러는 국회의사당 화재 사건을 빌미로 긴급명령을 발동하고, 공산당을 탄압했다. 그리고 "민족과 제국의 위기 해소를 위한 법률"(수권법)을 통과시켜 의회의 입법권을 박탈했다. 1934년에는 돌격대 숙청을 단행해 반대파를 제거했다. 1935년에는 뉘른베르크 법으로 유대인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모든 것이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1930년대 독일 국민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다. 히틀러는 아우토반을 건설하고 실업률을 낮추며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파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1945년 독일은 폐허가 됐다.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고, 5,000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25년, 우리는 다시 기로에 섰다. 홍콩의 충성서약, 베네수엘라의 차비스타 대규모 인사, 독일의 나치 당원 선별이 보여준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공직자 선별 기준이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적 충성도로 바뀔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 이재명 정부의 헌법존중 TF가 법치와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며 진행될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의미하지만,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법치와 권력분립,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한다. 특정 정권에 충성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충성하는 공무원이 민주공화국의 기반이다.
이재명 정부는 "헌법존중"을 내세우지만, 비판자들은 헌법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홍콩이 5년 만에 자유를 크게 제약당했듯이, 베네수엘라가 10년 만에 독재 국가로 변모했듯이, 대한민국도 유사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역사는 반복된다. 특히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트럼프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된 수사일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충성도가 공직자 선발의 기준이 되는 국가로 변할 것인가. 그 기로에 서 있다. 홍콩의 1,800명 공무원들이 충성서약을 거부하고 떠나거나 해고당했듯이, 대한민국의 공무원들도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공직자에 대한 정치적 선별이 시작되면 그 범위는 확대되기 마련이다. 공무원 다음에는 군인이, 군인 다음에는 판사가, 판사 다음에는 언론인이, 언론인 다음에는 교수가, 교수 다음에는 일반 시민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경계해야 한다. 헌법존중 TF가 법치주의 원칙을 준수하며 운영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것인지를 냉철하게 감시해야 한다. 내란 관련자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치적 반대자 제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홍콩과 유사한 우려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