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참사-일대일로,
번영의 약속인가 파국의 초대장인가

by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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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태국참사-일대일로,

번영의 약속인가 파국의 초대장인가

미국은 봉쇄하고 동맹국은 이탈하는데,
한국만 '셰셰 외교'로 역주행하는가


▌태국 고속철 참사, 예견된 재앙


2026년 1월 14일 오전, 태국 중부 나콘랏차시마주 시키오 지역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 중이던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붕괴하여 아래를 지나던 여객열차 2개 객차를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한국인 남성 1명을 포함해 32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당했으며, 3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망한 한국인은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직후 태국인 아내의 고향으로 향하던 30대 후반의 신혼부부로, 두 사람 모두 참변을 당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점이다. 시공을 담당한 ITD-CREC 컨소시엄은 태국 이탈리안-태국 개발(ITD)과 중국 국영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 산하 중철 10국의 합작사로, 2025년 3월 미얀마 규모 7.7 대지진 때 방콕 짜뚜짝 인근 감사원 청사 건물이 붕괴하여 89명이 사망하는 참사의 시공사이기도 했다.


당시 태국 산업부 조사 결과 기준 이하의 불량 강철 사용이 확인되었다. 2024년 8월에는 같은 나콘랏차시마주 구간에서 터널이 무너져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조차 "이런 사고가 매우 잦다"며 "반복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건설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라고 인정했다.


▌'부채 함정 외교'의 작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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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帶一路)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한 대외 팽창 전략이다. 150여 개국이 참여하고 8조 달러 이상이 투입된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로 포장되어 있으나, 미국은 이를 '부채 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로 규정한다.


핵심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제안하되 중국은행 대출을 조건으로 한다. 대출을 받으면 계약 조항에 따라 중국 업체가 시공하고, 중국 자재를 사용하며, 심지어 중국 노동자를 투입해야 한다. '자기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현지 고용 창출도, 기술 이전도 없다. 고금리와 짧은 상환 기간으로 상환이 어려워지면 인프라 시설의 운영권이나 조차권을 넘겨야 한다.


글로벌개발센터(CGD) 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에 참여한 68개국 중 23개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 위기에 직면했으며, 라오스·파키스탄·지부티·몰디브 등 8개국은 '매우 높은 수준'의 부채상환 위기에 처해 있다. 라오스의 대중 부채는 GDP의 약 50%인 67억 달러에 달하며, 스리랑카는 함반토타 항구의 99년 조차권을 중국에 넘겨야 했다.


보스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파트너 국가에 약 3,310억 달러를 제공했으나, 파산 직전의 수혜국을 구제하는 데만 2,400억 달러를 추가 지출해야 했다. 번영의 약속이 어떻게 부채의 올가미로 변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과 서방의 봉쇄 전선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봉쇄 현황... 박대석 작성

미국은 일대일로가 초래하는 경제적 위험을 넘어 지정학적 위협, 즉 중국의 군사 기지화와 국제 표준 설정 우위 탈취를 봉쇄하기 위한 포괄적 대응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2022년 G7은 'PGII(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를 출범시켜 2027년까지 6,000억 달러를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아프리카와 인도태평양에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DFC(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를 설립해 민간 자본을 동원하고, 'Blue Dot Network'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 인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DFC의 연간 90억 달러 규모가 일대일로의 수천억 달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중국의 자금이 '독이 든 성배'라면, 서방의 자금은 현지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다.


중국 방식은 중국 자본, 중국 설계, 중국 자재, 중국 노동자가 투입되는 '폐쇄적 조달 방식'으로 현지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전무하다. 반면 PGII는 민간 자본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현지 기업과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인프라 외교는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라 가치 동맹의 확장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대응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25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서(NSS)는 '트럼프 귀결(Trump Corollary)'로 명명된 새로운 먼로 독트린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적대적 외세가 서반구 자원을 착취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는데, 여기서 '적대적 외세'란 일대일로로 중남미에 영향력을 확장해 온 중국을 가리킨다. 2025년 2월 미국의 압박을 받은 파나마가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했고, 중국은 강력히 항의했으나 결정을 되돌리지 못했다.


