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명분으로 시작된 미국의 정권 교체 시그널
2025년 11월 18일, 한국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전남 신안의 한 장애인 단체 사무실을 찾았다. 수십 년간 노동 착취를 당한 60대 지적장애인 피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미 대사관은 2014년 염전노예 사건 때 이미 파악했던 피해자가 왜 당시 구조되지 못했는지, 신안군이 2023년 염전주를 수사 의뢰했음에도 왜 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주한미군 범죄수사대(CID)도 일부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단순한 인도적 우려가 아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미 2025년 4월 신안 태평염전 천일염에 대해 강제노동을 이유로 인도보류명령(WRO)을 발동했다. 이는 미국이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TIP Report)와 직접 연동되며, 실제 수입통제와 통상제재로 이어지는 사안이다. 2022년 미국은 한국을 인신매매 방지 2등급으로 강등했고, 신안 염전 문제가 핵심 근거였다. 2024년 1등급을 회복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다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강제노동 문제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라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할 보편적 인권 기준이다. 미국이 동맹국이라도 국제법과 자국법에 따라 이를 점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 미국은 이러한 인권 문제를 단순한 규범 준수 차원을 넘어 특정 국가의 정치 체제를 압박하고 변화시키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
나이지리아, 필리핀, 베네수엘라, 미얀마가 모두 동일한 패턴을 거쳤다.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제재 압박을 가하고, 결국 체제 변화를 유도한다. 강제노동은 국제적 지지를 얻기 가장 쉬운 명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동맹국 내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지만, '인권'과 '강제노동'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울 때는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개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1월 19일 워싱턴 케네디 센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우리는 이란의 핵 능력이라는 먹구름을 당신들의 나라에서 걷어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핵 위협을 중동 안정의 핵심 위험 요소로 규정하며 자신의 임기 동안 이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미국이 동맹국 내부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전략적 선언이었다.
그런데 이 '먹구름(Dark Cloud)' 비유는 중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11월 초 한국 APEC 회담 방문 시 이재명과의 공개 만남에서 "너희 나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 먹구름을 걷어내는 데 미국이 함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에게 "너희 나라에 먹구름이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단순한 우려 표명을 넘어 직접 개입 의사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말한 한국의 먹구름이 무엇인지는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는 매우 특이하게도 "미국-한국"(US-ROK)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만남에 대한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on President Donald J. Trump's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 Myung)"라는 제목을 달았다.
국가 간 중대한 정책 합의, 특히 관세, 투자,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정을 발표할 때 개인 이름을 제목에 명시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매우 드문 일이다. 통상적으로는 국가명만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합의의 책임 주체와 이행 당사자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되는 '국가'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표기가 반드시 정권 불안정이나 합의 파기 가능성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상 간 긴밀한 협상 결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리비아 카다피, 베네수엘라 마두로 등 신뢰도가 낮거나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와 합의할 때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의미를 내포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합의 불이행 시 책임을 국가가 아닌 특정 지도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 둘째, 정권 교체 시 합의 재협상의 여지를 남긴다. 셋째, 국가 전체를 적대시하지 않고 특정 지도자만을 정밀 타격(Surgical Strike)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다. 이는 미국이 한국이라는 동맹국은 유지하되, 현 정권에 대해서는 신뢰를 완전히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철강 관세, 조선업 구조, 반도체 공급망, 원전, 금융 규제, 노동·환경 기준, 그리고 강제노동 배제 체계가 포함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은 조항이다.
"미국과 한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의 강력한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한국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수입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commit to work together to ensure strong protection of internationally-recognized labor rights.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will work together to combat all forms of forced labor globally, including by combatting the importation of goods made with forced labor)."
이 조항은 처음에는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 조항의 적용 범위는 "전 세계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all forms of forced labor globally)"이다. 즉, 중국뿐만 아니라 합의 당사국인 한국 내부의 강제노동 문제도 당연히 포함된다.
