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 원화가치 8% 급락이 말하는 것
2025년 11월 21일, 원달러 환율은 1,472원을 기록하며 1,500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5개월 전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1,362원이었던 환율이 110원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1,6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환율 변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이자, 비정상이 일상화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를 '이재명노멀'이라 부른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위기가 뉴노멀이 된 시대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취임한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원화 가치는 약 8.1% 급락했다. 한국은행과 외환시장 통계에 따르면 취임일 약 1,36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21일 1,472원을 기록했다. 이는 110원, 비율로는 8.1% 상승이다. 지난 52주 최고치는 1,488원이었고, 11월 13일에는 장중 1,481원까지 치솟으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화가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원화는 3.01% 약세를 기록했고, 지난 12개월 동안 5.26%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약 0.15% 절상에 그친 것에 비해 원화 하락폭은 압도적이다. 이는 환율 상승이 단순히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 고유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0.14로 기준치 100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는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의미다. 원화 가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신뢰도를 나타내는 점수판이다. 시장이 한국 경제와 정책에 매기는 성적표가 바로 환율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외 현장의 실제 환율이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공항의 환전소에서는 이미 원달러 환율이 1,800원대에 근접했다. 서울 외환시장의 1,470원대와 3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것이 해외에서 마주하는 원화의 실제 가치다.
서민들은 실생활에서 이를 뼈저리게 체감한다. 해외여행 경비, 수입 물가, 유학비용 등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수입 물가는 수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하며 2025년 7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9%, 10월에는 1.9% 상승했다.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약 0.4~0.5%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착오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관리하는 동안, 한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것이 바로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다. 한국의 광의통화 M2는 2025년 6월 4,307조 원에서 10월 약 4,400조 원으로 단 5개월 만에 93조 원, 2.1% 증가했다. 미국이 양적긴축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동안 한국만 홀로 돈을 풀어댄 것이다.
이 유동성은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동원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선전하는 '코스피 5,000 시대'를 떠받치기 위한 인위적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갔으나, 펀더멘탈 없는 유동성 장세는 이미 꺼져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 금리 역전의 고착화다. 건국 이후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았던 기간은 총 5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한국 금리는 줄곧 미국보다 낮았다. 2025년 11월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5%, 미국은 3.75~4.0%로 1.25~1.5% 포인트 차이가 난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금리가 같거나 오히려 낮으면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
이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트릴레마의 딜레마를 무시한 정책이다. 자본 자유화 국가에서 독자적 금리 인하와 환율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환율이 이렇게 무너지는데도 이창용 총재는 싱가포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완화적 통화 사이클 유지가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방향을 한쪽으로만 고정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어디 있는가. 지금의 환율 폭등은 이창용 총재가 만든 '이창용 환율 프랑켄슈타인'이다.
환율 급등에는 글로벌 요인도 작용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다. 첫째, 재정 적자 폭탄이다. 2025년 정부 예산은 728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해야 한다.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가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을 팔고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간다. 한국 국채 금리 상승은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내년에 돈을 더 많이 찍어낼 것이고 부족분을 국채로 메울 것이라는 시장의 선반영이다.
둘째, 탈 한국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2025년 1~9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은 998.5억 달러로, 같은 기간 외국인 국내증권 투자액 296.5억 달러의 3.4배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급증하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학개미들은 국내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한국을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2030년까지 37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38.7억 달러 규모의 AI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260억 달러를 투입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51.3억 달러로 집계됐다. 개인도 기업도 한국을 떠난다. 2025년 약 2,400명의 백만장자가 한국을 떠날 전망이다. 약 21조 원의 금융자산 유출이다.
셋째, 경상수지 흑자의 역설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생기면 달러가 들어와야 하는데, 그 달러가 금융시장에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에 강제 투자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해외 투자를 국내 투자보다 선호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올해 1~9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27.7억 달러였지만,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순자산 증가 규모는 809.9억 달러로 거의 비슷하다.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거의 전액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넷째, 외국인 채권 보유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외국인의 한국 국채 보유 현황을 국가별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실 분석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홍콩 포함)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약 138조 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국가가 한국 국채를 과도하게 보유하면 외교적 긴장 시 대량 매도를 통해 환율과 금리를 교란시킬 수 있다. 이는 금융주권의 문제다.
다섯째, 외환보유고의 질적 악화다. 2025년 9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20억 달러다. 그런데 심리적 저지선인 4,0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실질적 방어 여력은 제한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부상 숫자만 믿다가는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다.