▌세계 곳곳에서 무너지는 '번영의 약속'


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11월 1일 세르비아 노비사드 기차역에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컨소시엄이 보수한 콘크리트 지붕이 무너져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3년간의 보수 공사 끝에 불과 4개월 전 재개장한 시설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2025년 3월 베오그라드에서는 약 80만 명이 모여 세르비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이루었다. 건설부 장관과 무역부 장관이 사임했으나 시위는 수개월간 지속되었다. 교통부 장관은 "조사 범위에 중국 컨소시엄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단순한 개별 사고가 아니라 일대일로라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저가 수주, 안전 기준 경시, 중국 자재 강제 사용, 현지 기술 이전 부재라는 패턴이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는 당초 예산 54억 달러에서 72억 달러 이상으로 폭증했고, 케냐의 몸바사-나이로비 철도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철도'라는 자조적 별명을 얻었다.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는 2023년 12월 공식 탈퇴 후 미국 주도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에 합류했다. 필리핀도 49억 달러 규모의 중국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사실상 이탈했다.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자율성', 그 위험한 모호함


미국이 6,000억 달러를 동원해 일대일로를 봉쇄하고 동맹국들이 줄줄이 탈퇴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중 외교 노선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재명 정부는 "한중관계를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 미중 사이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고 밝히면서도 "사안별로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적 자율성'이 실제로는 '결정적 순간의 전략적 모호성'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인 2023년 6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의 회동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싱 대사의 발언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국민 66.4%가 싱 대사의 발언을 "부적절하다"라고 평가했고, 54%는 "이재명 대표가 현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항의했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2024년 3월에는 "중국에도 '셰셰' 하고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라는 발언으로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중국은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놓고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유도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사드 사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은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조하며 한중관계 악화 책임이 한국에게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국내 여론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동맹국으로부터는 불신을, 적대국으로부터는 경멸을 사는 외교적 고립의 지름길이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의 G7 확대 참여를 제안했을 때, 일본은 "문재인 정권이 친중국 성향을 보인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대안


첫째, 미국·G7 주도의 고품질 인프라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PGII, IMEC, Blue Dot Network에서 한국의 건설·금융 역량을 발휘하고, 'K-건설'의 신뢰성과 품질을 글로벌 브랜드로 확립해야 한다. 일대일로의 저가·저품질 모델과 차별화되는 '가치 기반 인프라(Value-driven Infrastructure)'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중국 금융·기업에 대한 국가 인프라 종속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금융·시공·운영의 분리 원칙을 법제화하고,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계약 구조를 금지해야 한다. 안전·투명성·환경 기준은 국제 기준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셰셰 외교'로 양측 모두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통해 동맹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고려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가 동맹을 '조건부·거래적 관계'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봉쇄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한미동맹의 가치 재평가는 불가피하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은 없다


인프라는 콘크리트와 철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신뢰, 안전, 책임 위에 세워져야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단지 철교와 지붕이 아니다. 중국 일대일로가 내세웠던 '번영의 약속' 그 자체다.


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던 한국인 부부가 중국 업체의 부실 공사로 목숨을 잃었다. 세르비아에서는 6세 소녀가 역 지붕에 깔려 죽었다. 미국과 G7은 6,000억 달러를 동원해 일대일로 대안을 제시하고, 동맹국들은 줄줄이 탈퇴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의 흐름이다. 이 흐름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단순히 중국과 친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배제된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는 '셰셰 외교'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재고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은 없어야 한다.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값싼 유혹에 눈을 감고 부채 함정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 동맹과 함께 '가치 기반 인프라'의 주역이 될 것인가. 침묵은 공범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부가 아니라 경고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 태국 고속철 참사: 서울경제·헤럴드경제·AFP (2026.1.14~15)

• 방콕 감사원 붕괴(89명 사망): 방콕포스트·AP통신·헤럴드경제 (2025.3~5)

• 세르비아 노비사드역 붕괴(15명 사망): 위키백과·VOA·파이낸셜뉴스 (2024.11~2025.3)

• 일대일로 부채 위기: Global Development Center(CGD), Boston University 연구

• 미국 PGII·트럼프 NSS: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미 백악관 NSS (2025.12)

• 이재명 정부 대중정책: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외교부 국정과제 (2025)

• 싱하이밍 대사 발언 여론조사: 국내 언론 보도 (2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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