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시
구한말의 벼랑 끝에 섰는가

구한말의 고립이 재현된다.'가치 동맹'에서 이탈한 대가는 참혹했다

by 박대석

[표지: gemini3.0으로 생성한 이미지]


미·일·중의 신(新) 삼국지, 한국은 다시 구한말의 벼랑 끝에 섰는가


▌ 화약고가 된 동북아,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의 경고


2025년 11월, 동북아시아의 시계바늘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고 미군이 개입할 경우, 이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직결된다"며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 무력 사용'을 이토록 명확히 천명한 것은 전후(戰後)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날 선 협박이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SNS를 통해 "제멋대로 개입하는 세력은 단호히 베어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중국은 즉각 서해 실탄 사격 훈련과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북아가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대만해협을 놓고 '강 대 강'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역사는 냉혹하게 증언한다. 동북아의 패권이 교체되고 중국이 수세에 몰릴 때, 그리고 일본이 해양 세력(미·영)의 지원을 업고 팽창할 때, 한반도는 언제나 비극의 중심에 있었다.


▌1895년 시모노세키와 1905년 가쓰라-태프트의 교훈


역사의 데자뷔는 소름 끼치도록 정확하다. 1895년 청일전쟁 승리 후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 제1조에 "조선이 완전무결한 자주독립국임을 확인한다"라고 명시했다. 이것은 조선을 위한 조항이 아니었다. 청나라의 종주권을 박탈하고, 조선을 국제적 고립 상태로 만들어 일본이 독식하기 위한 정교한 외교적 덫이었다.


더 뼈아픈 역사는 1905년이다. 미국은 필리핀 지배를 인정받는 대가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용인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아시아의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다. 지금의 구도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봉쇄(Containment)라는 대전략을 위해 일본을 '아시아 안보의 앵커'로 삼고 F-35와 토마호크 미사일 400기를 쥐여주며 재무장시키고 있다.


일본이 강력한 해양 요새가 되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제1도련선'의 수문장이 된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중국의 우군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의 신뢰를 업고 '잃어버린 30년'을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한·미·일 연대의 '약한 고리'가 된 한국


주변국들이 생존을 위해 질주할 때,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는 최근 예정되었던 한·일 해상 공동 수색·구조훈련을 돌연 보류했다. 2018년 초계기 갈등 이후 어렵게 복원되려던 안보 협력의 상징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 전략과 'AUKUS Pillar 2' 확장 논의에서 한국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팩트시트에 '대만 해협의 평화'를 명시하며 동맹의 역할을 요구하는 미국에, 현 정부는 침묵과 회피로 일관한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아닌, 중국 눈치를 보는 '모호한 국가'로 전락했다.


▌'민감국가(SCL)' 지정의 충격과 핵잠수함의 허상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SCL)'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산 장비를 수입할 때마다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 동맹의 파기이자, 경제적 생명줄이 저당 잡힌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대만 문제에 왜 개입하느냐, 셰셰(고맙다)만 하면 된다"던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이 낳은 참사다.


정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며 '핵잠수함 절차 지지'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팩트시트를 들여다보자. 거기엔 핵심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핵연료 공급 약속'도 없다. 50년간 치밀하게 신뢰를 쌓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얻어낸 일본과 달리, 우리는 동맹의 의구심을 사는 와중에 섣부른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제 외교가에서 신뢰 없는 요구는 도발로 간주된다. 그 결과는 빈 껍데기뿐인 '립서비스'와,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청구서였다.


▌3,500억 달러의 청구서와 경제 주권의 위기


외교의 실패는 곧바로 경제의 보복으로 돌아왔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은 15% 관세 부과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3,500억 달러(약 480조 원)라는 천문학적 대미 투자를 '선불'로 요구받았다. 대통령 스스로 "통화 스와프 없는 투자는 1997년 위기와 같다"라고 시인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환율은 1,430원을 넘어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외교적 고립이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외국인 자본 이탈을 가속화하는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결단해야 한다, 구한말의 비극을 막을 마지막 기회


구한말 고종과 조정 대신들이 우왕좌왕하며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나라를 잃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속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가치를 공유하는 강한 동맹 편에 서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중국이라는 가라앉는 배에 발을 걸치고, 미국·일본이라는 해양 세력과의 연대를 거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명약관화하다.


이제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리더십으로의 교체만이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아마추어적인 감성 외교로 국익을 난도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 한 번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끝난다고 했지만, 지금 우리가 맞이할 두 번째 반복은 희극이 아닌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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