여섯째, 한국의 SCL 지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 List)로 지정했다.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기술 유출 우려 국가 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 유출 우려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을 더 이상 '혈맹'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본다는 신호다. 이것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근본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경제도 흔들린다.
2025년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플러스알파의 막대한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한국 GDP의 약 19%, 외환보유액의 84%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매년 200억 달러씩 현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동안 환율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원천 차단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화스와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환율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환율은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만으로도 하루 만에 30~40원씩 급락했다. 심리적 안정 효과가 그만큼 컸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9월 22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 달러를 미국 방식대로 투자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경고했다. 그런데 그 안전장치를 끝내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협상의 중대한 실패다. 돈은 주고 안전핀은 뽑아버린 굴욕 외교다.
헌법 제60조는 명확하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가 가진다. 3,500억 달러는 한국 GDP의 약 20%, 2026년 예산안 728조 원의 66.8%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정부는 연도별 재정 부담 계획을 명확히 수립하고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MOU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딜레마가 생긴다. 법적 구속력이 있다면 국회 비준 사항이고, 없다면 트럼프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가할 보복 관세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 구속력이 있다면 위헌이고, 없다면 대국민 사기극이다.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2025년 728조 원 규모의 사상 최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그 구조다. 미래 먹거리인 AI 예산은 고작 10조 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을 포함한 민생사회연대경제 예산이 26조 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 지방거점성장 예산이 29조 원으로 총 55조 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50% 안팎 증가한 규모다. 올해 이미 뿌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14조 원까지 합치면 현금살포성 예산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다.
타이밍도 의미심장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현금을 살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역시 표를 의식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고를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113.9%에 달하고, 재정 적자는 GDP의 5.5%로 유럽연합 권고 기준 3%를 크게 초과했다. 피치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프랑스 국채 금리는 재정파탄을 겪었던 그리스보다 높다. 원인은 명확하다. 세수는 줄이고 복지는 늘린 결과다. 바이루 총리가 긴축안을 발표했지만, 극우와 극좌 야당 모두 불신임표를 던졌다. 내각은 출범 9개월 만에 붕괴했다. 한 번 커진 복지는 줄이기 불가능했다.
베네수엘라는 더욱 참혹한 사례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였던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초 유가 급등으로 정부 곳간이 넘쳐났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자금을 포퓰리즘에 쏟아부었다.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재앙이 시작됐다. 2018년 물가 상승률은 100만%를 넘어섰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90%의 국민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인구의 20%가 나라를 떠났다.
고환율의 피해는 전 국민에게 골고루 전가된다. 첫째, 기름값이 폭등한다. 11월 18일 기준 서울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00원을 돌파했다.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둘째, 해외여행과 유학 비용이 급증한다. 환율이 1,3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르면 1만 달러 유학 경비가 1,300만 원에서 1,470만 원으로 170만 원 증가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공항의 환전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800원대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서울 외환시장보다 300원 이상 높다. 이것이 해외에서 마주하는 원화의 실제 가치다.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수입업체와 중소기업은 원가 급등으로 무너진다.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급증한다. 대기업은 납품 단가 조정을 거부하면서 중소기업만 피해를 떠안는다.
넷째,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된다.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식료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다섯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다. 일부 수출 대기업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받아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그 혜택은 주주들에게만 돌아갈 뿐 일반 국민과는 무관하다. 더욱이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달러로 현지에 재투자되어 한국으로 환류되지 않는다. 기업은 웃지만 국민은 우는 역설이 심화된다.
미국 금리 인하가 유일한 환율 안정화 요인이지만 시장 전망은 비관적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가 1,600원에 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큰 흐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코스피가 상승해도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5,000에 가도 원달러는 1,500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짓고 돈을 잘 벌면 주식은 오르지만 그 돈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외환 개입도 한계에 직면했다. 현재 1,470원대 수준도 한국은행이 대미 투자 협상 때문에 상당히 억제해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환율은 이미 1,500~1,520원대에 있었을 것이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대미 투자로 약속한 상황에서 환율 방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첫째, 통화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창용 총재의 완화 기조는 환율 급등 상황에서 무책임하다. 한미 금리 역전을 해소하고 유동성 공급을 정상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도 불사해야 한다.
둘째, 대미 투자는 반드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 500조 원 규모의 국가적 부담을 국회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대미 투자 규모를 현실적 수준으로 재협상하고, 투자 방식을 현금에서 보증과 대출로 전환하며, 투자 기간을 연장하고, 통화스와프를 확보하는 등 실질적 부담을 줄이는 협상이 필요하다.
