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주역 중공 사과 없고, 북한도 경계하는 중국에 일방적 양보만
이재명 대통령이 1월 4일부터 7일까지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9년 만의 국빈 방중에서 시진핑 주석은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은 막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다르다.
마오쩌둥은 '일분항일(一分抗日), 이분응태(二分應泰), 칠분발전(七分發展)', 1할은 항일, 2할은 국민당 대응, 7할은 세력 확장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1940년 백단대전 등 일부 전투가 있었으나, 항일 전쟁의 주력은 장제스의 국민당군이었다는 것이 대만 및 서구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물론 중국 측 학자들은 이에 반론을 제기하지만, 시진핑의 발언이 국민당의 공적을 중공의 것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6·25 전쟁에 대해 중국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50년 10월 중국 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넘어 참전하면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결국 남북한 합쳐 약 300만 명이 사망하고 1000만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구군과 유엔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여 통일을 목전에 두었지만 중공군 때문에 지금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중국은 이를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 부르며 2020년 참전 70주년을 성대히 기념했다. 한국을 침략해 수백만 명을 죽인 전쟁을 '위대한 승리'라 칭송하는 나라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논하는 장면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본에는 끝없는 사과를 요구하면서 중국에는 항의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외교에서 현실적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 정의를 포기한 외교가 국민에게 떳떳할 수 있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북한조차 중국을 경계한다는 점이다. 황장엽 전 비서의 증언과 대북 전문매체(RFA, 아시아프레스 등)에 따르면, 북한 군부와 당 내부에서는 "일본은 백 년의 적, 중국은 천년의 적"이라는 표현이 2013~2017년 북중 관계 악화기에 널리 퍼졌다.
이는 '혈맹'이라는 수사 뒤에 숨겨진 북중 간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 김정은 정권은 경제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러시아·이란과의 관계 다변화를 통해 '이용하되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냉철한 현실주의를 견지한다.
반면 한국의 좌파 정치세력은 무비자 확대, 서해 침탈 묵인, 한한령에도 저자세를 보이며 일방적 양보를 반복한다. 북한도 경계하는 중국에 왜 이토록 순응적인가. 이념적 친화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은 '하나의 한국'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한국'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고도 북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분단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온 중국에게, 한국만 일방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선언하는 것은 외교적 불균형이다.
서해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은 양국이 경계 획정에 합의하지 못해 공동 관리하기로 한 해역이다. 그런데 2024~2025년 사이 중국은 이 해역에 해상 플랫폼, 부표, 등대 등 20여 개 구조물을 일방적으로 설치하며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건설적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중국의 구조물 설치가 정당한 행위라면, 당연히 한국도 동일한 해역에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잠정조치수역'의 본래 취지에 맞는 상호주의다. 혹은 양국이 공동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관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은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세우고, 한국은 '건설적 협의'라는 미사여구 뒤에서 이를 묵인하고 있다. 이것은 협의가 아니라 굴종이며, 외교가 아니라 말장난이다.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휴지조각'이라 무시한 중국에게 '협의'란 영토 침탈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을 버는 도구에 불과하다. 영토 주권에는 협의가 있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중국에 구조물 철거를 요구하거나, 동일 해역에 한국도 대응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국제법적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으면서 '협의'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양국은 "혐한·혐중 정서 대처를 위한 공동 노력"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 경향신문-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대중국 비호감도는 72%에 달하며, 18~29세 청년층에서는 86%까지 치솟는다. 한한령, 문화 왜곡, 불법 조업, 미세먼지 등 직접 체감하는 피해가 누적된 결과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으로 자국민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면서 한국에는 여론 관리를 요구한다. 정보 비대칭 상태에서 일방적 여론 통제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디지털 여론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무비자, 건강보험, 부동산 취득, 지방선거권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지만, 중국은 상응하는 대우를 하지 않는다. 진정한 동반자 관계라면 쌍방이 동등한 대우를 주고받아야 한다. 상호주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IMF는 중국 성장률이 2028년까지 3.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ADB는 2035~2040년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부동산 위기, 디플레이션, 청년 실업이 겹치면서 '피크 차이나(Peak China)'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는 해에 베팅하여 뜨는 해(가치 동맹)와의 관계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이 중남미에서 보여준 단호한 대외정책은 자국 핵심 이익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한중 관계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철저한 상호주의다. 무비자, 의료보험, 부동산, 참정권 그리고 서해 해역 관리까지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대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중국에 특혜적 조치들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
둘째, 명확한 레드라인이다. 서해 영토, 역사 왜곡, 주권 침해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셋째, 한미동맹 우선이다. 한국의 안보는 한미동맹에 기초하며 이는 중국 관계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넷째, 중국에 대해 인권과 법치 등 보편적 가치의 수용을 촉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적 외교다.
시진핑과 셀카를 찍고 샤오미폰을 선물 받는 것이 외교 성과는 아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영토를 침탈하고 상호주의를 무시하는 상대에게 당당하게 원칙을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실용외교다. 북한조차 냉철하게 경계하는 중국 앞에서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주권 국가의 품격이 아니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 청와대 한중 정상회담 브리핑 (2026.1.5) • IMF 세계경제전망 (2025.10) • ADB 아시아경제전망 (2025) • 경향신문-한국갤럽 대중국 인식조사 (2025.12.26~27) • RFA, 아시아프레스 등 대북 전문매체 • 2016년 남중국해 상설중재재판소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