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홧발에서 인사권의 칼날로 - 소프트 전체주의의 징후"
[표지사진; whisk로 생성한 이미지]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삼청교육대'라는 이름으로 사회 정화를 내세워 약 4만 명을 강제 수용하고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법적 근거도 없이 무고한 시민까지 끌려가 군사 훈련을 받았고, 54명이 사망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를 명백한 불법 인권유린으로 규정했고, 2018년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설치 근거였던 계엄 포고령을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2025년 11월, 대한민국에서는 전두환의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키는 75만명 공직자 조사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름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월 11일 정부 49개 부처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지시했다. 명분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해 헌정 질서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도 행정적 책임을 묻거나 인사조치를 해야 할 낮은 수준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11월 21일 총리실은 외부자문단 4명과 총리실 직원 20명으로 총괄 TF를 구성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단장을 맡고,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전 전북경찰청장 최종문, 변호사 김정민, 방송통신대 교수 윤태범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49개 행정기관은 각각 자체 TF를 구성해 12월 12일까지 제보를 받고, 2026년 1월 30일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TF는 헌법 제66조(공무원의 헌법준수의무), 국가공무원법 제62조(징계사유), 공직자윤리법 등을 법적 근거로 제시한다. 외부자문단을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한다. 표면적으로는 합법적 절차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실행 방식과 우려되는 부작용에 있다.
첫째, 내란죄는 형량이 극도로 높고 구성요건이 엄격해 자칫하면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내란 및 내란동조행태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결이나 수사기관의 확정된 사실관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TF가 인사조치 명분으로 스스로 '내란동조행태'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는 사법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둘째,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 TF가 법원의 확정 판결 없이 '행정적 책임'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인사 조치를 한다면 이는 헌법 제7조가 보장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 제19조가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셋째, 제보센터 운영이 음해성 투서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직 사회 내부의 갈등, 승진 경쟁, 개인적 원한 등이 '내란 동조' 제보로 포장될 수 있다. 신빙성 검토 절차가 있다 해도, 한시적 운영(12월 12일 마감)과 3개월이라는 짧은 조사 기간은 졸속 처리의 위험을 높인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내란 청산'의 탈을 쓰고, '정권 비판 세력 색출'과 '공직사회 숙청'에 나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라며 직접 조사 지시를 내린 순간, 인민재판을 위한 완장이 채워졌다"라고 비판했다.
전두환의 삼청교육대가 군홧발로 육신을 짓밟았다면, 이재명의 TF는 인사권이라는 칼날로 공직자의 영혼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만 없을 뿐, 헌법이 보장한 직업공무원제도를 형해화하고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21세기형 '소프트 전체주의(Soft Totalitarianism)'의 징후를 보인다.
1980년 전두환의 삼청교육대는 어떠했는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는 1980년 5월 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회 정화와 국가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삼청계획 5호'를 실행했다. 1980년 8월부터 1981년 1월까지 전국 각지 군부대 내에 설치된 삼청교육대는 약 6만여 명을 검거해 4만여 명을 수용했다.
명분은 안보태세 강화, 경제난국 타개, 사회 안정 및 정치 발전, 국가기강 확립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무고한 일반 시민까지 법적 근거 없이 강제 연행되어 4주간 가혹한 육체적 훈련과 정신교육을 받았다. 국방부 보고 기준으로 교육 과정에서 54명이 사망했고, 사망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2018년 대법원은 삼청교육대 설치 근거였던 계엄 포고령을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역사는 이미 삼청교육대를 명백한 불법 인권유린으로 확정했다.
현재의 TF가 삼청교육대와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러나 법의 이름을 빌려 공직자를 조사하고, 제보센터를 통해 상호 감시를 조장하며, 짧은 기간에 대량 인사조치를 단행하려는 구조는 삼청교육대가 남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전두환의 삼청교육대가 육체를 가둔 것이라면, 현대의 TF는 공직자의 직업과 생존권을 가둘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직업 박탈은 과거의 육체적 구타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살인'이다.
2020년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함께 홍콩 정부는 18만 공무원 전원에게 충성서약을 의무화했다. 2021년 8월까지 총 658명이 충성서약을 거부해 해고 절차에 들어갔고, 1년간 공직을 떠난 공무원은 1,800여 명으로 14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충성서약의 폐해는 공무원 해고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한 해에만 9만 명이 홍콩을 떠났고, 2021년에는 11만 명이 떠났다. 2년간 총 20만 명이 홍콩을 탈출한 것이다. 떠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전문직, 금융인, 기술자, 교육자 등 고급 인력이었다. 인재 유출은 곧 경제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제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는 흔들렸고, 표현의 자유가 퇴색하면서 외국 기업들도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옮겨갔다.
홍콩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충성서약은 공무원 사회를 위축시키고 우수 인재를 내쫓는다. 공직사회의 붕괴는 민간 부문의 인재 유출로 확산된다. 인재 유출은 경제력 약화와 국제적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국가 전체가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북한은 1958년 김일성의 지시로 '오호담당제(五戶擔當制)'를 도입했다. 5 가구마다 1명의 5호 담당 선전원을 배치하여 가족생활 전반에 걸친 당적 지도라는 명목으로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재상 상앙의 '십오제(什伍制)'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성을 다섯 집 단위로 묶어 이웃 간에 서로 감시토록 했다.