여기서 핵심은 한국 정부가 이 조항에 스스로 서명했다는 점이다. 미국 관세법 제307조(Tariff Act Section 307)와 행정명령 13126호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CBP는 이를 집행할 권한을 갖는다. 이제 한미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공동 대응에 공식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내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될 경우, 한국 정부에 즉각적인 조사와 시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한국 내 강제노동 문제를 조사하고 관련 시설을 점검하며 피해자를 면담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확보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하는 순간, 미국은 "귀국 정부가 우리와 강제노동 근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반박할 수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의 신안 염전 조사는 바로 이 합의에 기반한 정당한 이행 점검인 것이다.
신안 염전 사건은 이제 단순한 지역 인권 문제가 아니라, 한미 통상 협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 되었다. 미국이 신안산 천일염 수입을 금지한 것처럼, 향후 한국의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될 경우 동일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제 미국의 감시 아래 놓였으며, 인권 개선 여부가 통상 관계를 좌우하는 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카시 파텔 FBI 국장의 한국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러시아게이트 조작을 파헤친 핵심 인물이자 CIA와 FBI 내부 부패를 조사해 온 전문가다. 국방부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정보기관의 정치적 남용을 직접 적발한 조사관이다.
2025년 6월, 파텔 국장은 상원 법사위원장 척 그래슬리 의원의 요청에 따라 2020년 미국 대선과 관련된 중국의 개입 의혹 문서를 기밀 해제하여 공개했다. FBI 보고서에는 중국이 위조 운전면허증을 제작해 미국으로 반입하고, 틱톡을 통해 수집한 미국인 개인정보로 실제 신분증 번호와 주소가 포함된 위조증을 만들어 우편투표를 조작하려 했다는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는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과 사이버 조작에 대한 그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파텔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직후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했다. FBI 공식 문서에는 한국에서 "사이버 행위자 격퇴 및 스캠센터 확산 차단(defeating cyberactors and combating the proliferation of scam centers)"을 논의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공식적으로는 국가 간 사이버 범죄 협력 강화를 위한 방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보이스피싱과 같은 국제 사기 범죄 대응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FBI 용어체계에서 "사이버 행위자(cyberactors)"의 범위는 단순 범죄를 넘어 서버 해킹, 데이터 변조, 정보기관의 사이버 공작, 온라인 정보 작전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최근 킴수키를 비롯한 중·북발 사이버 해킹, 국정원 건물 화재, SK텔레콤 대규모 정보 유출 등이 반복되어 왔다.
파텔 국장의 경력과 전문 분야, 그리고 방문 시기를 고려할 때, 이번 방문이 단순한 범죄 협력 논의를 넘어 한국의 사이버 안보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점검을 포함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추정이며, 실제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한국 주요 언론이 FBI 국장의 한국 방문 사실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방문 관련 내용은 일부 다루어졌지만, 한국 방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다뤄졌다. 일부 언론은 파텔 국장 개인에 대한 비판적 기사만 선택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 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제기한다. FBI 국장의 한국 방문이 크게 보도될 경우 "한국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미국이 조사하러 온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텔 국장이 다루는 분야가 사이버 안보, 정보 시스템, 범죄 협력 등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언론이 신중하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언론의 보도 선택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뉴스 가치 판단, 정보 접근성, 취재 역량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적 의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볼 때, 미국 FBI 국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고 경찰청 고위 관계자와 회담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보도 가치가 있는 중요한 외교 안보 이슈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5년 11월 14일 공개된 백악관 팩트시트는 한국이 더 이상 독립적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율적 동맹국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의 승인과 협의 체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통제 대상국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니라 한국의 외환·산업·에너지·안보·식량 전반을 미국 중심 구조로 재편하는 시스템적 종속화가 완성된 것이다.
▏외환정책, 미국 승인 체계에 편입
팩트시트는 "한국은 어떠한 역년에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미화 자금을 조달할 의무가 없다"라고 명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외환시장 보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을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경우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환율 방어, 국채 발행, 해외 차입, 외환시장 개입 등 주요 금융 조치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데 일정한 제약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288억 달러지만 현금성 자산은 8%에 불과하고, 여기에 3,500억 달러를 10년간 집행해야 한다. 외환정책의 자율성은 사실상 미국의 승인 체계 안으로 편입되었다.
