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네팔에서 불가리아까지, 그리고 한국 2030
[표지사진: 시위 중인 불가리아 청년들, 12.13. 독일 공영 방송 DW 유튜브 캡처]
2025년 12월 11일, 동유럽의 불가리아에서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로센 젤랴스코프 총리가 의회 불신임안 표결 직전 전격 사임을 선언한 것이다. 유럽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로 국가 지도자가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 소피아에서만 수만 명에서 15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운집했고, 플로브디프, 바르나, 부르가스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 시위가 벌어졌다. 이 절규는 소피아 광장에만 울리는 것이 아니다. 서울 광화문에서도, 부산 서면에서도, 터져 나오기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불가리아 청년들이 들고 나온 플래카드에는 'Z세대가 온다(GEN Z IS COMING)', '마피아 없는 젊은 불가리아(Young Bulgaria Without the Mafia)',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픈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에게 이 나라에 남을 이유를 달라(Give us a reason to stay)."
"예산안은 시위의 계기였을 뿐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불가리아에 남아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가정을 꾸릴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마르틴 아타나소프(18세, 학생), DW 인터뷰
"이 순간은 젊은이들의 부패에 대한 용인 한계가 바뀌는 전환점입니다. 우리는 불가리아에 남아 일하고, 가정을 꾸리고, 세금을 내서 언젠가 부모님 연금을 지급할 사회보장 시스템을 지탱하고 싶습니다."
— 안나 보다코바(22세, 사회학과 학생), Balkan Insight 인터뷰
"친구들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 물었습니다. '우리가 이걸 해낸 거야?'"
— 콘스탄틴 투자로프(24세, 마케팅 전문가), 뉴욕타임스 인터뷰
시위의 도화선은 두 개의 영상이었다. 첫 번째는 러시아 루코일 관련 법안을 단 26초 만에, 야당 부재중에 통과시키는 장면이었고, 두 번째는 논란의 예산안 표결을 국회 점심시간에 몰래 진행해 시위대와의 마주침을 피하려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지면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Z세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불가리아 Z세대(2025년 현재 만 13~28세)는 전체 인구 640만 명의 약 13%를 차지한다. 이들은 1989년 공산정권 붕괴나 1990년대 말 초인플레이션 위기를 직접 겪지 않았다. 대부분에게 이번이 첫 대규모 정치 참여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고, 정치권 자녀들('네포 키즈')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소셜미디어에서 목격해 왔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불가리아는 헝가리 다음으로 EU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다. 델리안 페에프스키라는 미디어 재벌 정치인은 미국과 영국의 매그니츠키법 제재 대상이다.
옥스퍼드대학 유럽연구센터의 디미타르 베체프 소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는 부패에 대한 관용이 훨씬 낮다"라고 분석했다. 시위대는 밀짚모자 해적기를 들고 나왔다.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유래한 이 상징은 네팔,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등 Z세대 시위의 연대 상징으로 확산되었다.
불가리아 사태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2025년은 가히 'Z세대 혁명의 해'라 불릴 만하다. 스리랑카의 2022년 '아라갈라야' 시위에서 시작된 청년 주도 반정부 운동은 방글라데시의 '몬순 혁명'(2024년)을 거쳐 2025년 전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남미에서 마침내 유럽까지 상륙했다. 이들 시위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부패한 기득권, 미래를 빼앗는 포퓰리즘 정책, 청년 실업,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다.