셋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2008년과 2020년의 경험이 증명하듯 통화스와프는 환율 안정의 결정적 수단이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런데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외교의 실패다.
넷째, 해외 수익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 수익 송환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선거용 현금살포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미래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728조 원 예산 중 AI 10조 원, 현금살포 55조 원이라는 구조는 프랑스와 베네수엘라 초기 단계와 유사하다.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등 선거를 의식한 현금살포를 중단하고, AI와 첨단산업 육성, R&D 투자,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재정준칙 마련과 함께 예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여섯째, 법적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728조 원 슈퍼예산과 내년 1,415조 원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는 재정 건전성의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한국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46.1%로 아직 OECD 중위권이지만, 증가 속도는 OECD 최고 수준이다. 2020년 47.9%에서 2026년 66.7%로 불과 6년 만에 20% 포인트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재정적자 한도와 국가채무 상한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자동 조정 장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독일의 부채 브레이크는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한다. 스위스의 채무 제동 장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지출 상한을 자동 조정한다. 법적 강제력을 갖춘 재정준칙 없이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적 재정 팽창을 막을 수 없다. 재정 건전성 회복은 환율 안정의 필수 조건이다.
일곱째, 반시장·반기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철폐해야 한다. 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기업 승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며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청년 실업을 고착화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막는다. 직무급제 도입을 가로막는 연공서열 체계, 과도한 정리해고 규제, 경직된 노사관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네거티브 규제 대신 포지티브 규제로 인한 투자 지연, 과도한 환경 규제와 인허가 절차도 개선이 시급하다.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자본과 인재의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이다. 규제 완화와 투자 촉진이 실물경제 회복의 출발점이다.
여덟째, 금융주권을 지켜야 한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와 주식 보유 현황을 국가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 국가의 과도한 보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금융안보는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아홉째, 확고한 한미동맹 강화가 근본 대책이다. 환율 불안의 근본 원인은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안보 불안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이 주장하는 애매한 균형외교는 답이 아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확실히 서야 한다. 그것이 70년 동맹의 가치이며 경제 안정의 토대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문제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위기가 닥치자 외환보유액은 순식간에 바닥났고 나라는 IMF 관리체제로 넘어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창용 총재는 국내 요인을 무시하고 글로벌 요인만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는 대미 투자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지만, 통화스와프도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선거용 현금살포 예산 55조 원은 거침없이 편성한다.
환율 1,500원 시대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1,600원도 가능하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경제 전반에 직결되는 문제다.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중소기업은 원가 급등으로 무너지며, 자산 가치는 하락한다. 반면 일부 수출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구조가 심화된다.
경제는 정치 집회가 아니다. 팬덤의 열광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듯, 현금을 뿌려 표를 모으는 진영 정치의 관성으로는 시장을 속일 수 없다. 국내 정치 무대에서는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이 환호할지 모르지만, 냉혹한 국제 금융시장은 수사와 이미지가 아니라 펀더멘탈과 정책의 일관성을 평가한다. 원달러 환율 1,470원대, 외국인의 연이은 자금 이탈, 백만장자들의 엑소더스. 이 모든 지표는 글로벌 시장이 이미 한국 경제 정책에 대해 불신의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말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의 신뢰는 장기간에 걸친 정책 일관성과 기업 친화적 환경, 그리고 법치주의의 견고함에서 나온다. 화려한 정책 발표와 대중 선동적 수사로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간파한다. 정책의 진정성, 재정 건전성, 외교적 신뢰성이 시간을 두고 축적되어 수치로 나타난다. 환율은 그 종합 성적표다. 원화 가치는 곧 대한민국의 신뢰도 점수다. 지금 그 점수가 급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확고한 한미동맹이 답이다. 중국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외교를 하면 미국에게도 중국에게도 신뢰받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확실히 서야 한다. 그것이 경제 안정의 토대이며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다.
환율 1,500원 시대, 이재명노멀.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다. 구조적 요인을 방치하면 환율은 계속 오를 것이고 국민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포퓰리즘적 현금살포로 일시적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대가는 국가 파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상이 아니라 진실이다. 쇼가 아니라 실질이다. 분노가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의식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성, 그것만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문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환율 및 통화금융통계 (2025년 11월)
Trading Economics, 원달러 환율 데이터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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