▏조선·반도체·자동차, 핵심 산업의 미국 종속
조선 분야 1,500억 달러 투자는 "승인된 투자"로 규정됐다. 한화오션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50억 달러,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의 미국 조선소 협력은 한국의 조선 기술과 자본이 미국의 해양 패권 복원에 투입되는 구조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미국 승인과 연료 조달 협의가 필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한국에서 건조"를 전제로 했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필라델피아에서 건조"라고 밝혔다. 건조 위치조차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반도체는 "최혜국 대우"를 받지만, 구체적 관세율은 향후 미국과 대만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수출 통제(ITAR, EAR)와 공급망 표준화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전자 텍사스 370억 달러, SK하이닉스 인디애나 38.7억 달러 투자는 핵심 기술과 생산 거점의 미국 이전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한미 FTA 0%에서 15%로 전액 인상되었다.
일본·EU는 2.5%에서 15%로 12.5% 포인트 인상에 그쳤지만, 한국만 15% 포인트 전액 인상이다. 현대차 조지아 260억 달러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한국의 산업 기반, 즉 두뇌(반도체), 뼈대(철강), 얼굴(자동차)이 모두 미국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원자력과 에너지, 승인 없이는 불가능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123 협정)에 기반하여 한국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절차를 지지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미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라는 단서가 붙었다. 한국의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는 미국의 승인 절차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원자력 분야에서의 정책 자율성은 사실상 면허제로 전환되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연간 330만 톤의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구매하고, 센 트러스에너지·한국수력원자력·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하이오주 우라늄 농축 용량 확장을 지원한다. 에너지 공급망이 완전히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식량·농업, 미국 표준으로 재편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무역의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며, 농업생명공학 제품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 원예·축산물 전담 데스크'를 설립한다"라고 명시되었다. 미국산 소고기, 옥수수, 유전자변형(GMO) 작물, 유제품이 한국 내 유통 체계와 검역 절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적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식량 안보와 농업 정책의 자율성은 약화되었다.
▏안보와 방위비, 예산 구조로 고정
한국은 GDP 3.5%를 국방비로 유지하고, 2030년까지 미국 무기 250억 달러를 구매하며, 주한미군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체적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330억 달러가 거론되었다. 이는 주한미군 체제를 예산 구조 속에 장기간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2030년까지 미군 장비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은 예산 구조가 이미 고정되어 있는 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노동·환경·지재권, 중국 배제와 미국 표준 강제
"한국은 미국과 협력하여 국제노동기준(ILO)과 환경협약을 강화하고, 불공정 경쟁 및 강제노동 제품의 수입을 차단한다"는 조항은 표면적으로는 인권과 환경 보호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산 제품과 중국식 공급망을 한국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통상적 장치다. 한국은 미국의 특허 기준을 따르기로 하면서 '특허법 조약(PLT)' 가입을 추진한다. 한국의 기술·특허 보호 체계가 미국식 산업 표준에 일치되었다. 한국 기업은 미국식 규제·특허·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시스템적 종속화의 완성
이번 합의의 특징은 단기적 거래가 아니라 장기적 구조 설계다. 조약, 투자계약, 외환한도, 군사협정이 법적 구조로 고정되어 있어, 앞으로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조선, 원자력, 식량, 자동차, 반도체, 달러, 군사, 디지털, 지식재산권 등 여러 축을 통해 한국의 산업, 금융, 안보가 하나의 연계 구조로 묶였다. 한국은 여전히 주권국가이지만, 그 주권의 작동 범위가 미국과의 협의와 승인 체계 안에서만 원활하게 작동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점령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국의 시스템 전체를 미국 질서의 협력 구조로 재편했다. 사실상 동맹국에서 통제 대상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것이 백악관 팩트시트가 보여주는 트럼프식 동맹 관리의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 국방부(DoD) 내부 전략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를 2027년에서 2029년 사이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일본-필리핀 삼각 구도를 신속히 고정시켜야 한다. 이 삼각 축은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의 골격이며, 중국의 해상, 공중 확장을 억제하는 핵심 방어 라인이다.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 장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와 국방부 수뇌부에 한국의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동중국해 방어축, 필리핀은 남중국해 방어축을 담당하는 반면, 한국은 중국 동부 해·공군 활동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측,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 전략가들이 한국을 "대중 방어의 북동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현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재명 정부의 친중적 행보, 반중 시위에 대한 검열, 표현의 자유 제한, 기독교 지도자 탄압 등을 잇따라 보도하며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를 경고하고 있다. 2025년 6월 워싱턴 D.C. 에서 열린 국제 기자회견에서 모스 탄 전 북한인권특사는 "이번 한국 대선은 중국의 개입으로 조작되었다는 많은 증거를 발견했다"라고 발언했으며, 해당 증거를 미국 정보기관에 공식 제출했다.