또 이들 시위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틱톡, 인스타그램, 디스코드를 통해 순식간에 조직하고, 국경을 넘어 연대하며,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방글라데시에서 네팔로, 마다가스카르에서 불가리아까지, 같은 조합이 반복된다. 연결된 청년들, 높은 생활비, 전통 정치인에 대한 불신,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기 위한 디지털 도구의 집중적 사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유대학'을 위시한 2030 청년 연대가 서울 도심 및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지속적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명동, 대림동, 이태원, 삼성동, 고양화정 등지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10월 3일 개천절에는 동대문역에서 광화문까지 대규모 행진이 펼쳐졌고, 11월에도 여러 차례 집회가 이어졌다. 20-30대 청년이 주축이 되고 중장년층과 어린이까지 합류하는 폭넓은 세대 참여가 목격되고 있다. 시위 참가 인원에 대해서는 주최 측과 경찰 추산 간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청년 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위대의 핵심 주장은 불가리아 청년들과 놀랍도록 닮았다. 다만 한국의 시위는 '반중(反中)'이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혐오(Hate)가 아니라 주권(Sovereignty)의 문제다. 중국인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사법주권과 경제주권이 특정 국가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것을 거부하는 '자유의 외침'이다.
공자학원실체 알리기 운동본부의 한민호 대표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정작 문제 삼아야 할 대상은 외국 정부의 선전 기관이지, 한국에 온 외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위의 방향성과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일부에서 '혐중'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공산당 비판과 중국인 혐오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이를 '혐오'로 매도하여 정당한 주권 수호 운동 자체를 봉쇄하려는 시도야말로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주요 언론들은 이 시위를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하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은 혐오 집회 금지 법안을 발의하며 반중 시위만을 문제 삼았고, 이에 대해 "반미·반일 시위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반론이 뒤따랐다. 정부와 여당이 시민의 목소리를 봉쇄하려 할 때,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불가리아에서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총리가 물러났지만, 한국에서는 그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전 세계 Z세대 시위의 공통분모를 분석하면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난다. 첫째, 권위주의와 기득권 독점에 대한 분노다. 불가리아의 젊은이들은 1989년 공산정권 붕괴와 그 후의 경제 위기를 직접 겪지 않았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쟁취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패와 권위주의에 대한 용인 한계가 낮다.
둘째, 미래를 빼앗는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다. 네팔의 청년 실업률은 22%를 넘었고, 페루는 연금 개혁이 도화선이었으며, 불가리아는 사회보장분담금 인상과 GDP 대비 정부 지출 확대가 촉매가 되었다. 기성세대가 '빚잔치'로 미래 세대의 몫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셋째, 친중·친러 등 권위주의 성향 정권에 대한 반발이다. 불가리아는 러시아 루코일과 관련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친러 성향이 드러났고, 네팔 공산당(UML) 정권도 중국과 밀착해 있었다. Z세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권위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한다.
경제와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 한국의 청년들이 '친중 반대'를 외치는 것은 단순한 외교 노선 비판이 아니다. 친중 정책과 포퓰리즘이 결국 청년의 세금 부담 폭증과 일자리 소멸로 이어진다는 경제적 인과관계가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예속은 국내 산업 공동화를 부르고, 무분별한 현금 살포(포퓰리즘)는 결국 청년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불가리아 청년들이 세금 인상에 분노했듯, 한국 청년들은 '미래를 저당 잡힌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한국은 불가리아의 시위 촉발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아니, 더 심각할 수 있다.
특히 586 운동권 기득권 카르텔을 둘러싼 논란은 상징적이다. 그들이 젊은 시절 외쳤던 '독재 타도'의 칼날이 이제는 기득권이 된 그들 자신을 향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수십 개의 스펙을 쌓고 수차례 면접을 거쳐야 하는 청년들에게, 투명하지 않은 인사는 분노를 자아낸다.