헌법존중 TF의 제보센터 운영은 북한의 상호 감시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우려를 낳는다. 공직자들은 동료가 언제 자신을 제보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 독일 나치 정권의 게슈타포, 동독의 슈타지, 소련의 KGB도 같은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했다. 이념과 체제를 초월해 독재는 언제나 상호 감시와 밀고를 통해 공포 정치를 완성한다.
미국은 2021년 1월 6일 의회폭동 사태를 어떻게 처리했는가. 미국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는 1·6 사태를 '시도된 친위쿠데타'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수행했다. 국방부,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 FBI 등도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미국은 행정부 차원의 TF를 만들지 않았다. 의회가 주도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치보복' 시비를 우려해 직접적 개입을 피했다.
한국의 헌법존중 TF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의회 주도로 중립적 조사를 진행했지만, 한국은 행정부가 직접 나서 공직자 조사를 하고 있다. 미국은 정치보복 시비를 우려해 신중했지만, 한국은 대통령이 직접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라며 조사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조사 기간이 수년에 걸쳤지만, 한국은 불과 3개월 만에 인사조치를 끝낼 계획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권력 교체 후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를 덮친 숙청의 공포는 경제 관료들의 입과 손을 묶어버렸다.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고 청와대(대통령실)의 눈치만 보는 '코드 정책'이 난무하는 곳에 달러가 머물 리 없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진짜 이유는 전쟁 위기가 아니라,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한국 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숙청 공포에 시달리는 공무원은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권의 하명(포퓰리즘)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로 인해 합리적 경제 정책이 실종되고, 이것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의 근본 원인이다. 관료들이 복지부동하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바로 '영혼 없는 공무원의 양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헌법존중 TF와 공직사회 조사에 몰두하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2025년 11월 21일 원달러 환율은 1,472원을 기록하며 1,500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00% 급락한 3,844.55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2조 2,595억 원을 순매도했고, SK하이닉스는 8.58%, 삼성전자는 5.77% 급락했다.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약속한 3,500억 달러(GDP의 19%, 외환보유액의 84%)는 통화스와프도 확보하지 못한 채 굴욕 외교로 귀결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을 '민감국가'(SCL)로 지정했고, 2,400명의 백만장자가 한국을 떠날 전망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며 탈 한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728조 원 슈퍼예산(AI 10조 원, 현금살포 55조 원)을 편성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몰두하고 있다. 프랑스는 재정 적자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내각이 붕괴했으며,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으로 90%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역사는 분명히 경고한다. 권력 안보에 몰두하는 정권,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정권, 경제를 방치하는 정권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판정이 진행 중이다.
TF가 진정으로 헌정 질서를 회복하려면 다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충분한 시간과 절차에 기반한 심층조사가 필요하다. 3개월 만에 49개 부처를 조사하고 인사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졸속 처리다. 둘째, 객관적이고 투명한 행정책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내란 동조 여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셋째, 조사 범위를 필요한 부처로 제한해야 한다. 넷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TF의 모습은 이러한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지적처럼, "내란의 잔당을 찾겠다는 이재명 정부야말로 법치주의의 적이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진짜 내란 세력"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전두환의 삼청교육대는 사회 정화라는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신군부 정권의 최대 오점이 되었고, 1987년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홍콩의 충성서약은 18만 공무원을 장악하려 했지만 결국 20만 명의 인재 유출과 국제금융허브 지위 상실을 초래했다.
히틀러의 공무원 숙청은 나치 정권의 강화로 이어졌지만 결국 인류 최악의 비극을 초래했다. 중국 문화 대혁명은 마오의 권력을 강화했지만 중국 경제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소련의 대숙청은 스탈린의 독재를 완성했지만 수백만 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낳았다.
이재명 정부의 헌법존중 TF가 삼청교육대와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의 이름을 빌려 공직자를 조사하고, 제보센터를 통해 상호 감시를 조장하며, 짧은 기간에 대량 인사조치를 단행하려는 구조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TF가 삼청교육대와 같은 인권유린, 정치적 숙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조치들이 검찰청 폐지,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 4 심제 도입, 배임죄 폐지 등 권력 통제 장치 제거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견제 장치를 무력화하고 공직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로 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국가는 실패할 수 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자유를 억압하고 공포로 통치하려는 자가 경제까지 살린 예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헌법존중 TF가 칼을 휘두를수록,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줄은 끊어질 것이다. 환율 1,500원 시대, 코스피 3,800선 붕괴.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다.
시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환율 급등, 코스피 급락, 사이드카 발동, 외국인 자본 유출, 기업 이탈, 인재 유출이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권력 안보에 몰두하는 정권,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정권, 경제를 방치하는 정권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판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상이 아니라 진실이다. 쇼가 아니라 실질이다. 분노가 아니라 전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의식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성, 그것만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훗날 오늘을 '대한민국 추락의 원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