한국 정치권에 중국의 영향력이 침투하거나, 국내 정보 체계에 보안 취약점이 존재할 경우, 전쟁 발발 시 미국은 치명적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 내부에서 단 1%의 정보 누수만 있어도 전시 작전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절대로 감수할 수 없는 중대한 리스크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한국에 안정적이고 친미적이며 신뢰 가능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필수조건이 된다. 한국의 정권이 흔들리면 단순히 한미 관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가 붕괴된다.
신안 염전 문제는 단순한 지역 인권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 내부 체제의 취약성을 국제사회 앞에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강력한 개입 명분이다. 미국은 이 사안을 활용해 한국 정부의 도덕성과 통치 능력을 문제 삼을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압박을 가할 논리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갑작스러운 대응이 아니라 트럼프가 한국을 방문하기 몇 달 전부터 설계된 전략적 포지션이다. 이란의 핵이라는 먹구름을 제거했다는 트럼프의 선언, 한국의 먹구름을 걷어내겠다는 그의 경고, "우방 강화, 적 change" 발언, 팩트시트의 강제노동 조항과 이례적 표기 방식, 파텔의 한국 방문, 그리고 신안 염전 현장 조사까지, 이 흐름은 모두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미국은 지금 한국을 새롭게 재정렬하려 하고 있다. 인권 문제로 명분을 축적하고, 경제적 족쇄로 정권의 힘을 빼놓았으며, 안보 협력으로 전략적 고삐를 조였다. 이것이 바로 한국을 향해 다가오는 먹구름 제거 작전의 실제 모습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의 개입 방식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맹국의 내정에 직접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신안 염전 인권침해 사건과 팩트시트에 공식 명문화된 강제노동 금지 조항은 미국이 이제 한국 문제 전반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그리고 한국 정부가 스스로 서명한 합의문이라는 두 개의 열쇠로 그 문을 연 것이다.
이제 미국은 단순한 외교적 권고를 넘어, 한국의 사법·행정·통치 시스템 전반을 '국제 인권 기준 이행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감시하고 평가하며 압박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신안 염전 조사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내정 불간섭' 원칙으로 회피했던 영역에 이제는 정면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변화는 한국인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이 판을 깔아놓고 압박을 가한다 해도, 그 위에서 실제로 움직여 체제를 바꿀 주체는 우리 국민이다.
지금 보수진영에 묻는다. 미국이 이재명 정권이라는 '먹구름'을 걷어내려 할 때, 그 자리를 대체할 '준비된 지도자'와 '세력'이 존재하는가? 미국의 고민은 '현재의 문제'보다 '미래의 대안 부재'에 있다. 레짐 체인지의 적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손을 내밀 때 잡을 수 있는 준비된 주체가 없다면, 한국은 2027년 대중국 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약한 고리로 남게 될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2027년은 불과 2년 앞이다. 보수 진영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신호에 환호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고 미국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신뢰 가능한 리더십을 발굴하여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다. 합당한 대체 지도자의 부재가 바로 미국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한국인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보일 때,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침묵하고 방관한다면, 미국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전에 한국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먹구름과 함께 휩쓸려갈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주요 참고자료
FBI 공식 보도자료 (2025.11.17)
FBI 중국의 2020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기밀 해제 문서 (2025.06.17)
백악관 팩트시트: Joint Fact Sheet on President Donald J. Trump's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 Myung (2025.11.13)
SBS 단독 보도: 미 대사관, '신안 염전노예' 진상 파악 (2025.11.18)
한국경제: 왜 이걸 미국이? 나라망신…美대사관, 신안 염전노예 조사 (2025.11.19)
미 CBP 신안 태평염전 수입보류명령 (2025.04)
한미 관세협상 관련 양국 정부 발표문
대미투자 관련 한미 양국 발표 비교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