불가리아의 Z세대가 '네포 키즈(Nepo Kids)'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분노했듯이, 한국의 청년들도 공정하지 않은 기회 구조에 분노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1989년 동유럽 혁명도, 2011년 아랍의 봄도, 2014년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도 청년들이 선두에 섰다. 소셜미디어라는 무기를 장착한 2025년의 Z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네팔에서 불가리아까지, 불과 수개월 만에 여러 정권이 무너졌거나 흔들렸다.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이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방탄과 정적제겨,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결국 역풍을 부른다. 불가리아 총리가 불신임안 표결 직전 자진 사임한 것은 민심 앞에 겸허해진 것이 아니라, 더 큰 파국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번 시위는 권력 유지를 위해 국가를 장악해 온 뿌리 깊은 집권층의 관행에 맞서 싸울 만큼 젊은 세대 시민들의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 마틴 블라디미로프, 불가리아 민주주의연구센터(CSD) 국장, WSJ 인터뷰
대한민국의 2030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자유대학을 비롯한 청년 연대는 전 세계 Z세대 시위와 같은 맥락에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분노, 미래를 빼앗는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 친중·반미 노선에 대한 경계,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 의지 등은 네팔과 불가리아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2030 세대에게 공정이란 산소와 같다. 공정이 사라진 곳에서 청년은 숨을 쉴 수 없다. 친중은 곧 '중국식 검열과 통제'의 수입을 의미하며, 법치 훼손은 '공정한 경쟁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세력은 기득권 언론의 가스라이팅에 휩쓸리지 말고, 이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해야 한다. 그곳에 보수의 미래가 있고,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로마인들은 말했다. "Vox Populi, Vox Dei, 복스 포풀리, 복스 데이" —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라고. 불가리아 총리는 이 격언을 인용하며 물러났다. 전 세계 독재와 포퓰리즘 도미노가 무너지고 있다. 다음 차례는 어디인가? 역사의 시계바늘은 이미 서울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 거리로 나선 청년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지킬 마지막 보루다.
친중 매국노선과 법치 파괴, 무분별한 재정 남용으로 대한민국을 망국의 길로 이끄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Z세대가 깨어 일어나 권위주의와 부패에 맞서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도 그 대열에 서 있다. 역사는 깨어 있는 시민의 편에 선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 나라에 있을 이유를 보여주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불가리아 시위 관련
The Wall Street Journal, "Bulgaria's Prime Minister Resigns Ahead of No-Confidence Vote After Gen Z Protests", 2025.12.11.
The New York Times, "'Did We Do That?' Gen Z Protesters Help Tip Balance Against Bulgaria's Leaders", 2025.12.12.
DW(Deutsche Welle), "Bulgaria protests: Why did Gen Z turn out in record numbers?", 2025.12.11.
Balkan Insight, "'Different Energy': Budget Win for Young Bulgarian Protesters Fuels Hope for More", 2025.12.05.
Transparency International,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2024.
조선일보, "전세계로 번지는 Z세대 혁명", 2025.12.13.
▣ 전 세계 Z세대 시위 관련
AP News, "Gen Z protests bring down governments in Nepal, Madagascar and beyond", 2025.
주네팔 대한민국 대사관, "주간 네팔 정세동향 (2025.9월 둘째 주)", 2025.09.
서울신문, "백기 든 마다가스카르 대통령… Z세대 시위에 쫓겨 해외 도피", 2025.10.14.
한국일보, "네팔 SNS 차단 후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로 총리 사임", 2025.09.18.
연합뉴스, "72명 사망 네팔 시위사태, 일단 소강…통금 해제 등 일상회복", 2025.09.14.
▣ 한국 청년 시위 및 정세 관련
동아일보, "[르포] 거리의 반중은 어쩌다 혐오로 번졌나", 2025.11.23.
파이낸셜뉴스투데이, "자유대학 시위 관련 보도", 2025.10-11.
▣ 한국 경제·재정 관련
파이낸셜뉴스, "이재명정부 첫 예산 728조, 8%대 증액…국가채무 1400조 넘어섰다", 2025.08.29.
국가데이터처, "2025년 11월 고용동향", 2025.12.10.
뉴데일리, "20대 이하 일자리 10분기 연속 감소… 청년 고용 기반 흔들린다", 2025.11.18.
시사저널, "국채 무서워 않는 이재명 정부, 국가의 지속 가능성 생각해야", 2025.09.06.
뉴스핌, "李정부, 2027년도 확장재정 기조…늘어나는 국가부채 '경고등'", 2025.12.12.
▣ 기타
Britannica, "Generation Z protests", 2025.
경향신문, "Z세대 '반정부 시위'로 불가리아 총리 사임…'유럽 내 최초 사례'",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